Skip to content

GuitarMania

(*.110.140.222) 조회 수 13997 댓글 0
[클래식 토크]

정준호: 지난달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흥미로운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인간 대신 로봇 아시모(Asimo)가 이 교향악단의 지휘봉을 잡았죠.

김성현: 혼다가 만든 그 로봇 말인가요?

정: 예. 뮤지컬 《맨 오브 라 만차》의 삽입곡인 〈임파서블 드림(The Impossible Dream)〉을
지휘했다고 하죠. 지휘 동작은 나무랄 데 없이 유연했지만, 실은 이 악단의 교육 책임자인 찰스 버크의
동작을 6개월 전에 녹화해서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로봇 지휘자가 단원들의 반응까지
일일이 챙기는 시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거죠.

김: 지휘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스포츠 감독은 경기 중간 선수교체도 하고 작전 타임이라도
부를 수 있는데 지휘자가 연주를 멈출 수는 없잖아요?

정: 흔히 작곡가의 의도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말처럼 그리 쉬운 건 아니에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자신의 작품 〈죽음과 변용〉
을 푸르트벵글러의 지휘로 들은 뒤 "평생 내가 들었던 것 가운데 가장 훌륭한 연주였다.
때때로 내가 작곡한 대로 연주하지 않았지만 그 편이 더 좋았다"고 말했어요.
반면 라벨은 지휘자나 연주자들이 자신의 뜻을 왜곡하는 것을 참지 못해
"제발 해석하려 들지 말고 연주만 하라"고 말했죠.

김: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고…. 작곡가의 깊은 뜻을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군요.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질문 가운데 하나도 '정말로 지휘자에 따라 연주가 다르게 들리느냐'는 겁니다.

정: 20세기 초반 지휘계에 양대 산맥이 있었어요.
독일의 명지휘자 푸르트벵글러와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토스카니니죠.
토스카니니가 악보에 적힌 것에 충실한 연주를 강조해서 '객관주의자'라고 불렸다면,
푸르트벵글러는 악보의 행간을 읽어내는 데 지휘자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 악절(樂節) 내에도 템포가 들쭉날쭉한 경우도 있을 정도예요.

김: 들어보면 당장 둘은 확실히 구분이 되겠군요.


정: 그런가 하면, 뮌헨 필하모닉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지휘자 첼리비다케는 다른 지휘자들보다
연주 시간이 통상 1.5배 길었어요.

김: '느림의 미학'을 대표하는 음악가군요.

정: '졸림의 미학'이 될 수도 있겠죠. 토스카니니는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한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지만,
구(舊)소련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는 정작 토스카니니가 지휘한 자신의 교향곡 7번을 들은 뒤
'형편없고 흐리멍덩하고 진부한 연주'라고 비판했죠.

김: 정말 허탈했겠군요. 한 세기를 대표했던 지휘자조차 작곡가에게 퇴짜를 맞았는데,
청중들이 그 해석을 받아들이는데 '정답'이 있는 건 아니겠네요.

정: 직업적으로 지휘를 한 전문 지휘자의 첫 세대로 한스 폰 뷜로(1830~1894)를 꼽습니다.
브람스보다 3년 먼저 태어나 3년 먼저 타계한 뷜로는 브람스의 절친한 친구였고
브람스와 바그너의 주요 작품을 여럿 초연했습니다. 당시에는 살아있는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었다면, 언젠가부터 과거의 음악을 재생 반복하는 데 그치고 있는 감도 없지 않아요.

김: 미래에 남을 고전을 발굴하고 알리는 것 역시 지휘자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뜻이군요.

정: 결국 아시모에게 내줄 수 없는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하고요.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hanno21@hanmail.net]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 [☞ 스크린신문 다운로드]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수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6-09 07:54)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4 오늘의 명언 한마디 보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모모 2024.04.24 188
1413 한국의 음악논문을 찾아볼 수 있는 곳 하나 소개합니다. 변종현 2023.11.04 981
1412 2023 론 브랜튼의 재즈 크리스마스 whomre 2023.10.09 1177
1411 2023 김제 기타페스티벌 1 file Jo 2023.04.05 1499
1410 주윤발 휠체어 춤신 음악제목 민트짱구 2023.02.02 1662
1409 손톱 다듬기.....이건화 2 2023.01.27 1684
1408 안녕하세요 서울기타콰르텟 한형일입니다 file 10현 2022.11.14 1815
1407 이필수님 초청 화성학강의 2022.09.27 1856
1406 Kleine Romance (작은 로망스) 조성이 궁금합니다.... 2 고독기타 2020.06.08 4323
1405 피아졸라 4계 중 봄 악보 중 피치카토 플러스 연주법 궁금합니다.... 고독기타 2020.06.04 4635
1404 연주 녹음 1 sanuri 2018.11.26 4830
1403 MILESTONES Luthier Seminar - La Romantica file 뮤직토피아 2018.10.11 4422
1402 신모씨의 연주자 평가(관리자 요청으로 제목 변경) 122 file 추적자 2018.01.28 16824
1401 운지와 탄현에 대한 몇 가지 고민 탁구공 2017.01.09 6659
1400 대다수 프로들도 되지 않고 있는 legato 연주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53 신현수 2016.07.25 15546
1399 바흐음악을 연주할때의 자세및 마음가짐 2 마음가짐 2016.06.15 12591
1398 클래식 기타를 배우면 핑거스타일 곡들을 쉽게 할 수 있나요? 2 산뽀 2016.03.02 13432
1397 스케르초 1 형식론 2015.11.30 15514
1396 알함브라 분석 3 분석론 2015.09.07 15086
1395 조언 4 조언 2015.05.26 14145
1394 쿠프랑의 "Les Barricades Mysterieuses"(신비한 장벽)의 의미... 2 행인2 2015.05.11 8394
1393 척추측만증... 1 아이고허리야 2015.04.14 8110
1392 요즘 국내외 콩쿠르 곡 2 궁금 2015.03.12 13371
1391 클래식과 대중음악 2 지식 2015.03.02 15888
1390 아랑훼즈 오케스트라 음원이 필요합니다. 1 나비소리 2014.11.18 14008
1389 Manuel Contreras 홈페이지의 배경음악 제목이 무엇인가요? 1 손님 2014.10.10 13339
1388 엔니오 모리코네와의 대담 5 대담 2014.08.02 8535
1387 전국연주회장 콩쥐 2014.07.22 14228
1386 대학 경쟁력 세계에서 꼴찌수준 3 문제 2014.07.08 10186
1385 음악 이론수업의 문제점 2 문제 2014.07.07 8529
1384 망고쉐이크 망고 2014.06.28 13021
1383 배철수의 음악캠프(박규희) 3 file 꽁생원 2014.06.15 15724
1382 바닷가에서 dsaaa 2014.05.26 13412
1381 추억속의재회개머 sadaa 2014.02.24 7658
1380 줄리언 브림 경, 80회 생신. 그라모폰 평생공로상 수상 file 섬소년 2013.11.01 9582
1379 서평 : 노래극의 연금술사(오해수 지음) 2 정천식 2013.08.25 16540
1378 말러의 "현세의 고통에 대한 술 노래" - 병호 형을 생각하며 6 file 정천식 2013.08.02 17115
1377 전통문화의 원리를 찾아서 (우실하) 콩쥐 2013.07.19 15304
1376 클래식음악과 실용음악의 연관성 2 susujun 2013.06.21 16456
1375 클래식기타주자가 가야할길.. 333 생각 2011.02.14 45148
1374 작곡가philip rosheger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2 티트리 2013.02.21 16404
1373 블루스 2012.07.20 18947
1372 재즈, 음악의 르네쌍스를 이끌다. 2012.07.20 11062
1371 1991년 오우삼감독의 종횡사해라는 영화에 나왔던 노래입니다. file 마이콜 2012.07.13 14434
1370 작곡에 관해 훈님에게 질문 11 궁금 2012.05.29 10788
1369 기타리스트 김세황 오케스트라와 만나다 <청양> 까마니 2012.05.06 11489
1368 피게라스를 추모하며 5 file 정천식 2012.04.14 13207
1367 이미경 Who, " violinist / 뮌헨음대 교수 " < 발췌문 > 4 jons 2012.03.09 18325
1366 세고비아가 남긴 샤콘느의 4가지 녹음 10 file 정천식 2012.01.21 17714
1365 좋은 편곡이란 ? ( 슈베르트의 밤과 꿈에 대하여... ) 5 진태권 2012.01.10 16939
1364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 128 의문 2011.01.31 26893
1363 Blues&#65381;Jazz, Flamenco, 국악 장르와 즉흥연주&#65381;애드립 11 gmland 2011.02.04 13969
1362 연주들을때 프로들의 특징. 5 file 궁금이 2010.09.23 17677
1361 연주할때 아마추어의 특징. 34 file 궁금이 2010.09.16 18848
1360 기타선생님 만난 후기. 32 file 궁금이 2010.09.14 17555
1359 카나리오스 주법 질문이에요(앙헬로메로 편곡버전) 2 잉잉 2010.07.03 13365
1358 반도네온(bandoneon) 2 고정석 2010.06.11 44480
1357 지고이네르바이젠 23 콩쥐 2009.03.14 15658
1356 음악영화."투게더".....감독(첸카이거) file 콩쥐 2005.11.21 14864
1355 대성당 1, 2, 3악장의 난이도 10 GLSB 2010.05.21 15205
1354 Desolation Row ㅡ Bob Dylan 9 file gmland 2010.04.04 19549
1353 바흐 샤콘느 세고비아 편곡본에서요 4 서씨 2010.01.21 14847
1352 차이코프스키-호두까기인형 - 별사탕요정의춤- 질문이요! 1 카키 2009.12.08 16688
1351 젓가락행진곡에서 file 기타사랑 2009.11.17 14818
1350 [화음] 그것이 알고 싶다. 42 금모래 2009.10.15 17142
1349 샤콘느 편곡에 대해서. 11 1004 2009.10.15 13833
1348 음악과 미술에 대한 잡생각 41 쏠레아 2009.10.09 15419
1347 Carnival Songs... 15세기 칸초네 2 이브남 2009.10.05 13596
1346 너무 길어진 저작권법 34 콩쥐 2009.05.18 14214
1345 milonga de julio +_+ 2009.07.18 13909
1344 에릭클랩튼 ' Layla'에 대해서 뭐 좀 여쭤보겠습니다... 2 bradpitt 2009.06.29 20935
1343 안녕하세요 찾고 있습니다. 1 학생 2009.06.12 12968
1342 안녕하세요 음악파일을 찾구있어요 2 scotch 2009.03.30 13619
1341 카오리 무라지 dvd 코스타리카 감상 file 로직밤 2009.03.22 18295
1340 샤콘느 1004님 보셔요... 4 file amabile 2009.03.05 15902
1339 많이 안어려운 클래식기타곡좀 추천해주세요 11 Rookie 2009.03.03 20641
1338 Alexander Lagoya라는 분이 연주한 BWV 1006 Gavotte에 대해 질문 드립니다. 29 pizzicato 2009.03.01 22040
1337 2008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음반 안나오나요? 3 하기 2009.01.28 13691
1336 클래식 기타곡중에 이런 곡 없나요?? 3 경박한놈 2008.12.15 15423
1335 비브라토 21 2008.11.17 24871
1334 마르코 소시아스 마스터클래스(2008.11.6) 3 YEON 2008.11.08 13966
1333 Tant que vivray 이브남 2008.11.08 13010
1332 타레가 작품목록 1 뮤즈 2008.10.22 15515
1331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4번에 대해... 9 이브남 2008.08.12 13560
1330 왜 우리는 우리 민요를 기타로 연주한 명곡이 없는지 모르겠네요??? 3 file moosoh 2008.07.18 14129
1329 스페인 르네상스 음악 한 곡, La Bomba!~ 4 이브남 2008.07.09 17810
1328 신나는 리듬의 카나리오스!~ 12 이브남 2008.07.03 16474
1327 현으로 듣는 인벤션이라... ~.~ 6 이브남 2008.07.02 14937
1326 예술과 기타매니아와 현실 23 금모래 2008.06.30 14904
1325 절대음감 좋은가 나쁜가? 35 seami 2008.06.09 19142
1324 20대 젊은연주자와의 대화 . 3 file 콩쥐 2008.06.08 14804
» [re]또 하나 클래식 좋은글 ... 2008.06.08 13997
1322 바흐 칸타타 한글가사 (BWV 76 - 100) file 2008.06.04 19403
1321 바흐 칸타타 한글가사 (BWV 51 - 75) file 2008.06.04 19456
1320 바흐 칸타타 한글가사 (BWV 26 - 50) 1 file 2008.06.04 18439
1319 바흐 칸타타 한글가사 (BWV 1 - 25) 2 file 2008.06.04 23044
1318 piano vs fortepiano (bach2138) 1 file 콩쥐 2008.06.04 13919
1317 음악과 수학 - 순정조와 평균률, 그리고 기타의 조율 10 bluejay 2008.03.24 20141
1316 기타 맥놀이 조율표 4 file CHOI 2008.03.24 21774
1315 윤디 리 콩쥐 2007.12.06 13066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