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46.7.209) 조회 수 6477 댓글 0
[눈으로듣는음악이야기]

쳄발로, 사방에 별이 촘촘히 박힌 까만 밤하늘

어릴 때 디즈니의 에니메이션을 보면 팅커벨이 사뿐 날아다니면서 살짝 스치는 모든 것에 마술봉을 톡!톡! 쳐서 눈부신 가루를 퐁퐁 솟아나게 하곤 했습니다. 그 장면이 왜 그리 머릿속에 깊게 남아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키가 성큼 자라버린 오늘까지 가끔 그렇게 반짝반짝 빛을 머금은 유리조각, 아니, 어쩌면 달콤한 설탕조각인지도 모릅니다. 아시죠? 설탕을 굳혀 반투명하게 된 조각, 전, 쳄발로를 들으면, 그 팅커벨의 마술봉에 머리를 한 대 톡! 맞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제가 쳄발로라는 악기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팅커벨의 마술봉, 톡!톡!톡!

쳄발로의 매력은 크레센도와 데크레센도가 강렬한 바이올린의 다이내믹함에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밤하늘에 비유한다면 바이올린은 혜성쯤 되는 것 같습니다. 서쪽 끝 지평선에서부터 솟아올라 보는 이의 경탄을 자아내며 긴 꼬리를 자랑하고 다시 이쪽 끝으로 사라지는 혜성말이죠. 어쩌면 밤하늘 긴 장막을 찢어내는 메스인지도 모릅니다. 가끔 바이올린을 들으면 제 마음에서 피가 나거든요.

또한 쳄발로는 올려다보는 사람의 심경에 따라 따뜻하게도 애틋하게도 들리는 기타와도 다릅니다. 기타는 밤하늘의 달님이라고 할까요? 그것은 둥글었다 뾰족해졌다 모습을 바꾸기도 하고 같은 둥근 달님이라고 해도, 그리운 이의 얼굴이 되었다 고향마을 지키는 어머니 가슴이 되었다 아무도 두드리지 않는 창문 아래를 지켜선 나 자신의 모습이 되기도 하지요. 기타는 그 무엇도 될 수 있고 그것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완벽하지 않은 매력을 갖추었습니다.

쳄발로는 긴꼬리별도 아니고 달님도 아닙니다. 그것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까만밤하늘에 빈 곳이 없이 가득찬 별조각들입니다. 반짝거리는 별조각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밤하늘을 꼭 채우고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음들이 혼자 외따로 있지 않고, 바로 다음, 바로 다음 연속하여 따라나오면서, 마치 화려하게 수놓아진 벨벳천을 가득가득 깔아놓는 듯, 음악의 가장 바깥쪽 공간을 에워싸는 대기로 변모합니다. 그것은 정성껏 커팅된 다이아몬드입니다. 빛은 다이아몬드의 24면, 64면, 128면에 순간적으로 스치면서 분절을 연속으로 만들고 서로를 서로에게 반사합니다. 쳄발로의 음들은 바로 다음 음에게 생명을 주고 사라집니다. 쳄발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끝없이 펼쳐진 붉은 계단, 미인의 희고 고른 치열에 반사되는 햇빛, 언제까지고 계속 돌아갈 것만 같은 드럼통 안에서 계속계속 휘감겨나오는 솜사탕, 깊은 산속 고개를 들었을 때 빈곳없이 가득한 별조각 쏟아지던 그 밤 한자락이었습니다.

물론 쳄발로는 화려하게 반짝이기만 하는 악기인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때로 가슴을 파고드는 유리조각의 연속일 수도 있습니다. 손가락을 내밀었다가는 온통 베일 수 있는 날카로움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혹, 당신의 팔과 다리를 눌러 꼼짝하게 할 수 없는, 목부터 가슴을 압박해 숨도 쉴 수 없게 만드는 슬픔이기도 합니다. 쳄발로의 슬픔은 바이올린처럼 흐느껴 울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기타처럼 아픔을 한가운데 삭여 다시금 둥근 음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만가만 끊이지 않고 흘러내리는 눈물입니다. 방울방울 양볼을 따라 흘러내려 한줄기가 되는 눈물입니다.

바하의 FANTAISIE CHROMATIQUE & FLUGUE와 같은 곡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쳄발로의 기운을 느낄 수 있구요- 그리고- 숨조차 쉴 수 없는, 닿을 수 없어 더욱 애틋한 열망은 앙타이의 골드베르크변주곡에서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아참, 왜 팅커벨 이야기 하다가 마느냐구요? 어떻게하면 팅커벨의 마술봉에 한 대 맞을 수 있냐구요?
아직 당신에게는 팅커벨이 찾아오지 않았나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적혈구가 갑자기 금혈구/은혈구로 변하는 그 짜릿함을 느껴볼 수 없었나요?
발견하세요, 당신의 다이아몬드를, 커팅되지 않은 그것은 당신의 눈빛(!)에 아름답게 커팅되어 팅커벨의 금빛은빛 가루를 퐁퐁 터트려줄거예요. 그/그녀를 발견하는 그 순간, 그 순간, 당신은 피터팬이 되어 팅커벨을 알아볼 수 있을거예요. 잊지말아요, 이 세상 어딘가에 꼭, 그 사람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병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금 "사랑"을 주제로 삼다, 2002년 7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56 아쉰대로 이삭의 연주를 들어보시구... 1 신동훈 2002.10.09 7142
755 윤소영............바이올리니스트. 5 2002.09.26 9837
754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그의 울림이 내게로 전해져왔다 으니 2002.09.21 6704
753 [re]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디스코그라피 으니 2002.09.21 7664
752 랑그와 빠롤로 이해해본 음악! (수정) 14 고충진 2002.09.17 10061
751 랑그와 빠롤...........타인의 취향. 4 2002.09.18 6697
750 [re] (고클에서 펀글) 랑그와 빠롤이라... 글쓴이 표문송 (dalnorae) 고충진 2002.09.18 10005
749 윈도XP를 위한 앙코르 아직 안 나왔나요?? 4 병욱이 2002.08.10 6822
748 플라멩코 이야기 4 김영성 2002.08.05 7701
747 Francis Kleynjans와 brilliant guitarists알려주세요. 2 wan 2002.08.02 8408
746 플라멩코 이야기 3 5 김영성 2002.07.25 9164
745 플라멩코 이야기 2 김영성 2002.07.24 8272
744 플라멩코 이야기 1 김영성 2002.07.23 8469
743 스페인= 클래식기타? 플라멩코기타? 2 김영성 2002.07.22 7573
742 다이기무라의 바덴재즈를 듣고...(추가) 12 으랏차차 2002.07.06 7426
» [눈으로듣는음악이야기] 쳄발로, 사방에 별 으니 2002.07.05 6477
740 쳄발로에 바쳐질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찬사..!!! ***** 1 으랏차차 2002.07.05 7612
739 쳄발로, 사방에 별이 촘촘히 박힌 까만 밤하늘... 1 신동훈 2002.07.05 7133
738 William Ackerman 아시는분 3 jj 2002.06.24 25222
737 이번 논문에대한 자평과 감사의 글.. 2 으랏차차 2002.06.12 8985
736 [질문]바하와 건축 3 으랏차차 2002.06.06 6870
735 [re] [질문]바하와 건축 (뒷북이 아니길) 2 으니 2002.06.11 6510
734 [re] [질문]바하와 건축 (도움글 조금 더) 으니 2002.06.11 7226
733 바하와 건축 (도움글 조금 더)에 대한 도움글 더... ^^ 신동훈 2002.06.11 7346
732 [re] [질문]바하와 건축 채소 2002.06.08 6535
731 [re] [질문]바하와 건축 1 file 신동훈 2002.06.08 7152
730 Milonga Del Angel (A.Piazzolla) orpheous 2002.05.23 8304
729 [re]Milonga Del Angel과 옥타브하모닉스 1 nitsuga 2002.05.24 9503
728 senza basso, JS Bach 2 채소 2002.05.23 7559
727 바하의 실수... 글구 울나라 음악 8 신동훈 2002.05.22 6823
726 반박글 절대 아님. 9 지나가는얼빵 2002.05.24 7200
725 덧붙여... 단순한걸루 보면... 6 신동훈 2002.05.24 11577
724 으니 2002.05.20 6794
723 카바티나 7 orpheous 2002.05.02 7017
722 아~~~ Jordi Savall!!! 10 일랴나 2002.04.26 6528
721 트레몰로에 대한 변증법적이 고찰........지얼님의 글을 퍼왔습니다. 8 2002.04.16 10576
720 음... 1045번... ㅡㅡ+ 5 신동훈 2002.04.12 7917
719 연주에 관한 몇가지 단상들.......(과객님의 글을 퍼왔습니다.) 2002.04.10 6776
718 지기스발트 쿠이겐 VS 라인하르트 괴벨 2 lovebach 2002.04.05 8942
717 바흐의 주요 건반음악 작폼 음반목록 입니다~~~~ 1 lovebach 2002.04.05 36187
716 바흐작품목록 2 6 lovebach 2002.04.03 24830
715 바흐작품목록 입니다~~ 한번 보세요~~~~ ^^ 1 1 lovebach 2002.04.03 11096
714 음... 사라진 바하의 협주곡들... ㅡㅡ; 9 신동훈 2002.03.30 7036
713 악상기호 x는 무슨뜻이죠? 6 으랏차차 2002.03.28 11127
712 질문이여.. 1 모기 2002.03.27 7766
711 브람스의 주제와변주.... 1 호왈 2002.03.04 6506
710 나이트클럽 1960에서요... 2 배우고싶어요 2002.03.04 7090
709 bouree`가 보뤼에요? 부레에요? 아니면 뭐라구 읽어요? (냉무) 2 으랏차차 2002.02.13 7500
708 미국에서 사는 것이... 3 셰인 2002.02.11 7761
707 [re] 한국에 사는것이... 2 2002.02.12 8299
706 채보가 뭐에여? ^^;;; 3 아따보이 2002.02.08 8667
705 [re] 채보 요령 12 지얼 2002.02.08 12614
704 음악의 편가르기.....클래식과 대중음악등등.....의미없음. 2002.02.01 7882
703 안트리오 얘기... 5 채소 2002.01.29 6759
702 일랴나님... BWV1027-1029에 대해서!!! 3 신동훈 2002.01.28 10484
701 진정한 대중음악은 죽고 쑈만남는이유...1 2 2002.01.27 6509
700 클래식기타는 왜 일렉만 못할까?(퍼온글) 7 2002.01.23 10012
699 [re] 클래식기타는 왜 일렉만 못할까? 이레네오 2002.02.13 7629
698 원전연주의 의미 17 으랏차차 2002.01.23 7001
697 동훈님, 바흐 1027,28,29 설명 좀 5 일랴나 2002.01.22 6897
696 바흐 평균율 곡집과 연주에 대하여... 1 채소 2002.01.17 14181
695 바하의 건반악기를 연주함에 있어... 2 신동훈 2002.01.17 8140
694 음악사에 있어서 마지막 화가는 바흐다... 4 채소 2002.01.17 7818
693 결혼식같은 곳에서 축가로 연주해줄수 있는 곡 어떤게 있을까요? 11 화음 2002.01.13 7211
692 글렌굴드에디션의 바흐 골드베르그 바리에이션. 5 기타랑 2002.01.12 7338
691 바흐의 영국조곡... 3 으랏차차 2002.01.07 7517
690 차차님~~~ 한번 심호흡하시구... 7 신동훈 2002.01.08 7724
689 사라장과 환상적인 카르멘조곡연주 ....플라치도 도밍고 지휘. 2002.01.06 8487
688 아이렌다이즈에 대해서... 3 으랏차차 2001.12.28 7476
687 암기의 이해와 암보력 향상을 위한 제안 1 고정석 2001.12.17 10305
686 자유로운 영혼: 집시 8 고정석 2001.12.17 8061
685 플라멩꼬 : 피맺힌 한의 노래, 눈물의 기타 1 고정석 2001.12.17 8730
684 미니말리즘 좋아 하세요? 15 채소 2001.12.11 7311
683 원전연주 이야기(14)원전연주 단체-사발과 에스페리옹20...二 신동훈 2001.12.06 7507
682 원전연주 이야기(13)원전연주 단체-사발과 에스페리옹20...一 신동훈 2001.12.06 6573
681 원전연주 이야기(12)원전연주 단체-쉬뢰더와 카펠라 사바리아...Dos 신동훈 2001.12.04 8693
680 원전연주 이야기(11)원전연주 단체-쉬뢰더와 카펠라 사바리아...Uno 신동훈 2001.12.04 8125
679 원전연주 이야기(10)원전연주 단체-피노크와 잉글리쉬 콘써트...이 신동훈 2001.12.03 7003
678 원전연주 이야기(9)원전연주 단체-피노크와 잉글리쉬 콘써트...일 신동훈 2001.12.03 6653
677 저..바흐의 류트곡에 대해서여.. 히로 2001.11.29 6752
676 고음악에 대한 좋은 싸이트를 소개합니다. 신정하 2001.11.29 7735
675 작곡할때 쓰기 좋은 소프트웨어좀 알려주세요. 2 렐리우스 2001.11.23 7583
674 케키가 가장 졸껄여... ^^ 6 신동훈 2001.11.23 7235
673 바흐 샤콘의 비밀 6 채소 2001.11.19 8366
672 바흐의 샤콘느를 듣고.. 1 채소 2001.11.24 6744
671 1/f ???? ! 2 채소 2001.11.15 10282
670 원전연주 이야기(8)원전연주 단체-아르농쿠르와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투 신동훈 2001.11.15 7496
669 원전연주 이야기(7)원전연주 단체-아르농쿠르와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원 신동훈 2001.11.15 7676
668 악보가 안 외워질때... 2 기타초보 2001.11.12 9299
667 외우는 법. 석재 2001.11.14 7266
666 [re] 악보가 안 외워질때... 채소 2001.11.13 7385
665 기타녹음시 테크닉에 대하여... 2 햇새벽 2001.11.04 7545
664 기타악보로편곡할때 도움이 돼는 좋은책이 있으면좀 알려주세요. 7 렐리우스 2001.11.03 7838
663 원전연주 이야기(6)원전연주에 쓰이는 악기는...서이!!! 10 신동훈 2001.11.02 7852
662 원전연주 이야기(5)원전연주에 쓰이는 악기는...둘!! 2 신동훈 2001.11.02 8120
661 원전연주 이야기(4)원전연주에 쓰이는 악기는...하나! 3 신동훈 2001.11.02 6984
660 원전연주 이야기(3)바하음악에 있어서 원전연주의 의미... 3 신동훈 2001.11.01 7479
659 원전연주 이야기(2)요즘에 있어 원전연주가 필요항가... 13 신동훈 2001.11.01 6969
658 원전연주 이야기(1)원전연주란... 5 신동훈 2001.11.01 7164
657 동훈님 바흐 작품중 원전연주로 된 음반 추천바랍니다 1 일랴나 2001.10.31 7835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