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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005.06.03 01:41

연주가의 자세

(*.241.235.216) 조회 수 9484 댓글 2
좋은 글이 있어 퍼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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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훌륭한 연주가와 연습

훌륭한 연주가가 되는 방법이 반드시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연주가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어떤 정해진 왕도를 걸어 그렇게 되었다는 전례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있어본 일이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존재한다. '연습'이 그것이다. 연습 없이는 연주가에 근접할 방법조차 찾아질 수가 없다는 평범한 사실이 그것이다.

연습에는 물리적/육체적인 연습이 있는가 하면 심리적/정신적인 연습이 있다. 기계적인 연주를 벗어나 어느 정도 수준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여지는 훌륭한 연주가에게서는 후자의 연습이 더더욱 빛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심리적/정신적인 연습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너무 난해하다.


<2> 머리 속의 연주

항상 생각하는 연습.

눈앞에 놓인 곡을 거쳐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질문을 던지는 훈련을 계속하면 그것은 심리적/정신적 연습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한 질문을 습득하는 것도 일종의 능력이다.

'머리 속의 연주'라는 말이 있다.
머리 속에서의 연주는 육체의 연주와 사실은 관련이 없지만 아예 상관없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본인은 어릴 적부터 시력이 매우 나쁜 편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콘택트 렌즈를 착용했는데 사실 그 이전에는 안경을 착용했었고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은 금방 이해하겠지만 안경을 낀 상태로 악기연주를 한다는 것은, 더구나 힘의 방향이 아랫방향인 피아노 연주를 한다는 것은 정말 화딱지나는 일이다.안경 없이는 눈앞의 악보를 읽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경을 벗고 연습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본인은 곡을 받으면 항상 먼저 외워 버렸다. 본인에게 있어 곡을 암기하는 것은 두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첫번째 암기단계가 바로 곡을 받자마자 이루어진다. 그 첫번째 암기의 목표는 바로 '안경 안 쓰고 연습'이었다. 세부적인 기술적 연습이 안 된 상태에서라도 본인은 그 곡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건반이 눈앞에 있어야만, 건반에 손을 얹고 나서야 제대로 외워지는 그런 암기상태이다. 그리고 수많은 과정이 반복되는 힘든 물리적/육체적 기술연습이 행하여 진 후, 연주나 시험이 점차 다가오면서 부터는 바로 '머리 속의 연주'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머리 속에서의 연주는 육체의 암기가 완벽해야 나오기 마련이다. 잠을 자려 누워서나, 버스에서나, 쉬는 시간에나, 머릿속에서 손가락의 느낌이 정확하게 되살아나는 '머리 속의 암기'는 그 곡의 암기를 더더욱 확실하게 해주고 건반 위의 실제 연습에서 오는 암기의 과정을 나의 정신, 나의 온 세포 하나하나에 박아 넣을 수 있게 해준다.

머리 속의 암기는 실제로 건반 상에서 연습하며 암기하는 것보다 약간 더 어렵다. 왜냐면 사람은 건반 상에서의 암기가 머릿속으로 행해지는 것도 있지만 건반의 위치 등의 물리적 환경에 의하여 외워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제 건반에 손을 올려놓지 않고 머릿속으로 외우는 '머리 속의 연주'는 실제 연주보다 훨씬 암기하기 어렵다. 머리 속의 암기연주와 실제 건반 상의 암기연주가 이상없이 행하여지는 상태라면 그 곡이 자신의 온 몸에 암기되어 박혀있다고 자신하여도 좋다.


<3> 연주가에게 부여되는 즐거움과 고뇌

'음악작품을 즐기는 즐거움'이 있을 수 있고 '나의 음악적 자아(ego)를 즐기기 위해 음악작품을 빌려온다'는 즐거움이 있다. 그 두 즐거움의 근거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연주가의 즐거움은 어떤 즐거움일까. 남의 작품을 즐기는 즐거움일까, 아니면 빌려온 남의 작품을 통한 자아의 발견을 즐기는 것일까.

연주의 문제에 있어서 연주하는 연주가 당사자는 자(自)이고 연주되는 곡은 타(他)이다. 자가 타를 들이쉬는 과정, 즉 자가 타를 흡수하는 과정이 먼저 있게 되는데 연주가가 한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자의 타 흡수만으로는 안 되고 반드시 그 자가 타를 내뱉는 과정, 그 내뱉음이 매우 중요하다.

자가 타를 내뱉는 과정 -- 그것이 바로 '연주'이다. 그런데 과연 연주가가 의도한 그대로 타가 뱉어지느냐..? 연주가 자신은 타를 제대로 내뱉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더라도 듣는 청중에게 그 내뱉음이 너무나 주관적이고 어설픈 내뱉음으로 느껴진다면 그 내뱉음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또한 타를 정확하게 흡수하지 못한 경우는 뱉어진 타가 진정한 타가 아니므로 또다시 그 내뱉음은 실패다. 또한 비록 타를 정확히 흡수했다고 쳐도 그 타를 내뱉을 능력이 모자란 연주가라면 또한 그 내뱉음은 실패로 돌아간다. 타를 정확히 흡수했으며 또한 만인이 인정하는 훌륭한 내뱉음을 했다고 해도 그 연주가 자신이 느끼기에 그 내뱉음이 자없는 타였다면 또한 연주가의 고뇌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자가 타를 흡수하고 또다시 세상으로 내뱉는 과정 -- 연주는 피를 말리고 뼈를 깎아내는 고통일 수 밖에 없는가.. 과연..? 그렇다면 음악을 즐기고 연주를 즐기는 것은 무엇이던가..?

본인은 모 음대 교수가 열린 음악회 때 했던 말아닌 말에 무척 웃었었는데 그녀 말하기를 테크닉보다도 음악적 소양이 우선이라 했다. 아무리 테크닉이 좋아도 자(自)가 없는 연주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없다고 했다.

그녀의 말은 백 번 옳다. 그러나 그 훌륭하게 옳은 말에 이어진 그 음대 교수의 연주는 가히 만인이 웃어넘어질 것이었으니, 테크닉의 내뱉어짐이 영 아닌데 음악적 소양만이 하늘을 찌른 듯 무엇하리오?

테크닉의 내뱉어짐과 음악의 내뱉어짐은 구분될 수 없다. '테크닉'이란 말이 사전적 의미로써는 그냥 '기술'의 의미만이 있을지라도 음악에서의 '테크닉'이란 말에는 분명 음악적 소양도 포함되어진다. 음악과 기술이 따로 떨어질 수는 없다. 테크닉만 훌륭하고 음악적 自我가 없는 연주에 사람들이 감동할 수 없듯이 아무리 음악적 자아가 충만해도 기본 테크닉이 따라주지 않는 음악에는 그 어느 누구도 박수칠 수 없다. 본인은 그 음대 교수의 반박할 가치도 없는 연주에 전격적으로 반박하는 바이다.

연주가는 항상 고뇌하여야 한다.
물질적/육체적 연습은 기본이며 예의다. 그것이 없이 심리적/정신적 연습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기술적 완성이 우선되어야 음악도 내뱉어질 수 있다..!


<4> 맺음말 -- 자(自)의 발견

자(自)만으로도 되지않고, 타(他)만으로도 되지 않는다.
자나 타, 어느 한 쪽이 모자란 내뱉음은 절름발이가 될 수 밖에 없고 두레박없는 우물이 되어 버린다.

물리적/육체적 연습과 심리적/정신적 연습과의 조화.
남의 작품을 즐기거나 남의 작품을 빌려 자아를 즐기거나에 상관없이 그 두 연습은 '실제 내뱉는 자'들에게 있어 언제나 몸에 익어져야 하는 것이다. 훌륭한 연주가란 삶의 목표라기 보다 그런 연습의 과정에 얻어지는 부수적인 것이며 그런 중에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며 늙어갈 수 있다.


피아노音樂 1986년 3월호 이 강숙 교수님의 칼럼 중에서...
Comment '2'
  • 김기인 2005.06.07 02:57 (*.74.25.196)
    음 좋은 글이네요^^ 나중에 필요할때 좀 퍼가야지...감사 합니다!!
  • 소품 2008.07.04 21:49 (*.57.66.88)
    이글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좋은 글일듯해용~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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