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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4 14:42
[카넨가이저 지각 후기] 유쾌하고 부드러운 삼촌같은 기타리스트 - 2005.6.14
(*.149.24.151) 조회 수 6420 댓글 3
사람마다 그 사람만의 결이 있듯이, 기타리스트에게도 고유한 음색이 있다. 벌판에 말달리듯 다이나믹하고 거친듯한 음색이 있는가 하면, 비온뒤 나뭇잎에서 빗방울이 또르르륵 굴러떨어지듯하는 청아한 음색도 있고, 골방에 틀어박혀 가슴이 미어지도록 눈물을 흘린끝에 나오는듯한 깊은 음색도 있다. 누구의 어떤 음색이 꼭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음색의 결들은 어떤 곡을 연주하더라도 그만의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도 생기고 그러는 것 같다.
카넨가이저의 음색은 단연코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
- 그래. 나 느끼한 거 좋아한다. ㅠㅠ
내가 카넨가이저를 알게 된 것은 역시 LAGQ의 멤버로서였다. 음반을 처음 듣는 순간, 반드시 공연에 꼭 가겠다고 생각했다. 음반에서는 마치 여덟개의 손을 지닌 한 명의 기타리스트와 같다고 느꼈는데, 막상 실제 무대에 오른 그들의 연주를 들어보니 기막힌 호흡으로 하나가 되면서도 네 명의 기타리스트들의 고유의 개성들이 선명하게 분리되어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LAGQ의 스타일 자체가 정말 미국적이라고 한다면, 역시 이것도 미국인들이 늘 좋아하는 표현인 "salad bowl" 같다고 할까.
그 중에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기타리스트가 바로 카넨가이저였다. 스캇 테넌트의 힘있는 음색도 인상깊었지만, 또랑또랑하고 더없이 반짝이는 카넨가이저의 음색이 확연히 구별되어 들리는 순간, 그의 독주회를 볼 수 있다면 꼭 가봐야겠다 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LAGQ는 작년에 첫 내한공연을 성공적으로 하였으나 당시 공연장의 음향이 썩 좋지 않아서 실연의 생생함을 잘 느낄 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LAGQ의 공연이라니 무조건 갔지만, 나는 씨디랑 똑같다면서 툴툴툴거렸던 기억이 난다. 하긴 벙벙한 스피커시스템을 통해 들리는 라이브가 씨디랑 똑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들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내가 아쉽게 여긴 것은 뭉쳐나오는 소리 덕에 각각의 음색을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어제의 카넨가이저 연주는 그러한 아쉬움을 한번에 다 달랠 수 있는 멋진 연주였다.
그는 유쾌하고, 부드럽다. 무엇을 연주하더라도 그의 밝은 기운은 사라지지 않는다. 헨델의 suite No.8 in D major 와 같은 레퍼토리는 카넨가이저답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아름다운 곡에, 사랑스럽고, 부드럽고, 빛나는 편곡이자 연주였다.
그는 결코 어떤 곡이든 특별히 느리게 연주하지 않는다. LAGQ의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 엄청난 스피드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실제 그의 연주시간이 다른 일반적인 연주들에 비해서 느린 편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연주가 빠른듯하면서 느린듯하다는 묘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헨델에서도 그랬고, 로드리고에서도 그랬고, 결정적으로 소르의 Grand Solo에서 그런 느낌이 절정을 이루었다.
이유는 그의 레가토에 있었다. 그는 거의 모든 음을 레가토로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모든 음들은 이어지며, 앞의 음에 연달아 따라나오는 뒤의 음이 빠른듯한 느낌을, 뒤의 음에 여전히 남아 울리고 있는 앞의 음의 여운이 느린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이준호님과의 듀오도 아주 멋졌다. 이준호님 역시 서울기타콰르텟의 멤버로 계시고, 늘 신선하고 열정적인 레퍼토리로 연주하는 서울기타콰르텟의 연주도 늘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들었다. 서울기타콰르텟의 무대에서 구분되어지는 이준호님의 음색도 무겁거나 거칠다기보다는 깔끔하고 밝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기억했는데, 두 분의 친밀함의 농도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Sketches for friends 와 같은 카넨가이저의 매력을 더할 수 있는 곡들이 연주되었다. 전반적으로는 즐겁고 따뜻한 크리스마스같은 분위기이지만 주제자체에는 약간의 애상을 띤 그리움같은 느낌이 있는 매력적인 곡이었고, 브라워의 곡과 도메니코니의 코윤바바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역시 코윤바바는 도메니코니가 직접 연주한 것 이상의 감동을 아직까지는 느낄 수 없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 두 작곡가의 곡은 뭐랄까 뭔가 어딘가 모르게 정열적이고 심지어는 에로틱한 느낌도 있을 때 더욱 빛나는 것같다고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카넨가이저의 연주는 여전히 12세 관람가의 유쾌하고 부드러운 연주!! ㅠㅠ
잔실수가 몇군데 있었으나 곡 전체의 감상에 지장을 줄만큼의 것은 결코 아니었고, 그저 편안하게 연주회에 임하는 분위기였다. 중간에 거의 정확한 발음의 한국말로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도 했는데, 그는 LAGQ의 공연 때에도 공연장 현지언어로 인사하는 것을 즐긴다. 도쿄 공연 때엔 일본말도 했고, 작년 한국 공연 때에는 슬프게도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일어난 직후여서 공연을 그에게 바친다는 멘트를 카넨가이저가 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독일에서 유학중인 기타리스트분께서 독일의 기타공연에선 연주자들이 땀흘리며 목숨걸고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물론 그런 공연에서 주는 감동도 엄청나다. 하지만 오오오오옷 유쾌하고 이 자신감넘치는 카넨가이저가 땀흘리고 목숨걸고 눈빛을 번득이며? 결코 어울리지 않아!!!! 그의 매력은 패스츄리에 기름바른듯한 달콤함과 유쾌함인데!!! 더군다나 리싸이틀 홀의 뻑뻑함에 비하면 최선을 다한 애쓴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앵콜곡으로는 그의 터키행진곡. 결코 들으리라 예상하지 않았지만, 역시 그의 대표(?) 편곡작품인만큼 앵콜곡으로 가장 멋진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곡이라도 더 듣고자 청하는 박수에 "제가 Brain Hand의 Missing Her 를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하는 말과 함께 대구공연에서만 듣기로 되어있는 Missing Her를 들려주었다. 변주곡 형식인데, 제목과 어울리는 주제이다. 사랑의 기쁨과 애틋함이 음들로써 교차되는 곡이다. 아마 이 곡을 못들었으면 오늘 대구까지 쫓아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카넨가이저는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는 기타리스트라고 생각한다. 그의 공연을 또 볼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쫓아가겠지만, 특별히 다음엔 샤콘느를 들려주면 어떨까 하고 기대한다. 클래식기타계의 "파질 세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대구공연에서도 그 예쁘고 빛나는 음색, 모든 음들이 이어지는 연주를 멋지게 들려주길 바란다.
카넨가이저의 음색은 단연코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
- 그래. 나 느끼한 거 좋아한다. ㅠㅠ
내가 카넨가이저를 알게 된 것은 역시 LAGQ의 멤버로서였다. 음반을 처음 듣는 순간, 반드시 공연에 꼭 가겠다고 생각했다. 음반에서는 마치 여덟개의 손을 지닌 한 명의 기타리스트와 같다고 느꼈는데, 막상 실제 무대에 오른 그들의 연주를 들어보니 기막힌 호흡으로 하나가 되면서도 네 명의 기타리스트들의 고유의 개성들이 선명하게 분리되어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LAGQ의 스타일 자체가 정말 미국적이라고 한다면, 역시 이것도 미국인들이 늘 좋아하는 표현인 "salad bowl" 같다고 할까.
그 중에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기타리스트가 바로 카넨가이저였다. 스캇 테넌트의 힘있는 음색도 인상깊었지만, 또랑또랑하고 더없이 반짝이는 카넨가이저의 음색이 확연히 구별되어 들리는 순간, 그의 독주회를 볼 수 있다면 꼭 가봐야겠다 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LAGQ는 작년에 첫 내한공연을 성공적으로 하였으나 당시 공연장의 음향이 썩 좋지 않아서 실연의 생생함을 잘 느낄 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LAGQ의 공연이라니 무조건 갔지만, 나는 씨디랑 똑같다면서 툴툴툴거렸던 기억이 난다. 하긴 벙벙한 스피커시스템을 통해 들리는 라이브가 씨디랑 똑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들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내가 아쉽게 여긴 것은 뭉쳐나오는 소리 덕에 각각의 음색을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어제의 카넨가이저 연주는 그러한 아쉬움을 한번에 다 달랠 수 있는 멋진 연주였다.
그는 유쾌하고, 부드럽다. 무엇을 연주하더라도 그의 밝은 기운은 사라지지 않는다. 헨델의 suite No.8 in D major 와 같은 레퍼토리는 카넨가이저답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아름다운 곡에, 사랑스럽고, 부드럽고, 빛나는 편곡이자 연주였다.
그는 결코 어떤 곡이든 특별히 느리게 연주하지 않는다. LAGQ의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 엄청난 스피드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실제 그의 연주시간이 다른 일반적인 연주들에 비해서 느린 편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연주가 빠른듯하면서 느린듯하다는 묘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헨델에서도 그랬고, 로드리고에서도 그랬고, 결정적으로 소르의 Grand Solo에서 그런 느낌이 절정을 이루었다.
이유는 그의 레가토에 있었다. 그는 거의 모든 음을 레가토로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모든 음들은 이어지며, 앞의 음에 연달아 따라나오는 뒤의 음이 빠른듯한 느낌을, 뒤의 음에 여전히 남아 울리고 있는 앞의 음의 여운이 느린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이준호님과의 듀오도 아주 멋졌다. 이준호님 역시 서울기타콰르텟의 멤버로 계시고, 늘 신선하고 열정적인 레퍼토리로 연주하는 서울기타콰르텟의 연주도 늘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들었다. 서울기타콰르텟의 무대에서 구분되어지는 이준호님의 음색도 무겁거나 거칠다기보다는 깔끔하고 밝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기억했는데, 두 분의 친밀함의 농도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Sketches for friends 와 같은 카넨가이저의 매력을 더할 수 있는 곡들이 연주되었다. 전반적으로는 즐겁고 따뜻한 크리스마스같은 분위기이지만 주제자체에는 약간의 애상을 띤 그리움같은 느낌이 있는 매력적인 곡이었고, 브라워의 곡과 도메니코니의 코윤바바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역시 코윤바바는 도메니코니가 직접 연주한 것 이상의 감동을 아직까지는 느낄 수 없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 두 작곡가의 곡은 뭐랄까 뭔가 어딘가 모르게 정열적이고 심지어는 에로틱한 느낌도 있을 때 더욱 빛나는 것같다고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카넨가이저의 연주는 여전히 12세 관람가의 유쾌하고 부드러운 연주!! ㅠㅠ
잔실수가 몇군데 있었으나 곡 전체의 감상에 지장을 줄만큼의 것은 결코 아니었고, 그저 편안하게 연주회에 임하는 분위기였다. 중간에 거의 정확한 발음의 한국말로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도 했는데, 그는 LAGQ의 공연 때에도 공연장 현지언어로 인사하는 것을 즐긴다. 도쿄 공연 때엔 일본말도 했고, 작년 한국 공연 때에는 슬프게도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일어난 직후여서 공연을 그에게 바친다는 멘트를 카넨가이저가 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독일에서 유학중인 기타리스트분께서 독일의 기타공연에선 연주자들이 땀흘리며 목숨걸고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물론 그런 공연에서 주는 감동도 엄청나다. 하지만 오오오오옷 유쾌하고 이 자신감넘치는 카넨가이저가 땀흘리고 목숨걸고 눈빛을 번득이며? 결코 어울리지 않아!!!! 그의 매력은 패스츄리에 기름바른듯한 달콤함과 유쾌함인데!!! 더군다나 리싸이틀 홀의 뻑뻑함에 비하면 최선을 다한 애쓴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앵콜곡으로는 그의 터키행진곡. 결코 들으리라 예상하지 않았지만, 역시 그의 대표(?) 편곡작품인만큼 앵콜곡으로 가장 멋진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곡이라도 더 듣고자 청하는 박수에 "제가 Brain Hand의 Missing Her 를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하는 말과 함께 대구공연에서만 듣기로 되어있는 Missing Her를 들려주었다. 변주곡 형식인데, 제목과 어울리는 주제이다. 사랑의 기쁨과 애틋함이 음들로써 교차되는 곡이다. 아마 이 곡을 못들었으면 오늘 대구까지 쫓아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카넨가이저는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는 기타리스트라고 생각한다. 그의 공연을 또 볼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쫓아가겠지만, 특별히 다음엔 샤콘느를 들려주면 어떨까 하고 기대한다. 클래식기타계의 "파질 세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대구공연에서도 그 예쁘고 빛나는 음색, 모든 음들이 이어지는 연주를 멋지게 들려주길 바란다.
Commen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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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석 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가지 못한 마스터 클래스...
OTL.......
현실직감! -
너무 가볍고 감동이 없는 연주회였습니다. 일회용 컵같다고 할까....
아쉽네요.......... 물론 많은 장점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감동이 없어서....
물론 느끼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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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릅니다. 그렇지만 진짜 압권(?)은 마스터 클라스였습니다. 마스터 클라스 참가자가 연주한 곡들을
카넨가이저의 연주로 부분적이나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성당, 소르 연습곡, 타레가의 라트라비아타,
바하 푸가,.... 등등. 부럽죠? 거기에다가 카넨가이저의 개그는 꼭 봐야 합니다. 죽여 줍니다.
무지 재미있으면서도 성심껏 지도하는 선생님 있죠? 바로 그런 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