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한국어
2005.04.04 12:13

4월에...

(*.36.69.229) 조회 수 3697 댓글 11

비료지기
-정창교 (안동 대곡분교 3년)




아버지하고
동장네 집에 가서
비료를 지고 오는데
하도 무거워서
눈물이 나왔다.
오다가 쉬는데
아이들이
창교 비료 지고 간다
한다.
내가 제비 보고
제비야,
비료 져다 우리 집에
갖다 다오, 하니
아무 말 안 한다.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나는 슬픈 생각이 났다.


-1970










한 사내
-김사인



한 사내 걸어간다 후미진 골목
뒷모습 서거프다 하루 쎄끼니
피 뜨거운 나이에
처자식 입 속에 밥을 넣기 위하여
일해야 하는 것은 외로운 일
몸 팔아야 하는 것은 막막한 일
그 아내 자다깨다 기다리고 있으리
차소리도 흉흉한 두시
고개 들고 살아내기 어찌 이리 고달퍼
비칠비칠 쓰레기통 곁에 소변을 보고
한 사내가 걸어간다 어둠 속으로
구겨진 바바리 끝엔 고추장 자욱.











다시 아이에게




너에게 줄 것은
물려받은 가난도 푸념도 아니었다.
이 나라 삼천리
지천으로 깔린 들풀들의 싱싱함,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봄이면 어김없이 고개를 쳐드는
힘찬 그리움이었다.
그 평범한 마음씨 하나였다.

아이야,
해마다 봄이 오면 들길을 걸어보아라.


-2000.







  

Chaconne (BWV1004)
-J.S. Bach / A. Segovia (guitar)



어제 일요일, 간만에
오후의 봄햇살을 마시러 들판을 찾았다.
막걸리 한 통 벗처럼 데불고...
여기저기서 풀들이 한참 봄물을 마셔대고 있었다.
그런데, 참 이 나이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아니, 발견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멍청하게도 몰랐던 것이리라.

겨우내 누렇던 풀들이 다시 푸르러지면
나는 그것이 작년의 풀들은 다 죽고,
뿌려진 풀씨들이 새로 자라서 새 싹을 틔우는 줄만 알았다.
즉, 세대교체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누렇게 마른 풀대 밑에서부터 다시 푸른 물이 오르고 있었다.
물론 풀씨가 새로 자라 싹을 틔우는 것들도 있지만
잔디나, 떼 같은 풀들은
죽었던 풀대가 봄물을 마시면서 다시 푸르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나는 다년생(여러해살이) 풀들이 의외로 많았다.
아무튼, 그 사실 하나를 발견하고 나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래서 술맛도 좋았다. 하하. 싱거운 글. ^^;




  
Comment '11'
  • 1000식 2005.04.04 12:22 (*.228.153.58)
    안동 대곡분교라면 작년 가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질펀하게 놀았던 곳이네요.
    대곡은 안동에서도 가장 오지인 곳.
    1970년도라면 이오덕 선생님(작년에 돌아가셨지요?)이 교사로 재직하시던 때로 아동들의 동시를 모아
    <일하는 아이들>이라는 시집을 내서 큰 반향을 일으켰지요?
    제가 안동에 살고 있는지라...
  • 솔개 2005.04.04 12:27 (*.36.69.229)
    네, 맞습니다. ^^;
    나는 이런 시가 비록 동시일지라도 좋은 시라고 본답니다.
    그래서 시를 쓰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가장 먼저 이오덕 선생의 책을 소개합니다.
    시를 무슨 말의 기교로 여기는 세태가 너무 팽배해서...ㅡ.ㅡ;
    시의 근원적인 힘은 역시 '진정성'에 있으니까요.
    해설을 보지 않고도 읽히는 시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아무틍, 언제 수님 공방에서 막걸리 한 잔 했으면 싶네요. ^^
    고운 봄이 되시길....
  • 2005.04.04 13:03 (*.80.9.130)
    비료지기 ...시가 참 좋네여.
    솔개님 다니신 들판에 가서 저도 다년생풀들이
    죽은풀잎아래 새싹을 밀어올리는거 보고싶네여.

    사람붐비는 도회지를 떠나
    알라스카에 가서 몇년 살다오고 싶네여.
    복잡한생각을 많이 하니까
    하수구에 때끼듯이 머리에도 때가 끼네여.
  • 비료지기 2005.04.04 13:35 (*.247.159.52)
    옛날에 서울대에서 만들던 '메아리'에 비료지기에 곡을 붙인 노래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시를 읽고 노래를 생각해봤는데 앞부분 조금밖에 기억이 안나네요...ㅠ.ㅠ

  • 조아 2005.04.05 00:52 (*.157.85.107)
    아버지가 올해부터 내게 물려준 사과밭에 오늘 비료 한차 그득 내렸다....
    너무 아름다운 시때문에 눈물 한방울 뚝,,,,
    비료 한포대에도 힘겨워하던 아버지 생각에 또 한방울 뚝,,,,,
    어제 렛슨때 힘겨워 하시던 선생님 생각에 또 한번 핑글,,,,
    쐬주가 땡긴다,,,무지...... 10000식횽아!!!!술한잔하죠!!!!!!!
  • 1000식 2005.04.05 01:52 (*.228.153.58)
    조아님이 누군지 모르지만 어제 렛슨이라면 제선생님의 렛슨?
    난 눈치가 넘 빨라 탈이여~ 뉘기여~ 대충 짐작은 가누만.
    지금 혼자서 쎄주 한 잔 하고 있는데 난 아무래도 알콜 중독인가벼~
    혼자 마시는 술은 독이라 카던데...
    요즈음 거의 잠을 못이루고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하루도 빼꼼한 날이 없응께.
    근데, 밑모를 이 어지러움은 뭐다냐?

    며칠 전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을 뵙고 돌아서면서 눈물 핑.
    생전의 이오덕 선생님이랑 무척 친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글고, 내가 좋아하는 임병호 행님이랑 이오덕 선생님과도 친했고,
    <객주>라는 소설을 쓴 김주영 선생님이랑도 다 술 친구였당께로.
    다 안동을 중심을 활동했던 사람들이었으니까 당연한 사실이지만.
  • 조아 2005.04.05 02:12 (*.157.85.107)
    ㅎㅎㅎ.......마추셨군요.......
    술을혼자먹으면 어케요,,,맨날천날.........가치머거야 마시쩨...
    눈물이 핑나서 잽싸게 휙돌아 섯는데,,,,,,,그만 가치가가 하는말....
    가~치~가~~~.......ㅜㅠ.....
    그래서 내가 그랬죠........
    조.... 아...!
  • ZiO 2005.04.05 02:33 (*.106.195.181)
    전 혼자 맥주 때리고 있습니다...안주는 담배...^^;;
    삼겹살에 소주가 그립네요.
  • 1000식 2005.04.05 02:40 (*.228.153.58)
    지얼님~
    '명정'이 뭔지를 알아야 술 맛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는데...
    삼겹살에 소주라면 내 전공.
    뇨자가 없어 좀 거시기 하지만서두.
    지금 지얼님의 '오 마이 러브' 계속 듣고 있어요.
    안동에 오면 맨날 쎄주에 삼겹살, 혹은 멸치, 아님 참치 캔.
    근데 오늘은 특별히 냉이 된장국에 쎄주.ㅋㅋㅋ
    지얼님 보고잡다.
    잠시 스쳐 봤지만...
  • 조아 2005.04.05 02:41 (*.157.85.107)
    하하하......전,,,
    지얼님이 준 비틀주에,,,담배안주........
  • ZiO 2005.04.05 02:43 (*.106.195.181)
    철푸덕~ OTL
    익명시간 설정 같은 거 이젠 안할랍니다...ㅜ..-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신규입점자 신년이벤트) 기타매니아 홈 메인광고 받습니다(배너제작 가능) 23년 1월 31일까지 file 뮤직토피아 2023.01.19 150127
공지 [공지] 파일 첨부기능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개선완료.. 뮤직토피아-개발부 2021.02.17 173889
공지 "댓글" 작성시 주의부탁드립니다. 4 뮤직토피아 2020.03.09 181944
공지 "기타메니아" 문자/로고 사용에 관한 건 뮤직토피아 2020.02.14 162818
공지 [필독 공지] 연주회 소식을 메인에 노출을 했습니다. 2 뮤직토피아-개발부 2019.11.02 187032
6129 항상 와서 음악들 잘 듣고 갑니다. 3 hya 2005.04.06 3752
6128 매냐여러분들은...... 49 김은미 2005.04.06 3770
6127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우려한다. 9 1000식 2005.04.06 4058
6126 If a cardinal(who was a guitarist) can be select as a next PaPa ? 2 esteban 2005.04.06 3477
6125 줄 갈았어요.. 14 초코하우스 2005.04.04 3901
» 4월에... 11 솔개 2005.04.04 3697
6123 기타매니아음반 담당하실분 찾습니다. 2 2005.04.04 3316
6122 기타매니아악보를 담당하실분을 찾습니다. 1 2005.04.04 3766
6121 [공지] 5월5일..........작곡의날 잔치안내. 7 file 2005.04.04 3520
6120 연주회 스케치 - 조이 오브 기타 앙상블 7 1000식 2005.04.04 5410
6119 풀밭위의 점심 40 file np 2005.04.02 5778
6118 몇몇 &#54973;아들 땜시 솔직히 좀 짜증납니다. 90 삐약이 2005.04.02 4947
6117 용접맨님의 작품.....의자와 발판 10 file 2005.04.02 4960
6116 기대해도 좋을만한.... 1 아이모레스 2005.04.02 3862
6115 niceplace님의 간단의견. 14 2005.04.01 3344
6114 2006년 4월 ..."고양국제기타페스티발"....만우절 함께 꿈꾸기였습니다. 33 2005.04.01 4218
6113 자유와 품위 28 차차 2005.04.01 3676
6112 수 님 방송보고 실망했삼...ㅡ.ㅡ 52 file 삐약이 2005.03.31 5204
6111 오또케!!!!!!......라라님이 화창한 봄날 시집가신데여~ 10 file 라라님팬 2005.03.31 4823
6110 TO;꼬마 아빠 용접맨 2005.03.31 3480
6109 방송 보았는데요.. 귤껍데기 2005.03.31 3123
6108 방송 잘보았습니다. 3 국악신 2005.03.31 3527
6107 아침 11시30분에 수님이 TV에 나오시네요 29 바둥째즈 2005.03.31 4195
6106 연주가 이정도는 돼야죠~ 6 2005.03.31 3561
6105 요새 BWV1006번을 치고있는데여 1 잔수 2005.03.30 3334
6104 [질문] 작곡자 안토니오 호세 (antonio jose) 5 희주 2005.03.30 3671
6103 화제의 인물 코너에 9 삐약이 2005.03.30 4256
6102 수님... 공방에 언제 놀러가도 될까요?..^^ 10 김은미 2005.03.29 3567
6101 기냥 근황 2 gaspar 2005.03.29 3238
6100 교회음악 듀엣곡으로 추천좀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1 빨강장갑 2005.03.28 3724
Board Pagination ‹ Prev 1 ... 370 371 372 373 374 375 376 377 378 379 ... 579 Next ›
/ 57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