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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2 02:10
경기 아트홀 Marco Socias 독주회....
(*.172.78.19) 조회 수 5087 댓글 6
지난주 금요일 11월7일 부천 경기 아트홀에서 열린 Marco Socias의
연주회에 다녀 왔습니다.
아빠, 내일 내 생일날 뭐 해줄꺼야!
올해 중학교 2학년인 작은 딸내미의 앙칼진 목소리가 귀를 찌릅니다.
헐.... 어쩐다.
너 가수들 콘서트 말고 클래식음악회 가 봤니?
아니.
내일 아빠랑 같이 음악감상도 하고 맛있는것도 먹고 선물도 사줄께.
좋아, 좋아!!!
딸내미는 음악회 보다는 맛난음식과 선물에 눈이 멀은듯 합니다.
빨리가자...
머리 좀 말고....
그냥도 예뻐.
안되.
시간도 빠듯한데 죽어도 고데기로 머리는 말아야 한단다.
에그 지 엄마랑 하는 짓은 똑같네.
어찌 되었든 식구들이 모여야 할 작은 딸의 생일 파티는
결국 소시아스의 연주를 보려는 매정한 아빠의 욕심과
오랫만에 밖에 나가 지 애비 뽕을 빼려는 딸내미의 계산이
어우러져 망연자실해 하는 식구들의 따가운 눈총을 뒤로
남겨 놓은채 연주회장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첫곡은 바하의 샤콘느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가 스페인에서 온 소시아스에게는
춥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줄을 고르기 전에 손에 호~ 하며 입김을 붑니다.
몇군데 드러나지 않는 왼손과 오른손의 음색표현의 실수가
있었습니다.
다음 곡은 도메니코니의 "토카타 인 블루"와 "코윤바바"
약간 썰렁하게 느껴지는 연주회장의 기온에 적응한 소시아스의
연주는 이 현대의 기교적인 난곡들을 거미가 실을 풀어 내듯
우아하고 상냥 하게 때로는 거침없이 풀어 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코윤바바는 신비로움과 낭만 그리고 격정이 어우러지며
저의 심장을 울렸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저의 머리속에서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의 테마가 함께 어우러지고 있었습니다.
코윤바바가 끝난 후 저는 일어서서 환호 하며 박수를 치고있는
저를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저 혼자 일어나 있더군요.
아니! 이런 생뚱 맞을때가....
휴식시간에는 간단한 간식까지...
우리 딸내미 이런 클래식 음악회에서는 당연히 간식이
나오는 줄 아까봐 걱정 입니다.
그래 많이 먹어라.
그래야지 밖에서 먹을때 덜 먹지.
역시 매정한 애비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딸내미는 음악보다는 현란한 소시아스의 손놀림에 놀란 모양입니다.
왼손과 오른손을 마구 음직여대면서서 입으로는또로롱 또로롱 띵 띵
기타 치는 흉내를 냅니다.
어떠니?
아빠, 정말 멋져!
코윤바바의 감동과 여운이 너무 강렬했는지 다음 곡들은
정말 멋진 연주임에도 평탄하고 잔잔하게 다가 왔습니다.
그래도 아랑훼즈의 초연으로 잘 알려진 마자의 소품 세곡은
소시아스가 스페인 사람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역시 이런 음악은 기교도 감성도 아닌 핏줄로 연주하는 것입니다.
로드리고의 히오코사 소나타를 끝으로 연주회는 깔끔하게
끝이 났습니다.
저의 음악듣는 폭이 좁아서 인지 앵콜곡 두곡의 제목이
가물 가물 합니다.
라우로의 La Negra...?
또 한 곡은....?
앵콜곡에서는 딸내미도 푹 빠져들어 눈을 살포시
감고 듣고 있습니다.
그 두곡의 앵콜곡은 정말 감성적이고 낭만 적이엇습니다.
연주회가 끝난후 산만할수밖에 없는 홀의 분위기를 마치
찬물을 끼얹듯이 단번에 침잠 시켜 버렸습니다.
제목 정확히 아시는 분 리플 부탁 합니다.
사인을 받으려 수님에게 시디 있냐고 물어 봤더니
시디가 다 팔리고 없답니다.
결국 포스터와 티켓 뒷면에 딸내미를 시켜서 사인을
받아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기타 소리가 들립니다.
매냐의 유명인사이신 정면씨가 소시아스가 사인회를 하는 동안
그의 기타를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 배장흠씨....
용기를 내어 배장흠씨에게 소시아스의 기타를 인계 받았습니다.
1플렛 부터 20플렛까지 고르고 둥근 음이 나오고 높은음으로
갈수록 큰 볼륨을 내 줍니다.
간단한 코드 몇개 훓어 본후 다음분에게 인계.
더 이상은 못 치겠더라고요.
너무 쟁쟁한 분들이 계셔서......
이제는 딸내미와의 약속을 지켜야 할 시간 입니다.
Comment '6'
-
저는 수원에서 보았는데
그날의 감동이 생생합니다...
-
하하...sors님 딸아이랑 오셧엇군요.... 생일을 지대로 치루셧네요...ㅋㅋ...
"역시 이런 음악은 기교도 감성도 아닌 핏줄로 연주하는 것입니다."
밑줄 쭈악~입니다....
음 ....또 그레이칙님과 조국건님이 할일이 생겻네요.....하하
두번째 앵콜곡은
빌라로부스의 마주르카 초로
첫번째 앵콜곡은
waltz marbino(?) 까먹었네요...m이 들어간 곡인데...
수원에서도 알함브라 이후로 연주한 곡인데 누구 앵콜곡제목아시는분 알려주세요.. -
아하~! 옆자리에서 브라보를 외치면서 일어서셨던 분이 sors님이셨군요. ^^
기립 분위기인 것 같아서 같이 일어나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그냥 앉아 계시더군요. ^^;;
앵콜곡이 Lauro 의 베네주엘라 왈츠 중 El Marabino 아니었나요? -
맞아요.
첫앵콜곡은 lauro의 베네주엘라 왈츠 el marabino.
감사합니다.
-
sors님 반가워요~~ 딸아이에게 아주 좋은 아빠시군요...^^
저도 딸이 있으면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은데...
현실은 아들만 둘이라 그냥 평범한 아빠밖엔 될 수 없답니당!!!^^
근데... 요즘들은 왜 이케 연주회 후기가 좋은거야요??^^
마르코스의 연주회를 가보지 못했는데도...
두 분 덕분에 마치 연주회를 가본 것 같네요...^^
Sors님이 아니라 sors님 이란 것도...
왠지 친근감이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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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연주회 티켓값의 10배는 털린것 같습니다.
횡성 한우, 아이팟 거기에 용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