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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11.95.242) 조회 수 7669 댓글 4

우연히 들린 카페통인 블로그에...

올 2월에 두명의 관악기 연주자들과 같이 했던.
연주회에 참석하셨던 분의 연주회 후기가 있어.

박팀장님에게 사전보고(^^;)를 드리고 가져왔는데.
그날 연주회를 잔잔하게 담아낸게 인상적이었다.

음악회 후기는 박현아 님의 글~

.
.




무릎을 마주대고 나누는 작은 음악회

 

1

이제 세상에 태어난 지 얼추 10년이 다 되어가는 큰딸 아이...

그 녀석의 취미는 피아노 치는 거다. 얌전히 피아노만 치던 녀석이 어느 날부턴가 이런저런 악기에 관심을 가지지 시작했다.
기타소리가 좋다고 해서 우크렐레를 사 주었더니 요즘엔 리코더와 오카리나 연주에도 열을 올린다.
누구 닮았지? 일요일 아침이면 클래식 cd를 틀어놓고 ‘오케스트라에 관하여’라는 책에 열중하는 녀석을 보며 남편과 나는 참 별일이네... 했다.
무작정 음악이 좋다하니... 그래, 좋아해라, 좋아하면 되지, 듣고 연주하고 그러면 되지 뭐....
하다가도 속마음은 저러다 덜컥 음악을 전공하겠다면 우찌되는 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레슨비와 예고입시와 비싸기만 한 악기 비용 등등... 온몸에 땀이 삐질거린다.

공연만 해도 그렇다. 웬만한 클래식 연주회는 아이 둘 데리고 선뜻 주말 나들이 삼아 다녀올 만큼 가격이 착하지 않다.
해서 집 근처에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형형색색 나부껴도, 음악은 귀로 듣는 거다... 하며 cd 사운드로만 아이의 욕망을 간신히 채워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귀가 솔깃해지는 소식이 들렸다.

cafe통인과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 - 바흐 동시대 작가들 2.18. sat .4 p.m.

 

 

 

토요일. 공연을 보러나갈 준비를 하는 마음이 가볍게 살랑거린다.
두 딸 아이의 머리도 여느 때보다 곱게 빗기고, 연주를 들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상하는 자의 자세에 대한 코멘트도 잊지 않고 몇 마디 날렸다.



2




시간에 너무 딱 맞췄나... 통인 카페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인다. 빈자리라고 해야 맨 앞줄 서너 개 뿐...
키 작은 아이들에겐 오히려 그게 낫겠다싶어 맨 앞줄에 네 식구가 키 맞춰 쪼르르 앉았다.
따뜻한 코코아 잔을 하나씩 손에 들고 호호거리는 녀석들 앞으로 클래식 기타를 든 연주자들이 등장한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장내에 흐르고 음악회의 해설을 맡아주신 분이 나서서 오늘 있을 연주회에 대한 짧은 설명을 덧붙였다.

공연에 가기 전 도대체 무슨 연주회에 가는 거냐고 큰 녀석이 끈질기게 물어댔다.
음악적 식견이 전무한 나는 그저 “바로크 음악이라던데...”라고 말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보통의 연주회에서는 볼 수 없는, 친절한 설명이 곁들어졌을 때, 난 열심히 아이의 옆구리를 찔러대는 걸로 소심한 복수를 했다.
“잘 들어, 설명해주시잖아...” ㅎㅎㅎ


 


그날 연주된 곡들은 G.P. Teleman, Antonio Vivaldi, George Friedrich Handel, Arcangelo Corelli, Anthony Holborne 등의 작품과 바로크 시대의 무곡들이었다.
그나마 이름이라도 아는 헨델과 비발디가 있어 까막눈은 면할 수 있었다.
어차피 나 같은 이에겐 어떤 시대, 누구의 작품, 작품번호 몇 번, 이런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제목과 작품번호와 다시 그 뒤로 길게 나열되는 외국어의 행렬은... 의미의 옷을 벗어버린 기호일 뿐이다.


그래서 듣고 또 듣고, 그저 듣기만 했다. 그리고 보고 또 보고 보기만 했다.
기타의 현 사이를 오가는 손가락 끝, 플롯에 살짝 닿아 파르르 떨리는 입술,
가늘고 긴 관을 관통하며 울리는 리코더의 가냘픈 음색, 연주 시작 전 박자를 맞추기 위해 연주자들 끼리 보내는 눈짓들...
그리고 그런 동작 하나하나를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는 작은 녀석의 눈동자와 무곡의 리드미컬한 박자에 맞춰 손장단을 치는
큰 녀석의 두 손과 그 모든 것들의 너머로 보이는 창밖의 겨울 하늘들을....


3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 본 적이 있다. 누가 연주했는지 누구의 작품이었는지 하나도 기억 안 난다.
다만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건, 그날 시드니의 날씨와 내 옆자리에 앉았던 노부부와 연주 중간부터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던 그 할아버지의 코고는 소리뿐이다.

봄의 기운이 마구 뒤섞인 겨울의 끝자락, 통인 카페에서 작은 연주회가 있었다.

너무도 작은 연주회이어서, 맨 앞줄에 자리한 우리 식구들은 연주자들의 무릎과 그들의 악기에 행여 몸이라도 닿을까 조바심을 내야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또렷해지는 기억들이 있다. 훗날 그때 연주되었던 작품의 제목을 잊고 작곡가의 이름을 잊더라도,
우리의 발과 그들의 발 사이에 작게 놓여 있던 그 공간은 잊지 못할 것이다. 그 공간이 무대와 객석을 나누는 희미한 표석이었다는 것도 잊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 그 경계의 희미함 덕에 그들의 음악을 눈으로 더듬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었던 짜릿함 또한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무릎을 마주대고 앉아 나눌 수 있는 음악이라면...

그런 작고 따스한 음악이라면...

큰 녀석이 음악을 하겠다 선언해도... 뭐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지 싶다. 호홍홍~ 

 

Comment '4'
  • april 2012.09.07 10:08 (*.9.179.159)

    안녕하세요. 이브남님. 항상 열정적인 모습 잘 보고있습니다. 멋지십니다.
    제가 댓글을 단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부탁이 하나 있어서 그럽니다.
    저는 허견의 친구인 정승원이고. 폴인기타앙상블 지휘자입니다. 서울대 기타전공 졸업했고요.

    자작나무 연주때나 그외 각종 자리에서 몇번 뵙기는 했습니다만. 기억하실런지요. ^^

    예전에 지선상으로 활동하실때 바흐작품 1043번 녹음 및 편곡하신 걸 기억합니다.
    여기에 링크로 녹음 올리신것도 잘 들었습니다.
    그걸 구하려고요.

    확실치는 않지만 1043번 합주버전으로 해볼까... 간보는 중입니다.
    그래서 그때 좋은 편곡과 녹음을 참고하고 싶어서 글 남깁니다.
    그때 편성은 5중주이고, 저희는 7파트 이상의 합주로 편성하므로 카피를 해서 편곡하지는 않습니다.
    그 부분은 염려마시고, 좋은 편곡이었던 기억이 나서, 참고하려고 합니다.

    녹음과 편곡을 보내주실 수 있다면
    seachung@hanmail.net 으로 보내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리겠습니다.
    편곡은 아마 피날레로 하셨을까요? 혹시 앙코르로 하셨다면, 앙코르파일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이브남 2012.09.13 10:59 (*.211.95.242)
    인사가 늦었습니다. (^^)a

    요청하신 자료들은 메일로 보내드렸고.
    합주하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간간이 연주회에서 뵌 기억이 있는데.
    이래 저희 앙상블을 좋게 봐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그럼 나중에 다른 연주회에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__)
  • 지선상 2012.09.07 16:38 (*.247.149.151)
    이브남.. 잘 지내지?
    내(지선상) 해외출장이 많아 연주회 방문 및 만남이 쉽지 않구나...
    조만간 함 보자... 연락혀..
  • 이브남 2012.09.13 11:01 (*.211.95.242)

    저야 머 늘 그렇듯 잘 지내고 있습니다~ (^_^)

    그나저나 얼굴보기가 거의 연예인 수준이네요.
    전화 통화도 잘 안되고...

    학교 연주회때면 볼 수 있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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