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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011.03.22 15:28

Julian Bream

(*.92.51.229) 조회 수 9646 댓글 1


Julian Bream, Guitar.
                                                    
                                                                          

뉴욕 타임즈는 줄리언 브림을 "40년 동안이나 다양성과 생명력을 지켜온 변함없는 기타의 거장"(90. 3.26)이라고 극찬한 적이 있다. 1933년 영국에서 태어난 브림은 50년 대 초에 데뷔하여 현재까지도 꾸준한 연주활동과 마스터클래스, 비디오제작(Guitarra, 총 8편) 등을 하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 기타계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인물로, 위의 신문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연주스타일과 음색은 매우 다양하다고 평가받는다. 듀엣음반 "Together"를 발매, 가장 직접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존 윌리엄스의 경우 음색이 탱글탱글하고 탄력이 느껴지며, 음색이 밝고 약간 가벼워서 다소 딱딱한 느낌도 주는 반면, 브림의 경우 음색의 변화가 다양하다. 여리고 부드러운 소리, 어두우면서 약간은 먹먹한 느낌이 드는 소리(사운드 홀 부근에서의 탄주), 딱딱하고 껌을 씹는 듯한 ponticello에 이르기까지.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이다"라는 베토벤의 말처럼, 혼자서도 오케스트라의 연주인 듯한 풍부한 연주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바로 오른손을 이동해가며 탄현의 위치를 달리하고, 줄의 텐션을 느끼며 연주함으로써 다양한 음색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브림은 현재 공부하는 우리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특징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브림의 데뷔 시 많은 후원을 해 줬던 당대 최고의 비르투오조, A.Segovia의 연주스타일은 무척 개성이 넘치고 낭랑한 음색이 특징이었기 때문이다. 그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스타일인 브림이 그의 뒤를 이어 위대한 기타리스트로 전 세계에 확실히 자리 매김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스페인 중심의 음악과 고정된 음색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세고비아의 공적을 인정하고, 그의 음악세계를 대단히 좋아하긴 하나 그의 연주 스타일은 현대 연주가들이 추구하는 세계와는 다르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기타음악에 대한 이러한 주장은 그의 연습과정을 살펴보면 금세 이해가 간다. 그가 어느 한 곡을 자신의 레퍼토리로 만들기 위해서 보이는 열의는 대단한 것이며,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처음에 악보만 가지고 음악의 개요를 파악하고 그 곡에 사용된 몇 가지의 작곡 기법을 이해한다. 그런 다음 한동안 생각한 후에 기타를 가지고 연습에 들어가는데, 그 연습기간은 최소한 1개월은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 곡이 그의 레퍼토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시 5~6주간 그 곡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며, 그 다음 작은 연주회에서 연주를 시도해 보고 서서히 본격적인 연주회나 녹음에 들어간다. 그 후 2~3년간에 걸쳐 몇 번이고 연주하다가 그 이후에 그 곡을 계속해서 연주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 악보를 받자마자 바로 운지를 잡고 열심히 연습할 뿐, 화성분석이나 프레이즈의 형성, 음악의 표현 등은 선생님이 레슨을 해 줄 때서야 깨우치는 우리들이 확실히 본받아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이 곡의 조성은 무엇인지, 크게 몇 부분으로 되어 있는지, 특정부분에서는 어떤 식으로 해석하여 표현할 것인지 등, 머리로 이해가 되어야 손으로도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가슴이 먼저 느끼는 것을 머리에 이해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 브림은 기타연주에 있어 "가슴으로 느낀 것을 머리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고 그의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기타 연주가 청중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연주가의 생각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러한 것을 기타라는 악기가 갖고 있는 기술적인 한계라고 탓한다면 그것은 기타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그는 확신 있게 주장하는 사람이다.
  
사실 현재까지도 클래식음악계에서 기타가 차지하는 위상이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고대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긴 역사를 가진 악기임에도 불구하고, 기타를 위해 작곡된 레파토리의 부족과 발현악기의 특징이자 한계라 할 수 있는 음의 짧은 지속성과 음량의 문제 등이 아마도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이는 브림이 데뷔 할 당시에도 마찬가지여서 그가 영국에서 기타리스트로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다. 그것은 마치 '전쟁'과 같은 것이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그때까지만 해도 기타에 대한 편견이 대단했고, 기타를 클래식음악 범주에 넣기조차 꺼려했다. 심지어는 그가 다니는 학교에도 기타를 들고 들어갈 수 없었다. 브림이 처음으로 학교 안으로 기타를 들고 들어간 것은 학장이었던 게오르그 디슨의 생일 파티 때 기타를 연주해 줄 것을 요청했을 때였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브림은, 영국 사람들의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꿔 놓은 장본인이다. 거의 독학으로 기타를 공부한 그는 1951년 위그모어 홀에서 데뷔, 선풍적인 성공을 거두며 불과 3년 안에 영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떠오른 것이다. 군복무 기간에도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던 그는, 1954년 첫 유럽 순회 공연에서 성공을 거둠으로써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레코딩 활동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RCA와 손잡고 40년 가까이 발매한 숫자만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는 그 동안 미국 국립 레코딩 과학아카데미상을 6회 수상한 것을 비롯해서 에디슨상 2회, 수 차례의 그라모폰상, 빌라로보스 금상, CBE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동료인 존 윌리엄즈와 함께 출반 한 음반은 여러 장에 걸쳐 골든 디스크를 기록했다. 브림의 명성은 1976년 영국 BBC방송이 '전원생활'이란 프로그램으로 그의 일대기를 방영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특히 그는 예후디 메뉴인·BBC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을 통해 기타를 협주악기로 부각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브림의 음악에 대한 자세는 매우 진지하고 정열적이다. 그는 학생들을 레슨 할 때 항상 정열과 즐거움이 넘쳐 있다. 그의 제자들에 따르면 그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휘파람으로 멜로디를 불고, 발로 박자를 맞추면서 방안을 왔다갔다한다고 한다. 어떤 때는 학생의 연주에 즉흥적으로 반주를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재치 있는 농담으로 제자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음악에 관한 한 매우 까다롭고 엄격한 편이다. 음악적인 바탕이 없는 연주나, 작곡자가 지시한 기호를 잘 지키지 않는 연주를 상당히 싫어한다. 여기서 그가 가장 문제시하는 것은 리듬과 템포 루바토이며, 같은 프레이즈도 여러 가지로 해석하는 편이다. 그에 따르면 연주가는 자신이 연주하는 음을 잘 듣고, 매우 빠른 스피드를 요하는 부분에서는 정확하면서도 자신 있게 연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도 테크닉도 자신이 엄격하게 콘트롤 할 수 있는 연주를 할 수 있을 때 청중은 비로소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인지 연주홀에서의 그의 자세는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지한 편이다. 연주홀에 따라, 또는 청중이 많고 적음에 따라 음향이 다르므로 우선 리허설 때 철저하게 점검하고 본 연주 때는 무대 위에서 작은 소리로 조현 하면서 음향을 점검하는 철저를 기한다. 그러나 때로는 음향이 좋지 않은 홀에서 연주할 때도 있다. 그럴 경우 그의 연주태도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그는 그런 홀에서는 음향을 무시해버리고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몰두한다. 그렇게 하면 청중들도 그 분위기에 매료되어 음악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음악은 소통이라 생각한다.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조차 기타를안고 연주를 시작하면, 금세 그 연주에 빠져들고, 감동 받고,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유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1933년 태생의 줄리언 브림. 이라는 인물을 내가 기타를 통하지 않고 그냥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에게서 감동 받고 그를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었을까? 그 뿐만 아니라 기타를 사랑하는 많은 애호가들과도 마찬가지다.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전부 다르지만, 우리는 기타음악을, 때로는 기타자체를 좋아하고 아낀다는 공통분모 하나로 모두 친구가 되고, 더 좋은 무엇인가를 위해 지식과 감정을 교류한다. 다만 그 안에서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연주자, 좋아하는 연주 스타일이 나뉠 것이다. 그러나 '누구의 연주가 최고이고 나머지는 형편없다' 식의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다른 이에게서도 좋은 점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브림은 음악행위에 관한 한 자존심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진지함과 자유로움, 그리고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는 열정. 그러한 것들이  Guitasist Julian Bream을 탄생시켰고, 기타를 공부하는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출처*
1. 월간『객석』, 1993년 03월호.
2. 송경수, 『클래식기타』, 양서각, 2005.
3. 기타매니아 www.guitarmania.org


[출처] Julian Bream, Guitar|작성자 숨쉬기
퍼옴 : http://blog.naver.com/mulbeong/110004086428
Comment '1'
  • 오리베 2011.03.24 22:13 (*.60.248.147)
    음악의 수준은 물론이고 자신의 악기를 위한 공헌도로 볼 때에도 역사상 최고의 클래식기타리스트는 다른 이가 아닌 바로 이 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기타 뿐 아니라 어느 악기의 어떤 연주가가 그토록 높은 수준의 작품들을 브림만큼 꾸준히 개인적으로 받았을까요. 음악계에서 세고비아는 알아도 브림은 잘 모르죠. 그의 정당한 몫보다 오히려 덜 평가받고 있는듯합니다. (오늘날 더 뛰어난 기타리스트들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젊은 브림이 스트라빈스키옹을 찾아가서 류트 연주하는 비디오도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t4f8fej9Sqo

    그러나 결국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은 받지 못해서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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