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2005.07.19 00:15

음악을 나눈다는 것

(*.39.239.83) 조회 수 2587 댓글 1
얼마전 우연히 정말 좋은 밴드의 공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뭔가 알아볼게 있어 동대문 근처를 지나다가 대형 의류 상가 앞 가설무대에서 락공연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던거예요. 오래전 아주 오래전 생각이 났습니다. 가죽재킷에 기타케이스를 자랑스럽게 매고 교대앞 연습실을 다녔던 기억이요. 제프벡, 로이부캐넌 정말 좋아했는데.

정말 가슴이 떨리더군요..  

깔끔하고 따뜻한 소리였습니다. 과장되지 않은 가사와 느낌이 있는 멜로디. 보컬 맡으신 분은 시종일관 밝게 웃으시면서 노래하시고 특히 가사를 정확하게 전달해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기타 맡으신 분도, 베이스 맡으신 분도, 드럼 맡으신 분도 정말 군더더기 하나 없는 음악을 들려주셨어요.

저는 계속 서서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흥겨워졌습니다. 둘레둘레 보니 서 있던 분들 모두들 가볍게 어깨를 움직이고 계시더라구요. 또 어떤 여성분들은 가사를 따라부르시는 것으로 보아 잘은 모르지만 지금 공연하고 있는 밴드가 나름대로 "팬"을 보유한, 역사가 있는 밴드인가보다 싶었습니다.

가끔 그럴 때 있습니다. 밴드가 공연하러 나와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하기보단 그저 자신들의 공연에 취해있다는 점을 느낄 때가 많아요. 음악을 한다는 것이 그리 큰 벼슬도 아니고 다만 좋아서 하는 것일뿐인데, 괜히 일부러 관객모독에 가까운 언사를 한다든가, 혹은 신나고 즐거운 곡을 부르는 것까지는 좋은데, 멤버들끼리만 너무 신나서 오히려 그걸 보는 관객은 구경꾼이 되어버린다든가, 심지어는 무슨 사운드체킹을 그렇게 오래도록하는지 물론 이유야 있겠지만 음악을 하고 공연을 한다는 것의 무게중심을 함께 나누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본인들의 즐거움을 위해 한다는 느낌을 줄 때가 적잖이 있습니다.. 그러러면 그냥 연습실에서만 하면 되죠.. 공터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누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밴드가 공연을 한다는 것은, 연습실에서 연주한다는 것과는 정말 다른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 음악이 뻗어나가 들릴 수 있는 공간에 함께 있는 모두와 음악을 나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더밴드이지만, 우린 우리 자작곡만 연주해요!! 라고 하지 않고 모두가 익숙한 곡들도 한 두곡 연주할 수도 있는 것이고, 밴드 멤버들이 아무리 흥에겨워도 관객들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의 빠르기로 연주하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나 저 같은 사람에게 밴드 공연의 또다른 역할은  "위무" 입니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나 스스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사람, 그저 서서 바라보고 있는 나의 마음을 밴드가 알아준다는 느낌이 날 때 정말 행복하거든요.

클래식기타 공연도 그 본질적인 부분은 이와 다르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연주는 연주자와 한 음 한 음 사이의 고독한 싸움일 수 있겠지만, 공연이란 것은 연주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피아니스트 짐메르만 선생님은 비록 농담 비슷하게 말씀하셨지만 표정이 없는 연주자는 공연을 하지 말고 녹음실에서 녹음이나 하라고 하셨었어요. 관객에게 베푸는 맘도 아닌, 뽐내는 맘도 아닌, 정말 내가 해온 고독한 싸움을, 그 싸움의 결과인 나의 음악을 온전히 공간의 모든 사람들과 나누는 그런 콘서트.

정말, 그런 콘서트에 가서 말그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껴보고 싶어요.
누군가의 음악을 통해, 그 음악에 깃든 그의 삶을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 아닌가요.

올해엔 좋은 기타 콘서트가 계속 열립니다.. 한동안 기타 콘서트에 가보기를 게을러했는데.. 지금부터 부지런히 계획을 잡아서 놓치지 않고 쫓아다녀보렵니다..


Comment '1'
  • 마에스트로 2005.07.22 10:29 (*.150.97.166)
    좋은 말씀이십니다. 같은 예술이지만 콘서트를 보는것과 미술관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것 같아요. 으니님 말씀대로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대다수의 청중을 행복하게 해준다는게 정말 그들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도 잡식성(?)이라 장르에 구분없이 듣고 즐기는 편이지만 그들 연주가 작곡가, 가수들에게 느끼는 공통점은 거의 비슷한거 같아요. 물론 매 공연이 내 입맛같지는 않아 가끔씩은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공연으로든 음반으로든 누군가를 매료시키고 이끈다는 것이 큰 능력 같습니다. 중요한건 장르가 아닌 귀와 마음과 머리가 느끼는 복잡미묘한 감동이겠죠? 매니아칭구분들이 올려주신 지직거리는 녹음소리가 감동인것 처럼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73 이 손톱은 어떻게 길러야 하나용.......ㅠ.,ㅠ 11 file 우울 2005.05.13 4266
2272 이 노래연주자가 정말 궁금합니다.꼭좀 알려주세요. file 김정환 2005.12.06 3021
2271 이 광고에 나오는 기타음악이 무엇인가요?? 광고 2005.12.24 4741
2270 이 곡 제목좀 알려주세요~ file 최대웅 2005.10.10 3692
2269 이 곡 제목좀 알려주세요..ㅇㅇㅇㅇㅍㅣ 아 노 곡인디.. 1 file 아따보이 2004.04.12 2018
2268 이 곡 제목 발음 어떻게 하나요? 5 미안하다궁금하다 2004.12.15 2461
2267 이 곡 악보를.......갖고 계시지 않으면 제목이라도.... 2 file 복구반장 2008.04.07 4333
2266 이 곡 맞죠? 2 지리멸렬 2005.02.05 2177
2265 의학에선 철학나와도... 2001.01.31 3210
2264 의자랑 발판 높이가 궁금합니다o_o 2 y 2005.04.23 2559
2263 응용반주법 ㅡ Spagnoletta (5) gmland 2009.09.04 11845
2262 응용반주법 ㅡ Spagnoletta (4) 5 gmland 2009.09.04 7227
2261 응용반주법 ㅡ Spagnoletta (3) gmland 2009.09.04 7629
2260 응용반주법 ㅡ Spagnoletta (2) 2 gmland 2009.09.04 5272
2259 응용반주법 ㅡ Spagnoletta (1) 6 gmland 2009.09.03 6914
2258 음표와 음의 지속시간 9 정동성 2001.07.11 2352
2257 음이 끊겨요. 4 seedry 2004.11.29 2716
2256 음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요.. 도와주세요 T.T 3 마리넬리 2012.04.08 7214
2255 음악추천좀 부탁드릴께요(쓰다보니 장문이 되었습니다..ㅠㅠ) 1 초보매니아 2005.04.24 2602
» 음악을 나눈다는 것 1 으니 2005.07.19 2587
2253 음악용어 좀 알려주세요~~~ 3 김현수 2006.07.22 3810
2252 음악용어 사전 (악상 지시어) 2 고정석 2009.03.11 15726
2251 음악감상실에..씨티헌터... 5 레옹 2005.01.23 2293
2250 음악감상실 파일 저장법 2 다락방기타 2004.05.09 2336
2249 음악감상실 음악을 mp3로 다운받을 수는 없나요? 6 전지웅 2004.09.21 2861
2248 음악,악보 신청이요~ 2 황소~! 2007.04.03 3453
2247 음악 재생이 안됩니다 도와 주세요(다운이 안되는 것 같아요) 초보 2008.06.20 8418
2246 음악 올리려고 하는데 오케 올리는지 멀라서요 1 2005.07.17 2369
2245 음색에 대해서.. 4 언젠가 2005.03.14 2505
2244 음색에 대하여... 1 다미 2002.04.09 2584
2243 음색 = f(현종류, 기타가격, 녹음기술, 주법)?? 3 seedry 2004.12.15 2679
2242 음반정보요... 밥오 2005.02.22 2010
2241 음반어디서 구하나요?? 5 변연수 2002.08.03 2399
2240 음~ Muraji Kaori 음반 중에서... 5 이훈 2003.06.18 2982
2239 음..좋은 싸이트다. p.i.m.a 2001.02.05 2676
2238 음..수님.. 18 김태형 2001.06.15 2586
2237 음...저도 왼손 엄지에 대해서 질문을좀... 2 baboking21 2005.08.11 2401
2236 음...역시 정팅 대화방은 Clara님이 만들지 않으면... pepe 2001.06.15 2682
2235 음...take five 라는 곡에 대해서 질문을 좀 드릴까하는데요~ㅎㅎ 2 baboking21 2005.09.04 2737
2234 음....또다 또!! +_+ 3 baboking21 2005.09.08 3034
2233 음,, 기타 완전 초보인데요 클래식 기타 자세와 손모양좀 가르쳐주세요 5 koa001 2008.08.31 4970
2232 으음...심각한 고민.. 3 고정욱 2001.07.10 2505
2231 으앙~~~>,<;;; 으랏차차 2001.02.01 2648
2230 으악!! 아무래도 아이디를 바꿔야 겠어여 미쵸내가!!! 5 기타살앙 2001.07.05 2477
2229 으랏차차님이 새내기칭구들을 위해서........ 2 2001.05.24 2480
2228 으랏차차님... 2001.01.30 2694
2227 으라차차님 귀국파티안내............. 1 2002.01.23 2295
2226 으... 느린 손가락들... 1 kai 2003.10.27 2219
2225 윤종신 5집 "오늘" (이병우님이 반주하셨다는 곡) 황정훈 2007.08.25 4140
2224 윤건-몇번을헤어져도 조원재 2005.02.20 2393
Board Pagination ‹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61 Next ›
/ 6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