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단은 커다란 악기와 같습니다.. 지휘자는 그 악기를 움직이는 연주자...
연주자의 머리속에 있는 음악을 그려내는 가장 완벽한 악기가 교향악단이 아닐까요?
그 음악이 지휘자라고 하는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니 민주주의는 교향악을 연주하는데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휘자를 독재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토스카니니
이태리 사람인 그는 모든 곡을 되도록 빠른 박자로 연주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그는 인격과 덕망이 높아서 세인들의 존경을 받았지만, 악단의 단원들에게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얼마나 신경질적이고 옹고집이 세었는지,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지휘봉을 꺽기도 하고 그래도 분이 풀이지 않으면 손수건도 찟고, 웃옷을 벗어 갈기갈기 찢기도 하고, 단원의 악보도 찢고, 보면대도 걷어차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단원들은 집에 아이가 울며 말을 듣지 않으면 "너 계속 때 쓰면 토스카니니에게 데려간다" 라고 엄포를 낼 정도였다나?
카라얀
엄청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지휘자입니다... 지휘할 때 시종일관 눈을 감고 지휘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빨려들어 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리허설 할 때, 그도 역시 단원들에게 무척 엄격했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거나 자신이 요구한 것이 나오지 않으면 아주 큰소리로 야단을 쳤다고 하는군요. 분노의 아리아를 부르며...
발터
대부분 악단 단원들은 말 많고 잔소리를 많이 해대는 지휘자를 무척 싫어했다고 합니다.
발터의 경우는 성격이 온화하고 상당히 인격적이라고 합니다. 잔소리도 그리 많이 하지 않고.... 언젠가 테레비에서 발터의 리허설을 본 적이 있었는데요..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이었나... 중간 중간에 자신의 해석을 단원들에게 자상하게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클렘페러
요즈음 제가 좋아 하게된 지휘자입니다.
아주 건장한 체구에 무뚝뚝한 사자와 닮은 얼굴... 그는 젊었을 때 난봉꾼이었다고 합니다. 20대에 어느 연주회에서 그가 사랑한 유부녀의 남편이 채찍을 들고 나타나 연주도중 그에게 달려들었는데, 지휘를 그만두고 격투를 벌였다고 합니다. 그 남자가 도망가고 클렘페러는 청중에게 "지금 소동은 제가 00을 사랑했지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라고 말하고 다시 지휘를 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그의 인생은 시련이 많았습니다... 뇌종양으로 수술 받기도 하였고,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하였으며, 말년에는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잠이 들었다가 옷에 불이 붙었는데 불을 끄려고 옆에 놓여 있던 알코홀을 잘 못 부어 전신에 화상을 입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지 그를 일컬어 "옛날에는 불량자, 지금은 성자", 혹은 "현대의 바흐" 라고 합니다.
악단 단원들은 그를 진정 존경하였나 봅니다. 그는 한때 EMI 소속 교향악단을 지휘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EMI는 그 교향악단을 해체하였는데, 그 단원들이 다시 모여 단원지주회사를 설립하여 필하모니아 교향악단을 만들어 그를 종신 지휘자로 추대하였다고 합니다.
온갖 고행을 격은 그의 말년의 연주는 토스카니니와는 다른 특유의 느린 템포로 일관합니다. 그의 '느림'은 흔히 '힘든 벼랑을 기어오르는 등반가의 투쟁'으로 비유되었다고 합니다. 유려한 선율, 투명한 사운드도 그의 음악에서 찾아보기는 힘들고, 감각적 흥분을 자아내는 템포의 약동도 없지만, 그의 음악에는 집중력과 의지로 투철하게 무장된 일종의 '이상주의적 긴장감'이 시종 배경에 깔려 있다고 합니다. 느린 템포마저도 그에게는 일종의 투쟁이었을 겁니다.
이런 클렘페러의 연주가 요즘 제 가슴에 와 닿습니다.
채소...
...참고 글...
- 유윤종의 고전음악 칼럼, 거장의 숨결 -오토 클렘페러, http://cnc.or.kr/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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