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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003.09.24 18:58

the autumnal equinox

(*.46.8.213) 조회 수 5751 댓글 10
문득 생각이 나서 달력을 확인했다.

추분.

여름낮이 그 끝에까지 이르는 '하지'를 지나, 점점 길어져오던 밤이 낮과 꼭 같아지는 날이다.

밤은 늘 내 곁에 있었다. 바삐 움직여야하는 낮과는 달리,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 되어주었고, 모든 것이 손 닿지 않는 먼 곳에 있었을 때에도 나를 서늘하고 고요한 그의 담요로 감싸 덮어주었다. 나는 밤에게 이야기했고, 밤에게 편지를 썼으며, 그가 나를 거두어 잠으로 옮겨줄 때까지 마음껏 흐느끼거나 행복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밤을 사랑했다고 해서, 밤이 아주 긴 겨울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것을 마냥 좋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아마 내 인생에 낮이 없고 밤만이 계속되었었다면 난 이미 말라죽었을 것이다. 시끄럽고, 일회적이며, 여러가지 목적이 교차하는 전장으로서의 낮, 노동의 낮에 잠시라도 몸과 마음을 내맡겼기 때문에 삶을 부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추분이 늘 새삼스럽다. 낮과 밤이 꼭 같은 이 날, 그럴 순 없을까. 다른 것을 위한 시간과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엇비슷할 순 없을까.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꼭 같게 있으면 안될까. 정신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들이 꼭같이 공존할 순 없을까. 내 인생에서 낮과 밤이 늘 꼭.. 같은 시간으로 주어지면 안될까. 배타적인 순수성은 싫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세련되어지는 것과 원래의 처음 마음들을 지키는 것이 어느 한쪽도 기울고 넘침이 없이 꼭 같으면 안될까.

equilbrium.. 아직도 내게는 너무나 멀기만 한 것.

가을의 한 가운데서,
휘청,
나의 한 중간이 꺾어진다.







  
Comment '10'
  • 진성 2003.09.25 00:14 (*.59.129.80)
    '낙서'게시판에 어울리지 않는 글.... ^^; 으니님, 허리 안 좋으시나요? 디스크? 예전에 저도 허리가 안 좋아서 한약방에서 지네말린거 먹은적 있는데... ^^
  • 으니 2003.09.25 04:23 (*.117.223.181)
    아.. 그거 효과있어요? 빻아서 먹으면 좀 덜 징그러울거 같긴 한데..
  • 진성 2003.09.25 06:21 (*.59.129.80)
    가루를 소주에 타서 먹는겁니다. 그냥은 느끼해서 먹기 힘들어요. 효과는 잘 모르겠고 기분상... 으니님 글, 주옥같아요.
  • nenne 2003.09.25 07:45 (*.232.18.206)
    으니님 너무 바쁘신가 봅니다. 그래도요. 바쁜 사람이 여유를 소중히 알고 즐길 줄 아는 거 같아요. 요즘 하늘이 디게 이뻐요. 구름이 솜사탕 같아요.
  • pepe 2003.09.25 11:17 (*.204.4.218)
    화이팅...!
  • 발산동독자 2003.09.25 14:18 (*.181.49.207)
    으니님은 참 헷갈리는 분이서요. 이럴때 보면 무지 예쁜분인거 가튼데...
  • 발산동독자 2003.09.26 16:57 (*.232.81.8)
    그런데 누구 얘기만 나오면 기울기가 너무 쏠리자나여, 고지 먹은것은 아닐테고...
  • 발산동독자 2003.09.26 16:59 (*.232.81.8)
    하기사 equilbrium이 으니님이라고 쉽지마는 안켔져?
  • 으니 2003.09.26 23:22 (*.118.111.130)
    앙.. 발산동독자님이시당^^ 안녕하세여.. 그런데 "고지"가 뭐예여? 모르는거다--a
  • 으니 2003.09.26 23:22 (*.118.111.130)
    글구.. 전 꽃미남에 확~ 맘 쏠립니다.. --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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