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2003.09.24 18:58

the autumnal equinox

(*.46.8.213) 조회 수 4227 댓글 10
문득 생각이 나서 달력을 확인했다.

추분.

여름낮이 그 끝에까지 이르는 '하지'를 지나, 점점 길어져오던 밤이 낮과 꼭 같아지는 날이다.

밤은 늘 내 곁에 있었다. 바삐 움직여야하는 낮과는 달리,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 되어주었고, 모든 것이 손 닿지 않는 먼 곳에 있었을 때에도 나를 서늘하고 고요한 그의 담요로 감싸 덮어주었다. 나는 밤에게 이야기했고, 밤에게 편지를 썼으며, 그가 나를 거두어 잠으로 옮겨줄 때까지 마음껏 흐느끼거나 행복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밤을 사랑했다고 해서, 밤이 아주 긴 겨울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것을 마냥 좋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아마 내 인생에 낮이 없고 밤만이 계속되었었다면 난 이미 말라죽었을 것이다. 시끄럽고, 일회적이며, 여러가지 목적이 교차하는 전장으로서의 낮, 노동의 낮에 잠시라도 몸과 마음을 내맡겼기 때문에 삶을 부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추분이 늘 새삼스럽다. 낮과 밤이 꼭 같은 이 날, 그럴 순 없을까. 다른 것을 위한 시간과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엇비슷할 순 없을까.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꼭 같게 있으면 안될까. 정신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들이 꼭같이 공존할 순 없을까. 내 인생에서 낮과 밤이 늘 꼭.. 같은 시간으로 주어지면 안될까. 배타적인 순수성은 싫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세련되어지는 것과 원래의 처음 마음들을 지키는 것이 어느 한쪽도 기울고 넘침이 없이 꼭 같으면 안될까.

equilbrium.. 아직도 내게는 너무나 멀기만 한 것.

가을의 한 가운데서,
휘청,
나의 한 중간이 꺾어진다.







  
Comment '10'
  • 진성 2003.09.25 00:14 (*.59.129.80)
    '낙서'게시판에 어울리지 않는 글.... ^^; 으니님, 허리 안 좋으시나요? 디스크? 예전에 저도 허리가 안 좋아서 한약방에서 지네말린거 먹은적 있는데... ^^
  • 으니 2003.09.25 04:23 (*.117.223.181)
    아.. 그거 효과있어요? 빻아서 먹으면 좀 덜 징그러울거 같긴 한데..
  • 진성 2003.09.25 06:21 (*.59.129.80)
    가루를 소주에 타서 먹는겁니다. 그냥은 느끼해서 먹기 힘들어요. 효과는 잘 모르겠고 기분상... 으니님 글, 주옥같아요.
  • nenne 2003.09.25 07:45 (*.232.18.206)
    으니님 너무 바쁘신가 봅니다. 그래도요. 바쁜 사람이 여유를 소중히 알고 즐길 줄 아는 거 같아요. 요즘 하늘이 디게 이뻐요. 구름이 솜사탕 같아요.
  • pepe 2003.09.25 11:17 (*.204.4.218)
    화이팅...!
  • 발산동독자 2003.09.25 14:18 (*.181.49.207)
    으니님은 참 헷갈리는 분이서요. 이럴때 보면 무지 예쁜분인거 가튼데...
  • 발산동독자 2003.09.26 16:57 (*.232.81.8)
    그런데 누구 얘기만 나오면 기울기가 너무 쏠리자나여, 고지 먹은것은 아닐테고...
  • 발산동독자 2003.09.26 16:59 (*.232.81.8)
    하기사 equilbrium이 으니님이라고 쉽지마는 안켔져?
  • 으니 2003.09.26 23:22 (*.118.111.130)
    앙.. 발산동독자님이시당^^ 안녕하세여.. 그런데 "고지"가 뭐예여? 모르는거다--a
  • 으니 2003.09.26 23:22 (*.118.111.130)
    글구.. 전 꽃미남에 확~ 맘 쏠립니다.. --v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8 발레리나 출신 심판 5 그놈참 2003.10.18 3954
437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하여] 부부 애정계좌 확인하라 상담사 2003.10.18 4176
436 이 노래.. 다니다가 주워왔어요 22 으니 2003.10.18 3655
435 김광석의 인생이야기 앨범 중에서... 3 pepe 2003.10.18 3863
434 대망의 2003 '비자금시리즈' 돌입 [현대와 SK 격돌] 하일송 2003.10.18 4274
433 초코파이 맛있게 먹는 방법!!! 1 그놈참 2003.10.15 4064
432 흐린날... 2 pepe 2003.10.12 4730
431 탁구게임 한판 해보세요. 1 토토 2003.10.12 4080
430 카이홀맨의 업그레이드.. 뽀로꾸기타 2003.10.11 4105
429 어째서.. 5 idiot 2003.10.11 4257
428 나무행성의 충돌을 막아라! >.< 15 eveNam 2003.10.10 4395
427 [re]시공의 미스테리예요~ 1 아직은비회원 2003.10.13 4274
426 지하철 빈자리, 이렇게 확보하세요 궁금이 2003.10.09 3796
425 온라인의 바른태도<펌> 2 뽀로꾸기타 2003.10.09 3114
424 감속하는 즐거움 10 으니 2003.10.09 4399
423 공통점 4 pepe 2003.10.07 3250
422 그림자 예술입니다... 1 seneka 2003.10.05 3581
421 아주 유명한 인도가수 달러멘디^-^; 1 file 김xx 2003.10.03 4361
420 차차한테 편지보냈더니...내몽고라네... 1 2003.10.02 4025
419 질문 있는데요. 3 기타사랑 2003.09.30 4041
418 기타사랑님을 위해 한문제 더 올려봅니다~ ^^ 5 eveNam 2003.09.30 5404
417 오답 실화 6 으니 2003.09.30 4097
416 내가 생각하는 기타..... 7 2003.09.30 4117
415 ... 4 진성 2003.09.30 4072
414 [re] 그렇다면... pepe 2003.10.01 3616
413 제가 매냐칭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 41 eveNam 2003.09.29 4086
412 9 할 때 정말 귀여움.. 보다가 정말 같이 쓰러졌어여 2 으니 2003.09.29 4136
411 네이버 지식인에서.. 군대스리가에 대한 답변.. 3 그놈참 2003.09.27 3652
410 이라크 전투병 파병 손익 계산서 [펌] 1 Crete 2003.09.27 4438
409 데이트 신청 받을때... 11 eveNam 2003.09.27 4113
408 이라크 파병에 관한..... 온전한 해답. 4 2003.09.26 4281
407 .... 7 진성 2003.09.25 4122
406 [re] 자/존/심 2 으니 2003.09.27 6021
405 날적이 11 nenne 2003.09.25 4045
404 [펌]어린왕자와 나의 신경전, 그 전반부 4 토토 2003.09.24 3833
» the autumnal equinox 10 으니 2003.09.24 4227
402 모래예술 5 그놈참 2003.09.21 4312
401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7 마뇨 2003.09.21 4131
400 추억의 음악 시리즈 (2) - Combat!! eveNam 2003.09.21 4257
399 학병 보내는 세기의 감격 [춘원 이광수] 4 노보리 2003.09.20 4114
398 [re] 미당 서정주도 그에 못지 않았지요. 3 미당 2003.09.21 4081
397 이런연주 보신 적 있으신가요??? 2 그놈참 2003.09.19 3618
396 꼭 가고 싶습니다. 그놈참 2003.09.19 4257
395 추억의 음악 시리즈 (1) - 국민체조 3 eveNam 2003.09.19 4255
394 기왕이면 동작까지 보면서 Anon 2003.09.20 2892
393 [벙개???까진 아니고요...] 마뇨님 환송회가 있슴돠... 11 pepe 2003.09.18 4118
392 또 다른 문제~ 16 석재 2003.09.18 3567
391 벙어리컴....... 3 무사시 2003.09.18 3578
390 [펌] 있다 없다 문제. 29 석재 2003.09.17 5011
389 한국 왕따를 종식시킨 이창호 1 찾던이 2003.09.17 4013
Board Pagination ‹ Prev 1 ... 132 133 134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Next ›
/ 15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