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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한국어
2002.10.13 01:30

백사주를 줍다...

(*.178.214.168) 조회 수 7926 댓글 18


금주 한달째...
자유게시판에 쉐리주 이야기가 올라 오고...
날씨는 술먹기 딱이고...
근데 당분간 반드시 금주하기로 다짐했고...
주말인데 일하기가 너무 싫어서...바깥 바람 쐬고싶고...
술은 먹으면 안 되고...
그래서 일부러 술 못하는 친구에게 연락했다.
당근 술 없이 친구와 저녁을 먹고 친구네 아파트 옆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 잔디밭 속 화단에서 무언가가 반짝하고 나를 불렀다.
가서 보니 백-사-주!!!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로얄살루트 정도의 양주였기만 해도 별루 놀라지 않았을텐뎅...
아파트 화단속에 백-사-주-라니???
사진을 보시라!!!
피씨방의 싸구려 화상카메라로 찍어서 잘 안보이는 것이지 실제로는
정말 눈알까지 새하얗더람.
나는 동물성 술을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다.
근데...
보신에 목숨까지 거는 나라...대-한-민-국-의 자손으로서 정말 본능이
순간적으로 꿈틀대더라.
도대체 누가 여기 놓았을까?
누군가가 일부러 가져다 놓았음에 틀림없는 것이...화단속에 놓여진 폼이
대단히 점잖았다.
어쩌다 버려지거나 잃어버린 것이라면 세워진 모양새가 조금이라도
흐트려져 있었을텐데...
어쨌거나 냉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친구와 진지하게 상의했다.

-오늘 술마시라는 하늘의 뜻이련가...
-불순한 세력의 테러???...청산가리를 포함한...
-백사주 먹고 힘내서 장가 가라는 조상님의 깊으신 뜻???
-버리려면 확실하게 버려야 한다...병째로 버렸다가 다른 사람이 마시면
죄짓는 거다.
등등등등.....일하기 싫고 짜증나고 심심하던 차에 장장 4시간여에 걸친
헛된 토론이 이어졌다...솔직히 아주 재미나고 유쾌하고 치졸하였기에
시간 가는줄몰랐엉...

결론은 당근 버리자는 쪽.
근데 그냥 버릴수는 없었다.
우선은 피씨방으로 가서 사진을 찍어 매니아칭구들 중에서 연세 지긋하신
분들의 부러움을 쬐금 얻어야 했다.
그리고 피씨방 화장실 가서 뚜껑 열고 버리려 하는데 갑자기 우리가 사진
찍던거 유심히 봤던 피씨방 주인 아저씨가 뛰어 들어 오더니 "버리려면 날줘요"라고 외치더랑.
"청산가리 들어 있을지도 몰라용" 하며 버리려 하는데 하도 적극적으로
나서길래 어쩔수 없이 다시 뚜껑 닫고 피씨방을 나왔다.
친구는 "꼭 버려야 한다???!!!"라며 집에 들어갔고...나 또한 우리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근데 토요일 밤이라 어디든 정말 사람 많더라.
젊은 놈이 길에서 주운 백사주 들고 다니는 것이 무지 챙피해서 점퍼속에
넣고 사람 없는 버리기 좋은 곳을 두리번 거리며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딱이다싶은 어둡고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백사주병의 뚜껑을
열었다.
크~~~...술맛을 아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진국의 향기.
과일주를 담가 한 십년쯤 모셔 두면 알콜의 찝찝함은 모두 사라지고
원재료의 정수가 진액이 되어 남는다.
동물성 술도 예외가 아니군.
만일 아까 그 순간...내가 보신에 관계 되는 음식을 평소에 멀리 하지만
않았던들...불순세력의 음모에 의한 청산가린들 두려워 했으랴!!!

병속의 백사가 과연 몇년을 사시다가 인간의 만행에 의해 유리병속 알콜에
빠지게 되었는지...나이 모를 백사를 질식시키고 확실하게 방부 시킨
이 알콜은 과연 몇년이나 병속에 담겨져 있었는지...
그리고 이 백사주는 과연 어떤 이유로 아파트 화단속에 고이 모셔져
있었는지...

이러한 부질없는 상념과 함께 백사주는 골목 보도블럭 사이로 소리 없이
스며들어 사라졌고...꼼꼼한 간절한의 배려(혹시라도 개나 고양이라도
먹었다가 죽을까봐)로 백사의 새하얀 미이라는 골목에 굴러 다니던
벼룩시장 두 장과 함께 장렬히 화장되었다...(냄새...정말 골때리더람...
무지 잘 안탐...알콜기운이 다 날아갔나?)

선남선녀가 만나고 이별하는 어느 토요일밤...
간절한은 낯선 백사주와 만났고 컴컴하고 적막한 어느 막다른 골목에서
그와 이별했다.  

삼가 故蛇의 명복을 비나이당.
부디 이제는 편안히 승천 하소서...
Comment '18'
  • 낭인 2002.10.13 01:47 (*.110.20.173)
    와! 간절한님. 하늘에 계시인 듯한...백사주 와!! 몇 천에서 억!까지 한다는 그 귀한 것이...여튼 잘 하셨읍니다..마음 비우시길..더 좋은 일 생기시겠죠... 주당 화이팅..
  • JS 2002.10.13 01:52 (*.64.55.102)
    허걱~ 말도 안 돼! 어찌 그 귀한 술을 버린단 말입니까? 저라면 먼저 친구 실험실로 가지고 가서 ... 각종 독극물에 대한 반응 검사를 실시한 뒤 ... 무탈하다는 판정이 나오면
  • JS 2002.10.13 01:53 (*.64.55.102)
    하늘의 뜻에 감사하며 마셨을 텐데 ... 흑~~ 혹은 누가 분실한 것일지 모르니 경찰서에 신고하시던지~~~ 암튼 아깝당.
  • 간절한 2002.10.13 02:08 (*.178.214.168)
    설마 몇 천..며,몇 억까지 할려구요?...저,절대로,...정말 절대로 그렇지 않을거에요...네??...제발요!!!...이런...띠...
  • 솔개 2002.10.13 03:08 (*.148.232.238)
    에구~~ 그런 귀한 술을...쩝~~ 아깝다, 아까와. 제 경험담으로는 군대를 제대하고 나니,
  • 솔개 2002.10.13 03:09 (*.148.232.238)
    우리 형님이...4년 묵은 사주(백사주는 아니고)를 꺼내놓으시며 마셔봐라...ㅎㅎㅎ
  • 솔개 2002.10.13 03:11 (*.148.232.238)
    그때 처음으로 사주가 그렇게 향기가 좋은 줄 처음 알았습니다. ^^; 과일주건 사주건...술은 술이라고 마셔야지 거기 남은 잔해를 의식하면 그건 오히려 육체를 바친 그들의 영혼을
  • 솔개 2002.10.13 03:13 (*.148.232.238)
    모독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하하. 그러나, 금주를 지키시는 간절한님의 모습이 눈물겨움과 동시에 늠름합니다. 박수!!!
  • 간절한 2002.10.13 03:28 (*.178.214.168)
    잠이 안와요...쩝...예전에 주식투자로 돈 날린 어느 여자가 박카스에 농약 타서 농협앞에 놓았던 사건이 있었죠.
  • 간절한 2002.10.13 03:29 (*.178.214.168)
    안마신 것은 분명 잘 한 짓인뎅...그래도 잠이 안와요...왜 그럴까요?...천성이 땅거지 체질인강?
  • 간절한 2002.10.13 03:31 (*.178.214.168)
    어렸을때 반짝이는 건 모두 줏어다가 할머니 장롱속에 숨겨 두던 그 버릇이...그래서 별명이 까치였는뎅...서른 넘은 지금 다시 예전 버릇이?
  • 간절한 2002.10.13 06:46 (*.178.214.168)
    현재 시각 오전 6시 40분경...갑자기 하늘에서 천둥,번개,비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 간절한 2002.10.13 06:47 (*.178.214.168)
    흠....드뎌 아까 그 백사가 하늘로 올라가는구낭...푸히히...재밌당.
  • 김진수 2002.10.13 06:51 (*.153.93.84)
    잘 하셨어요 아무리 귀하고 좋은술이면 뭐 하겠어요 마음에 짐을 준다면 독이나 다름없죠 전 지금 싸구려 술 혼자 마시지만 이리 편안한데여 뭐 하지만 쬐금 외롭당 ...
  • 랑이 2002.10.13 10:40 (*.176.70.241)
    푸하하 증말 웃었어여, 태우기까지, 그 모습 상상해보니 넘 웃겨여, 야 보는 것도 첨이네여 백사 ... 호~
  • 2002.10.13 11:01 (*.80.8.181)
    모야..백사주? 아... 나도 땅거지버릇나올라고하네...
  • 2002.10.13 11:03 (*.80.8.181)
    난 좀전에 천둥번개 막쳐서 내가 죄가 많아서 그런줄알고 막 울었는데...
  • ... 2002.10.13 14:59 (*.49.82.57)
    흐미... 뒀다가 당분간의 금주가 끝나고... 맛나게 드시지 ㅡ.ㅡ;; 에고..(꼴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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