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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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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손이 말을 안 듣는다는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필자를 찾아왔다. 그는 오른손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중요한 연주를 앞두고 무리하게 연습을 하던 중, 연주할 때 오른손 손가락이 어줍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자세히 표현하자면 오른쪽 셋째손가락으로 줄을 퉁길 때 손가락이 말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고, 손가락이 구부러져 들어가 잘 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연주 외의 일상생활에는 손의 움직임에 전혀 이상이 없었고 근력이 떨어지거나 감각이 떨어지지도 않았으며 통증도 전혀 없었다. 연주도 모든 곡에서 다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곡, 예를 들면 ‘로망스’처럼 아르페지오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곡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남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연주가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그는 몇 개월 동안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해 보았지만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한방, 민간요법, 마사지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그림1).



필자는 증상과 정밀한 이학적 검사 후 국소 이긴장증(focal dystonia)으로 진단하고 카운셀링해 주었다.



◐국소 이긴장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연주할 때 통증 없이 손가락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아 연주에 지장을 주는 것을 국소 이긴장증(이하 이긴장증으로 표기)이라고 한다(그림2). 이긴장증은 기타리스트뿐만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의 왼손, 피아니스트의 오른손에 발생하며, 관악기 연주자의 입술근육에도 발생한다. 프랑스의 음악가치료 전문의 라울 투비아나(Raoul Tubiana)가 치료한 결과 이긴장증을 가진 피아니스트 46명 중 42명이 오른손에 증상을 나타냈고, 왼손은 4명에 불과했다. 클래식기타의 경우 오른손이 26명, 왼손 10명의 비율로 나타났고, 바이올리니스트는 주로 왼손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루티스트 환자 12명 중 3명은 입술에 이긴장증을 보였다(표1). 이긴장증 때문에 연주활동에 지장을 받은 연주가로는 유명한 피아니스트 레온 플라이셔(Leon Fleischer), 개리 그래프만(Gary Graffman)과 클래식 기타리스트 데이빗 라이스너(David Leisner) 등을 들 수 있다(그림3).



이긴장증은 연주가들 사이에서 그리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방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연주자나 치료자를 무척 곤란하게 하는 질환이다. 그렇지만 피나는 노력을 통해 질병을 극복하고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연주가들도 많이 있어, 환자와 치료자에게 희망을 준다.






(그림2)

바이올리니스트와 기타리스트의 왼손에 발생한 국소 이긴장증(왼손가락이 구부러진 채 펴지지 않음,Raoul Tubiana,1993)


◐이긴장증의 증상은?
이긴장증의 증상은 연주 중 손가락이 안쪽으로 굽혀져 말을 듣지 않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일상생활에서는 손동작에 전혀 이상이 없고, 근력이 떨어지거나 감각이 떨어지지도 않으며 통증도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근전도 검사와 자기공명영상검사(MRI)등 정밀검사에도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의 음악가 전문치료의 라울 투비아나는 145여 명의 이긴장증 환자의 정밀 이학적 검사를 통하여 그들이 평상시 부적절한 연주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등 근육의 약화로 견갑골의 위치가 변하고 구부정하게 연주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교정하기 위하여 노력하기도 했다. 또한, 주먹을 쥐었을 때 네 번째, 다섯 번째 손가락 관절이 아래로 내려앉아 있는 것도 발견했다(그림4).






(그림4)

주먹을 쥐었을때 네 번째 다섯 번째 손가락 관절이 아래로 내려앉아 있다.


◐이긴장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긴장증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년 간 지속적으로 연습을 무리하게 해오던 연주가들에게 많이 발생하고 아마추어 연주자에게는 드문 것으로 보아, 무리한 손가락 운동을 오랫동안 하는 연주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 바이올린의 경우 주로 왼손의 넷째, 다섯째 손가락에 많이 발생하고, 피아니스트와 기타리스트의 경우 오른손의 넷째 손가락에 발생하는 것을 보면 빠르고 어려운 테크닉을 지속적으로 구사하는 손에 잘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해부학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긴장증은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굴곡근)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손가락의 움직임을 잘 관찰해 보면, 그것은 단순히 손이나 팔 근육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 뇌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손가락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천천히 구부려보자. 손가락을 구부릴 때 작용하는 근육(굴곡근)이 수축하는 동시에 손가락을 펴는 근육(신전근)이 이완되어 손가락이 구부러지는 것을 돕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만약 두 개의 근육이 동시에 수축하거나 이완한다면, 손가락은 구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정교한 뇌신경의 작용에 의하여 절묘한 타이밍으로 조절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긴장증 환자의 기능적-자기공명영상(functional-MRI)검사에서 손가락을 담당하는 체성감각 대뇌피질(somatosensory cortex)이 좁아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그림5). 또, 왼손에 이긴장증이 생겨서 연주를 할 수 없게 된 바이올리니스트가 자세를 바꾸어 오른손으로 핑거링(fingering)을 하고 왼손으로 보잉(bowing)을 했더니 오른손에도 이긴장증의 증상이 생긴 사례를 보면 이긴장증이 단순히 근육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뇌-신경-근육의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은 자명해진다.

◐이긴장증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위에서 이긴장증이 단순히 손이나 팔 근육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 뇌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긴장증의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손가락을 구부리는 근육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실제로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도록 잡아 매어놓고 연주하는 사람도 있다) 근육과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신경을 조절하는 뇌를 한 그룹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치료자뿐 아니라 환자 자신도 깨달아야 하는 문제이다.
또 고려해야 할 것은, 연주를 한다는 것은 매우 정교한 움직임을 요하기 때문에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됐다고 해서 예전의 완벽한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때문에 치료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긴장증의 치료로 시도되고 있는 최신 지견 중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된 것을 소개한다.

1)휴식
일정기간을 악기를 놓고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다. 초기에는 어느 정도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만, 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연주인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2)손가락의 운동기능에 대한 재교육(relearning)
물리치료를 통하여 손과 손가락의 운동기능을 이해하고 자세와 운동기능에 대한 재교육을 유도해 본다. 스트레칭, 이완운동과 근육의 재교육을 잘 프로그래밍하여 꾸준히 연습한다. 연주 테크닉을 바꾸어 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3)보조기 사용
보조기를 이용하여 문제가 있는 손가락을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구부러지는 손을 고정시킨 채 매우 천천히 연습을 시작한다.

4)보툴리눔독소(Botulinum toxin) 주사법
문제를 일으키는 손가락의 근육에 보툴리눔독소를 주사하여 특정근육을 약화시킨 후 새로운 감각-운동프로그램의 정립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5)약물치료
여러 가지 약물을 사용하지만, 약물들이 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로, 전신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한 후 복용해야 한다.

6)운동요법
알렉산더 테크닉(Alexander technique)과 펠덴크라이스 메소드(Feldenkrais method)를 이용하여 몸을 사용하는 바른 자세와 올바른 방법을 터득한다.



이상에서 이긴장증의 원인과 치료에 대하여 현재까지 알려진 것을 소개했다. 만약 이긴장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연주가가 있다면, 꼭 나아서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비과학적인 비방을 찾아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밝혀진 방법을 차근차근 시도하여 자신에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좋을 듯싶다. 아직 이긴장증의 확실한 치료법이라고 할만한 것이 확립되어 있지는 않지만, 전 세계의 많은 의료진과 환자들이 노력하고 있으므로, 머지않아 획기적인 치료방법이 개발될 것이다.


글| 유재욱(재활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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