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145.237.177) 조회 수 4282 댓글 4
고전 영화 "셰인"의 한 장면, 독립기념일 축제날, 준비가 다 된 마차에 두 남자가 올라타고 있다. 스타렛의 부인인 마리안을 기다리는 것이다. 한참끝에 마리안이 폭이 넓은 드레스를 살짝 걷어들고 활짝 웃으면서 걸어나와서는 오래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식의 인사를 센스있게 건낸다. 스타렛은 옆자리의 셰인을 돌아보면서 자랑스럽게 말한다. 내 말을 들으라구. 기다린 보람이 있는 여자랑 결혼하라구.

글쎄, 그 파티 드레스가 웨딩드레스를 한땀한땀 수선해서 다시 입은건지 아니면 마리안의 등장장면에 스타렛이 자랑스러운 만큼 셰인도 남몰래 가슴이 설레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는 여자랑 결혼하라구. 하는 대사만큼은 지금도 그 발음까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나는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참으로 관대하다. 이삼십분 늦는것쯤이야 아예 감지 불능, 두시간 세시간정도 기다린 것은 그저 웃어버리고 하루종일도 기다려보기도 했다. 물론 기다리는 시간동안 혼자서도 할 놀이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이나 내가 많은 친구들을,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약속시간에 제대로 닿는 법이 없었고 다음번엔 늦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또 늦고 또 늦었다. 미안해 내가 밥 맛난것 살게, 라든가 이거 챙긴다구 늦었어 이러면서 생뚱맞은 선물을 건내는 것도 한두번. 그들은 어쩌겠어, 내가 기다려야지 하는 자포자기의 상태로 이르던가, 본인이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아예 말을 하지 않거나, 내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성질을 피우다가 그보다 더한 내 성깔에 그저 입을 다물거나 했다.

그리고, 그런 일상적인 것 말고도.. 내가 기다리게 한 많은 것들..
신중함이 아니라 사실은 옹졸하고 용기없었던 것.. 사실은 두려웠던 것..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한 것.. 미루어두고 합리화했던 것.. 이 모든 것들에게 사람에 세상에 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것, 그 기다린 보람이란 결국 사랑이다.
그 친구에 대한 애정이 기다림의 시간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고 화를 낼 것도 거두어들이게 만들며 다시 손잡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나가도록 만들어버린다.

어쨌든 기운내야만한다.
우리 인생,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어떤 순간에, "정말 당신을 기다린 보람이 있군" 이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참고문헌 : 으니(2004,c) 누군가를 기다릴 때 혼자서 할 수 있는 놀이

Comment '4'
  • 봄봄 2004.07.18 15:22 (*.249.163.86)
    +_+ 멋져여!! 따봉!!!
  • nenne 2004.07.20 21:43 (*.68.93.140)
    정말 멋져요!! 그래도 밥은 그쪽이 사야 한다눈.. -_-; 그런 조건이라면 난 흥얼거리며 기다릴 수 있다눈... ㅋㅋ-_-
  • 으니 2004.07.22 13:34 (*.145.237.71)
    넨네님 약속해여.. 연수 끝나면.
  • 으니 2004.07.22 13:34 (*.145.237.71)
    봄봄님두.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5 주영석님이 만든 플레타 모델~ 18 file 오모씨 2004.08.04 6607
1054 기타를 못치니깐.. 5 옥모군 2004.08.04 5972
1053 용접하는 기타리스트. 7 file 엄마 2004.08.04 8059
1052 [re] 용접맨님이 만든 나무그늘평상 4 file 2004.08.05 5593
1051 엄마들은.. 32 nenne 2004.08.04 8081
1050 일상의 사소한 행복 6 조씨 2004.08.01 7145
1049 착한 개 한 마리. 9 으니 2004.07.31 6517
1048 댁의 해피는 잘 있나요?? (제목수정) 6 아이모레스 2004.07.30 4847
1047 교장과 여선생 (펌) 5 뽀로꾸기타 2004.07.30 6055
1046 날도 무더운데 잠시 눈요기하시라고... 11 file jazzman 2004.07.29 7857
1045 행복한 강언니. 7 file 엄마 2004.07.29 5664
1044 딱 하고싶은말.. 9 file 차차 2004.07.28 5984
1043 우리나라? 저희나라? 한국? 9 음... 2004.07.28 4849
1042 interval - tension - 삶 5 file 차차 2004.07.26 7542
1041 한국기타협회 홈페이지 되나요? 1 윤진석 2004.07.23 4319
1040 33년된 울 큰애기 - 펌 뽀로꾸기타 2004.07.23 5980
1039 저도 기타 사진 한장 올립니다. 4 file 망고레 2004.07.23 7413
1038 트레몰로가 전혀 안되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 2 file limnz 2004.07.23 6008
1037 드디어 사운드포지 노이즈리덕션 완전정복...! 2 차차 2004.07.23 8255
1036 기타 배경화면 1024x768 6 file 차차 2004.07.21 5251
1035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 9 file 차차 2004.07.21 5654
1034 음악으로 기억되어, 다시 음악으로 떠오르는 사람들 3 으니 2004.07.21 4841
1033 딜레마..라고 해야 할지.. 7 꿈틀이 2004.07.20 4755
1032 여기는 천안.. nenne 2004.07.20 4113
1031 요즘 가장 각광받는 작업곡입니다. 2 오모씨 2004.07.20 4346
1030 손톱위도 문지르면 광택이나네요. 6 ror 2004.07.19 4898
»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것 4 으니 2004.07.18 4282
1028 [re] 누군가를 기다릴 때 혼자서 할 수 있는 놀이 3 으니 2004.07.18 5706
1027 우리 카페 티~ 3 file 오모씨 2004.07.18 4333
1026 [펌글] 저는 이런 강아지를 원한게 아니었습니다. 2 오모씨 2004.07.18 6448
1025 피곤한 삶 6 뽀짱 2004.07.16 5518
1024 Try to remember .... 봄봄 2004.07.16 4013
1023 제가 이사가서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바뀌었어요...(개인적인글입니다.) 2 2004.07.14 4857
1022 찜질방 남녀 분리에 대한 네티즌의 투표 분석. 2 오모씨 2004.07.12 4416
1021 기타매니아로고 완성판(소). file 2004.07.12 3486
1020 [re] 기타매니아로고 완성판(대). file 2004.07.12 3975
1019 솔개님 홈에서 퍼온그림. 3 file 그림 2004.07.10 5214
1018 Dust in the wind - Kansas 3 gmland 2004.07.03 5576
1017 화성학 발췌 7 enigma 2004.07.03 5951
1016 Stairway to Heaven 19 gmland 2004.07.02 5849
1015 타 사이트에서 추천 해서 한 참 써핑하고 갑니다. 2 2004.07.01 4960
1014 정종철의 비트박스 잼있네요.. citara 2004.07.01 4616
1013 추억의 스카보로우 9 LSD 2004.06.30 6077
1012 Scarborough Fair 영상시 2 고정석 2004.07.02 4528
1011 [re] 스카보로우의 여인 18 gmland 2004.07.01 5244
1010 냐하하. 1 nenne 2004.06.29 4351
1009 나도 잡아가라! 17 jazzman 2004.06.29 5664
1008 좀 씁쓸하네요.. 6 seneka 2004.06.28 5358
1007 저 한국 왔어요~ 10 차차 2004.06.27 4404
1006 오모님께 드리는 선물...2 9 file 파파라치정 2004.06.25 5574
Board Pagination ‹ Prev 1 ...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 138 139 140 ... 152 Next ›
/ 1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