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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1 15:20
초등학교 교내 음악 콩쿨을 보고...
(*.241.147.40) 조회 수 6838 댓글 5
벌써 한 두달전쯤의 일인가보네요.
배경 설명을 조금 드리지만, 제 아들이 초등 4학년인데 비올라를 배웁니다. 왜 바이올린도 아니고 첼로도 아니고 비올라냐? 라고 물으시면 글쎄, 뭐라 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는 분이 권해주셔서 어찌하다 보니 그리 되었는데, 마침 지금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도 아주 잘 지도해주시는 것 같고 해서 뭐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리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부드럽고 감미로운 비올라의 음색도 바이올린의 아주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고음보다 참 괜찮은 것 같구요.
애가 다니는 학교에서 교내 음악 콩쿨을 한다고 해서 당일 날 따라가 봤는데 이런 저런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비올라는 '기타(etc)' 악기에 들어가서 맨 뒤 순서인데 이 '기타' 악기에 guitar 도 들어 있더군요. 대충 기다리는 애들을 보니 비올라는 세명, 기타는 두명이더군요. 그 외에 하프(!)가 한명 있습니다.
현악기 중에는 바이올린이 가장 숫자가 많은데, 가만 보니 놀라운 현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1-3학년까지는 숫자가 아주 많습니다. 각 학년 당 수십명인데... 4학년 이후에는 애들이 확 줄어서 별로 없는데, 학년 당 서너명에 불과합니다. 근데 얘네들은 대기실에서 연습하는 거 보니 수준이 장난이 아닌 듯하고요. 배운지 이제 서너달 된 아들 녀석은... 허허... 근데 워낙 개념 없어서 별로 주눅들지도 않습니다. ^^;;;;
나중에 들으니, 요새 초등학교도 고학년에 접어들면 예체능 사교육은 거의 끊는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특별히 전공을 생각하든지 아니면 하다 못해 콩쿨 같은데 나가서 입상이라도 해서 '스펙'에 도움이 될 정도가 아니면 학과 공부를 위해서 예체능은 완전 끊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러니 저학년까지는 너도나도 다 악기를 시키지만 몇년 안되어 대다수가 그냥 중단해버리는 것이지요. 도대체 음악을 뭘로 생각하길래, 악기 연주를 뭐라고 생각하길래 이러는 건지.
그리고... '기타' 악기 군에 기타로 출전한 달랑 두 학생... 한 학생이 '로망스'를 연주합니다. 허걱... 이건 좀 너무했습니다. 한 90%를 삑사리를 내네요. -_-;;;; 연주시간과 포지션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비슷합니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 그냥 경험 삼아 교내 콩쿨에 나가보는 거라 하지만 좀 심합니다. 그냥 긴장하고 떨려서 실수를 하는 게 아니라 딱 배운지 일주일 수준의 연주입니다. 다른 한 명은 Yesterday 를 연주하는데 그럭저럭하지만 역시 다른 현악기에 비해 너무 수준이 쳐집니다. 피아노나 현악기는 진지하게 배우는 악기고 기타는 그냥 장난삼아 뚱땅거리는 악긴가... 기타란 악기를 사람들은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또 하나 느낀 점...
국악 부문에 출전한 애들이 있는데 (창, 단소, 해금, 가야금 등등) 물론 다른 방에서 다른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봐주십니다. 언뜻 구경해보니 국악 심사하러 오신 분들과 양악 심사위원으로 온 분들의 태도가 느무느무 판이합니다. 국악 심사위원 분들은 일단 '허, 어린 것들이 국악을.. 기특한 놈들...' 이렇게 얼굴에 딱 써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끄덕 해가면서 흐뭇한 얼굴로 들어줍니다. 물론 숫자가 적어서 가능한 것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헤메도 일단 끝까지 다 들어주고, 중간에 까먹고 헤메면, 친절하게 '생각나는데서 부터 다시 해봐' 하고 격려까지 해줍니다.
반면 현악기 (피아노는 안 봐서 잘 모르겠고요) 쪽은 어떨까요. 일단 애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는 점은 이해는 가지만, 대충 한 십여마디 듣고 매몰차게 '땡'해버립니다. 다 들었다, 고마해라, 이거지요. 얼굴에 귀찮음이 가득이고,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하는 짜증스런 표정입니다. 애들은 일껏 연습한 것 반의 반의 반도 못하고 내려옵니다. 그 중 압권은 거의 마지막의 '하프'로 나온 어린이... 아시다시피 하프란 악기가 보통 덩치는 아닌지라... 아저씨 두명이 카트로 조심조심 실어와서 내려 놓습니다. 그러고서 연주하는데... (연주 실력은 상당히 훌륭) 여지 없이 반의 반도 듣기 전에 '땡'입니다. 아... 싣고 온 성의를 봐서라도 좀 더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잘하고 못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너무 비교육적입니다.
우리 애는 뭐 애당초 무슨 좋은 성적을 기대한 것은 아니고 그냥 이걸 계기로 좀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을 업글하겠다는 정도의 생각이었으니 그리 서운할 것도 없지만, 어린이들에게 음악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 도대체 뭔지 정말 씁쓸한 뒷맛이 남는 하루였습니다.
배경 설명을 조금 드리지만, 제 아들이 초등 4학년인데 비올라를 배웁니다. 왜 바이올린도 아니고 첼로도 아니고 비올라냐? 라고 물으시면 글쎄, 뭐라 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는 분이 권해주셔서 어찌하다 보니 그리 되었는데, 마침 지금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도 아주 잘 지도해주시는 것 같고 해서 뭐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리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부드럽고 감미로운 비올라의 음색도 바이올린의 아주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고음보다 참 괜찮은 것 같구요.
애가 다니는 학교에서 교내 음악 콩쿨을 한다고 해서 당일 날 따라가 봤는데 이런 저런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비올라는 '기타(etc)' 악기에 들어가서 맨 뒤 순서인데 이 '기타' 악기에 guitar 도 들어 있더군요. 대충 기다리는 애들을 보니 비올라는 세명, 기타는 두명이더군요. 그 외에 하프(!)가 한명 있습니다.
현악기 중에는 바이올린이 가장 숫자가 많은데, 가만 보니 놀라운 현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1-3학년까지는 숫자가 아주 많습니다. 각 학년 당 수십명인데... 4학년 이후에는 애들이 확 줄어서 별로 없는데, 학년 당 서너명에 불과합니다. 근데 얘네들은 대기실에서 연습하는 거 보니 수준이 장난이 아닌 듯하고요. 배운지 이제 서너달 된 아들 녀석은... 허허... 근데 워낙 개념 없어서 별로 주눅들지도 않습니다. ^^;;;;
나중에 들으니, 요새 초등학교도 고학년에 접어들면 예체능 사교육은 거의 끊는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특별히 전공을 생각하든지 아니면 하다 못해 콩쿨 같은데 나가서 입상이라도 해서 '스펙'에 도움이 될 정도가 아니면 학과 공부를 위해서 예체능은 완전 끊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러니 저학년까지는 너도나도 다 악기를 시키지만 몇년 안되어 대다수가 그냥 중단해버리는 것이지요. 도대체 음악을 뭘로 생각하길래, 악기 연주를 뭐라고 생각하길래 이러는 건지.
그리고... '기타' 악기 군에 기타로 출전한 달랑 두 학생... 한 학생이 '로망스'를 연주합니다. 허걱... 이건 좀 너무했습니다. 한 90%를 삑사리를 내네요. -_-;;;; 연주시간과 포지션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비슷합니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 그냥 경험 삼아 교내 콩쿨에 나가보는 거라 하지만 좀 심합니다. 그냥 긴장하고 떨려서 실수를 하는 게 아니라 딱 배운지 일주일 수준의 연주입니다. 다른 한 명은 Yesterday 를 연주하는데 그럭저럭하지만 역시 다른 현악기에 비해 너무 수준이 쳐집니다. 피아노나 현악기는 진지하게 배우는 악기고 기타는 그냥 장난삼아 뚱땅거리는 악긴가... 기타란 악기를 사람들은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또 하나 느낀 점...
국악 부문에 출전한 애들이 있는데 (창, 단소, 해금, 가야금 등등) 물론 다른 방에서 다른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봐주십니다. 언뜻 구경해보니 국악 심사하러 오신 분들과 양악 심사위원으로 온 분들의 태도가 느무느무 판이합니다. 국악 심사위원 분들은 일단 '허, 어린 것들이 국악을.. 기특한 놈들...' 이렇게 얼굴에 딱 써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끄덕 해가면서 흐뭇한 얼굴로 들어줍니다. 물론 숫자가 적어서 가능한 것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헤메도 일단 끝까지 다 들어주고, 중간에 까먹고 헤메면, 친절하게 '생각나는데서 부터 다시 해봐' 하고 격려까지 해줍니다.
반면 현악기 (피아노는 안 봐서 잘 모르겠고요) 쪽은 어떨까요. 일단 애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는 점은 이해는 가지만, 대충 한 십여마디 듣고 매몰차게 '땡'해버립니다. 다 들었다, 고마해라, 이거지요. 얼굴에 귀찮음이 가득이고,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하는 짜증스런 표정입니다. 애들은 일껏 연습한 것 반의 반의 반도 못하고 내려옵니다. 그 중 압권은 거의 마지막의 '하프'로 나온 어린이... 아시다시피 하프란 악기가 보통 덩치는 아닌지라... 아저씨 두명이 카트로 조심조심 실어와서 내려 놓습니다. 그러고서 연주하는데... (연주 실력은 상당히 훌륭) 여지 없이 반의 반도 듣기 전에 '땡'입니다. 아... 싣고 온 성의를 봐서라도 좀 더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잘하고 못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너무 비교육적입니다.
우리 애는 뭐 애당초 무슨 좋은 성적을 기대한 것은 아니고 그냥 이걸 계기로 좀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을 업글하겠다는 정도의 생각이었으니 그리 서운할 것도 없지만, 어린이들에게 음악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 도대체 뭔지 정말 씁쓸한 뒷맛이 남는 하루였습니다.
Commen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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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선생님이 초등학문 수준이군요.
콩쿠르보다 향상 발표회로 하고,
응모자 전원에게 상보다는 기념품을 주어 자극과 추억이되도록 하면....
외국 중학교에서 본적이 있는데,
매주 체육시간에 축구교실을 하면서 한반 아이들의 포지션을 매번
골고루 바꿔 세우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잘하는 애가 늘 주장, 키퍼, 포워드하고 그러잖아요?
모든 아이들에게 축구교육을 시키는거니까... -
상은 대충 다 주기는 줍니다. ^^;;;;
그런 델 처음 가봐서 분위기를 전혀 몰랐는데, 좀 실망스런 면이 있어서... 음악을 사랑하시는 매냐님들 생각에 어떠신지 궁금해서 글을 올려봤네요.
국악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비주류 소수라서 그런지 그나마 국악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이 무척 대견스럽고 예뻐보이는 모양이더라구요. 아주 열심히 들어주시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아... 기타도 비주류 소수인데... 근데 기타 들고 나온 학생들이 너무 좀 성의가 없어보여 제가 다 안타깝더군요. -_-;;;; -
우리나라 음악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가 아이들이 너무 공부에만 얽메어 있기 때문에
하루에 단 한시간도 기타를 여유있게 배울 수가 없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쯤 되면 아이들이 기타 치는 것을
부모님들이 슬슬 꺼려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목숨 걸고 기타를 가르치려 해도 목숨이 잘 걸어지질 않습니다. -
소주선생님! 그 학교로 울 애들 몽땅 쬐~끔 더 크면 전학시키고 싶습니다. 어떤 영어샘은 수업시간에 기타들고 노래가르치고 영어가르쳤더니 계속 모든 과목가운데 영어성적이 가장 좋으시고 또한 영어샘의 학급이 계속 1등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후 영어샘은 상받으시고 미국에도 1년인가 갖다 오셔서 아마도 지금쯤은 별되신 것 으로 알고 있습니다......안타까운 것은 한국 교육계의 현실이 참으로 어려워서(?) 슬픔을 금치 못 할 뿐입니다. 제 친구도 부모가 1년 동안 노력해서 13세, 17세 아이를 고졸 검정고시까지 통과시키고 중국으로 유학보내는 실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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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넘 교육적이지 않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