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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의 국내 음반 중 음악적으로 주목할만한 음반들을 선정하여 소개합니다. 음반 선정에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단과 네티즌 선정위원단이 참여합니다.
출처: 네이버 오늘의 뮤직 [ 이주의 추천앨범 ] 선정작
<선정의 변> 11월 3주, 이 주의 국내앨범 : 박주원의 [집시의 시간]
이 앨범이 선정된 첫 번째 요인은 희소성이다. 연주 장르인 재즈에서조차 기타라는 악기가 리더 역할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물론 한국에 기타리스트의 연주 앨범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올해만 해도 김광석이 [은하수]를 냈고 샘 리도 EP를 냈다. 록음악에는 강인오 같은 명인들이 꾸준히 연주앨범을 내놓고 있다. 그래도 박주원의 앨범은 치솟은 금값처럼 희귀하다. 스페니쉬 기타라는, 현란한 핑거링과 더 현란한 피킹을 주무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일을 선보인 곡들은 간간히 있었지만 전체가 스페인스러운 앨범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스페인 관광청 사람들도 아니고 선정이유가 그것만일 리는 없다. 이 앨범은 신인 뮤지션의 첫 솔로 앨범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작곡과 편곡, 앨범 구성에서 능숙한 재능이 빛을 발한다. 그러므로 스페니쉬 기타라는 테크닉에 너무 매몰하지 말자. 그것 말고도 할 얘기는 많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최지호>
최근 발매된 연주앨범 중에서 가장 뜨겁고 도발적이다. 열정적이고 이색적인 스페니쉬 선율은 보다 넓은 음악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박주원은 기타 하나만으로도 낯익은 듯 전혀 새로운 선율을 들려준다.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쏟은 젊은 기타리스트의 1집 앨범. 이런 정열과 재기 발랄한 시도가 있기에 명반은 1집에 많은 것이 아닐까?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김반야>
<뮤지션 소개> 박주원

기억력 좋은 리스너라면 록밴드 시리우스를 기억할지 모른다. 치솟는 보컬과 화려한 속주 기타를 근간으로 복잡한 구성의 연주를 들려주던 밴드였다. 박주원이 시리우스 출신이었다는 보도자료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재즈 뮤지션 말로의 최근 앨범을 통해서였기 때문이다. 이번 솔로 앨범 역시 재즈와 월드뮤직으로 수식되는 작품으로 시리우스의 록 사운드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다. 하지만 시리우스 이전부터 박주원의 근간은 클래식 기타였다. 중학교 때 기타를 잡은 후 그는 록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이소라와 윤상, 임재범 등 팝 뮤지션의 라이브 세션으로, 뉴욕 물고기 등과 어울리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그리고 말로와의 과감한 이중주를 펼치는 재즈 뮤지션으로 살아왔다. 어느 자리에서나 그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클래식 기타로 다져진 탄탄한 기본기와 국내에는 희귀한 스페니쉬 기타의 손맛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튜브도 없던 시절, 어렵게 구한 스페니쉬 기타 동영상을 무한 반복해가며 신천지를 열었다. 박주원은 이제 음악판 관계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그런 물건이 있더라"고 회자되던 것에서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대중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뮤지션이 되었다.
<전문가 리뷰> 능숙한 연주와 짜임새 있는 구성, 기대를 뛰어넘은 데뷔앨범
<이 리뷰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최지호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올 해 봄에 나온 말로의 다섯 번째 앨범 [This Moment]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올 해의 연주로 기록되어야 할 명연이 실려 있는데 그 절반이 박주원의 몫이었다. 말로가 어떤 보컬리스트인가? '벗꽃지다'처럼 처연한 서정을 노래하지만 '놀이터'처럼 가공할 스캣을 가진 목소리 아니던가? 사실 그녀의 파워풀한 소리는 달콤한 재즈 스타일에 국한하기에는 에너지가 너무 크다. 박주원은 그 큰 말로 앞에서 흔들림 없이 그녀의 모든 에너지를 받아냈다. 지금까지 말로의 앨범 중 최상의 편성이었으며 소문으로만 회자되던 박주원이라는 '물건'의 품질을 증명하는 앨범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박주원의 솔로 앨범이 예고되었을 때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다. 기대의 정체는 그 뛰어난 테크닉을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에 있었다.
그건 일종의 관성적 기대였다. 멋진 연주를 또 듣고 싶은 욕망이랄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니컬한 회의도 있었다. 말로의 앨범에서 어떤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게 또 나올까 싶었다. 비르투오소의 솔로 앨범이란 과시된 테크닉의 성찬이거나 중구난방의 어지러운 구성이기 십상이다. 이건 딴 얘기지만 그럴 때 프로듀서의 역량이 필요하다. 재능이 넘쳐날 때 프로듀서는 재능을 음악으로 디자인 하는 역할을 한다. 박주원은 이 앨범의 프로듀싱도 스스로 했다. 스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 프로듀서처럼 깔끔한 실력을 보여준다. 바로 그 점이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Por Una Cabeza' 의 그 유명한 전개부 말이다. 늙은 알 파치노가 장미를 물고 탱고를 추는 부분, 박주원은 누구나 기대할 부분에서 슬쩍 뜸을 들이며 청자를 애타게 만든다. 불완전한 아코디언 소리로 진입하며 뒤통수도 친다. 앨범 전반이 이런식으로 짜임새 있게 프로듀싱 되어 있다. 타이틀곡인 '집시의 시간'을 들어보자. 장중한 인트로 솔로는 비르투오소의 아우라를 풍기지만 정작 본 곡에 들어가면 기타와 금관 악기의 호흡이 더 도드라진다. 이런 매력적인 앙상블은 'Hide & Seek'에서 절정이다. 박주원의 스페니쉬 기타와 라벤타나의 탱고는 각각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가 되어 숨바꼭질에 열중한다. 복잡한 연주지만 엄숙하지 않다. 아무래도 박주원이란 기타리스트는 신경질적인 기교파는 아닌듯 하다. 경이로운 테크닉으로 압도하려 하지 않고 앙상블을 통해 친근히 다가온다. FC바르셀로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축구스타일이랄까? 까딸루냐 축구에 경의를 표하는 곡 'Night in Camp Nou'를 들어보라. 보컬과 트럼펫에게 창의적 공간을 만들어 어시스트하지만 자신만의 우아한 공격 플레이도 가지고 있는 기타리스트다. 왼손과 오른손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즉흥적인 스페니쉬 기타는 보편적인 프로듀싱 속에서도 이 앨범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박주원은 능숙한 기타리스트다. 그를 재즈 기타리스트라고 말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청춘'이나 '동쪽으로 가면 우리 집이 있다'의 스트레이트한 멜로디는 분명히 팝적인 감수성에서 발현한 것이다. 그래서 'Ant Park' 처럼 연주자들이 많이 드러나는 곡에서는 멜로디보다 인트로의 긴장이 더 유지되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 한다. 이 앨범에서 느끼는 이질감은 그것 하나뿐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독특한 스페니쉬 기타와 균형잡힌 프로듀싱이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한다. 파코 데 루치아나 크리스티앙 에스쿠드처럼 플라멩코 기타의 진한 오리지널리티를 기대한 사람들은 다소 심심할 수 있겠지만 이 앨범의 미덕은 상기한 데로 잘 마름질된 짜임새에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Por Una Cabeza' 의 그 유명한 전개부 말이다. 늙은 알 파치노가 장미를 물고 탱고를 추는 부분, 박주원은 누구나 기대할 부분에서 슬쩍 뜸을 들이며 청자를 애타게 만든다. 불완전한 아코디언 소리로 진입하며 뒤통수도 친다. 앨범 전반이 이런식으로 짜임새 있게 프로듀싱 되어 있다. 타이틀곡인 '집시의 시간'을 들어보자. 장중한 인트로 솔로는 비르투오소의 아우라를 풍기지만 정작 본 곡에 들어가면 기타와 금관 악기의 호흡이 더 도드라진다. 이런 매력적인 앙상블은 'Hide & Seek'에서 절정이다. 박주원의 스페니쉬 기타와 라벤타나의 탱고는 각각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가 되어 숨바꼭질에 열중한다. 복잡한 연주지만 엄숙하지 않다. 아무래도 박주원이란 기타리스트는 신경질적인 기교파는 아닌듯 하다. 경이로운 테크닉으로 압도하려 하지 않고 앙상블을 통해 친근히 다가온다. FC바르셀로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축구스타일이랄까? 까딸루냐 축구에 경의를 표하는 곡 'Night in Camp Nou'를 들어보라. 보컬과 트럼펫에게 창의적 공간을 만들어 어시스트하지만 자신만의 우아한 공격 플레이도 가지고 있는 기타리스트다. 왼손과 오른손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즉흥적인 스페니쉬 기타는 보편적인 프로듀싱 속에서도 이 앨범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박주원은 능숙한 기타리스트다. 그를 재즈 기타리스트라고 말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청춘'이나 '동쪽으로 가면 우리 집이 있다'의 스트레이트한 멜로디는 분명히 팝적인 감수성에서 발현한 것이다. 그래서 'Ant Park' 처럼 연주자들이 많이 드러나는 곡에서는 멜로디보다 인트로의 긴장이 더 유지되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 한다. 이 앨범에서 느끼는 이질감은 그것 하나뿐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독특한 스페니쉬 기타와 균형잡힌 프로듀싱이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한다. 파코 데 루치아나 크리스티앙 에스쿠드처럼 플라멩코 기타의 진한 오리지널리티를 기대한 사람들은 다소 심심할 수 있겠지만 이 앨범의 미덕은 상기한 데로 잘 마름질된 짜임새에 있다.
 <네티즌 리뷰> 내 안에 갇힌 집시를 깨우다!
<이 리뷰는 네티즌 오늘의 뮤직 선정위원 김반야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기타리스트 박주원. 아직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의 자취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소라, 조규찬, 윤상 등 많은 뮤지션의 앨범과 공연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헬로루키 연말결선까지 올라 그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필자가 최초로 그를 발견한 것은 재즈 디바 말로의 앨범에서였다. 말로의 목소리와 또 다른 축을 이루던 기타. 끊어질 듯 이어지는 두 소리의 호흡은 환상적이었다. 바로 그 묵직한 기타의 주인공이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앨범을 내놓았다.
박주원은 첫 번째 앨범에서 '집시의 정열과 투우의 거칠고 야성적인 화려함'이 연상되는 스페니쉬 음악을 선택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색적인 소리를 만드는 데 혼신을 쏟아 부었다. 춤곡이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볼레로, 삼바, 탱고, 스무드 재즈 등 다양한 음악들이 그의 신보를 다채롭게 만든다. 최근 다양한 연주 음반 사이에서 유독 그의 1집이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런 차별화에 있을 것이다.
또한 기타 곡으로는 드물게 피처링이 되어 있는 곡을 여러 발견할 수 있다. 그것도 소울 보컬 정엽, 하모니스트 전제덕, 재즈 싱어 말로, 재즈 탱고 밴드 라벤타나 등 탄탄하고 저력 있는 뮤지션과 호흡을 맞췄다. 기타가 곡을 짜고 리드를 하면 피처링이 그 멜로디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그 호흡과 짜임이 가히 환상적이다. 특히 악기 2개가 한 몸이 되는 듯한 'Made In France(Feat. 말로)'는 이 앨범의 정점을 찍는다.
기타연주곡들은 때때로 아티스트 스스로 심취한 듯한 불친절한 곡이 많다. 그런 면에서 박주원은 난해하지 않고 가볍지도 않은 선을 잘 잡았다. 또한 스페니쉬 스타일 자체도 심심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운 소리로 귀를 자극한다. 특히 '여인의 향기' 같은 귀에 익은 곡들은 기존의 곡이 박주원의 손에서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볼 수 있다. 12곡 모두 다른 음악들이지만 화려하고 탄력 있는 주법, 그리고 섬세한 터치로 왜 앨범의 이름이 [집시의 노래]인지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박주원의 기타는 잔잔하게 시작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우리 마음을 두드린다. 그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내 몸 어딘가 숨어있던 춤의 본능이 깨어나고, 내 마음 어딘가 남아있던 집시 본능도 눈을 뜰 것 같다. 끝없이 자유롭게 내달리고 싶은 마음, 그리고 어디론가 정처 없이 떠나고 싶은 마음. 몰래 감춰두었던 우리의 본능을 자극하는 음악. 그것이 집시의 음악이고, 박주원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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