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값하는 기타와 한국 제작가 기타

by 갑자기 posted Feb 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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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을 기타 한 대로 지내다가 지난 1년간 기타에만 250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없는 돈에, 갑자기 미쳐버린 것이죠.


오늘 갑자기 기타의 가성비에 대한 생각과 국내제작가 및 좋은 기타에 대한 생각을 적고 싶어졌습니다.


지난 1년간 나름대로 기타들을 경험하려고 애썼지만, 단지 몇 십분 만져보는 것으로 기타를 판단하기에는 경험과 지식이 부족했던 점이 제일 아쉽습니다. 연주되지 안던 기타가 깨어나려면 1~2시간은 필요한 것 같고, 너무 낮은 기온에서는 평가가 힘듭니다. 주변에 기타리스트가 많거나 좋은 기타를 갖고 있는 애호가들이 많았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갑자기 김양식 선생님 기타(이하 간단히 김양식 기타)가 생각이 나네요. 두 대를 잠깐 만져봤었는데, 지금도 그 음색을 다시 느껴보고 싶습니다. 저 아래 누군가 김양식 선생님 기타의 음색이 구슬프다고 표현하셨네요. 구슬프다는 단어에는 부정적 느낌이 포함되어 있어서 저는 딱히 찬성하고 싶지는 않지만 좋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을 가미하여 단어를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담백한 구슬픔이라고나 할까요? '담백'이라는 말로 구슬픔의 부정적 뉘앙스를 중화시키고 싶습니다. 다음 기타는 김양식 기타 또는 고노 기타를 갖고 싶습니다.


누군가 누구를 인터넷에서 칭찬한다면 특수 관계인의 여론 형성용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오늘은 상관없이 생각을 올리고 싶습니다. 김양식 기타의 좋은 기억이 있지만, 다시 만져보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요.


확실히 두 대의 기타를 1:1로 비교하면, 아무리 음색이 좋아도 음량이 딸린다면 경쟁에서 불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기억만 남았을 때에는 음량이 아니라 음색이 기억에 더 남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기타의 분류. 콘서트용. 연주용. 연습용. 저는 이렇게 3가지로 분류하게 됩니다.

1. 연습용 기타는 재질이 저렴한 것이라서 그렇지, 좋은 제작가가 정성껏 만들면 연주하기에 너무나도 충분할 정도로 좋은 것 같습니다.

2. 연주용 기타는 제작가의 제작 철학과 나무의 고유 음색이 잘 버무려진, 연주자의 가슴을 울리는 기타라고 생각합니다.

3. 콘서트용 기타는, 넓은 홀에서 청중에게 들려야 하므로 일단 음량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주용 기타가 반드시 콘서트용 기타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명기급은 만져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콘서용 기타 중에서 음색마져 만족스러운 악기가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지난 1년간 구입한 기타는 국산과 외산이 모두 포함되는데 가격대가 700,800,1100 정도에서 형성된 것들입니다. 돌이켜보면 이 중에는 지금이라면 사지 않았을 기타도 있습니다. 지금 되판다면, 구매자가 나타난다는 가정하에, 감가가 적은 기타와 큰 기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승용차의 선호도가 중고차 가격에 영향을 받는 것 처럼, 기타의 신품 가격도 중고가격과 연동될 것 같습니다. 중고 가격이 구입후 바로 하락할 것 같은 악기를 구매한다면, 정말 그 악기를 갖고 싶은 충동에 깊이 빠져야만 계속 만족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20년간 사용하던 악기는 신품 80만원이었는데 두 번의 수리를 거쳐 그 잠재력이 완전히 표출된 악기입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에 중고악기가 절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중고악기 관리만 잘 되어 있다면, 악기의 수명도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요즘 기타매냐에 나오는 좋은 중고 악기의 가격을 보고 있노라면 군침이 돕니다만, 자제하느라고 힘듭니다.


고가의 외산 기타들을 살펴보면 연주장에서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입장에서는 정말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악기라는 판단이 듭니다. 그러나 그 음색을 들어보면, 1:1로 비교해도 국산 기타보다 좋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악기들도 분명 꽤 있었습니다.


누군가 올리신 글을 보면, 국산기타의 음색이 외산을 따라가려면 멀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동의하다가도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타 제작을 시작한지 10년도 되지 않는 신진 제작가분들의 악기 중 일부는 물음표이지만, 음색도 훌륭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기타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으로 보아, 발품을 많이 팔지 않으면 알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고, 각 제작가 악기를 시연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국내 신진 제작가님들 응원합니다. 물론 원로 제작가 분들도 응원합니다. 한국에 기타 사랑 인구가 더 늘어나면 좋겠네요.


여기 운영자이신 수 선생님 기타도 관심이 있었는데, 대부분 공방에는 시연악기가 없어서 무턱대고 주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사실 제 20년된 악기가 수 선생님 초창기 연주용 악기입니다. 절대 남 줄 수 없는 좋은 악기이지만 음색이 따뜻한 종류는 아니라서 따뜻한 음색의 악기를 찾다가 돈을 다 써 버렸네요.


같은 기타라도 남의 것 빌려서 평가하는 것보다는, 내 돈 주고 산 것을 평가할 때에 더 엄격해 지는 것 같습니다. 돈이 더 생겨서 기타를 더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 갖고 있는 각 기타들을 사랑해 주기에도 생활이 충분히 바쁘고 시간이 없네요. 지금 기타들을 처분할 생각도 전혀 없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맨날 눈팅만 하다가 갑자기 두서없이 주저리 적어보았습니다.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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