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봄3, 세월호 사건 이후 달라진 것.

by 신현수 posted Nov 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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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목이 자못 그 풍채를 자랑하던 여름도 가을도 지나가고,
어느덧 쓸쓸히 낙엽이 뒹굴고 서리가 내리는 초겨울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도 간간이 되살아나는 슬픔이 있습니다.
잔인했었던 올해의 4월, 봄 봄 봄, 세월호 참사. 홀로코스트!
 
그로부터 지난 나날 내내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과 상실감 속에 지내 온 터이지만,
그 아픔 속에서도 일종의 확고부동한 기대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것이,
1388년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이래....
혈연, 지연, 학연, 사상연, 색깔연, 종교연.... 등등,
온갖 파당의 고리들이 만수산 드렁칡이 되어 이 나라를 휘감아 얽어매고,
그 속에서 "기회주의"를 최고의 도덕률(?)로 신봉하는 잡것(상류층)들이
정경유착, 부정부패, 협잡과 비리 등으로
삼천리 방방곡곡을 온통 썩은 냄새 넘쳐나는 쓰레기통으로 만들고 있는....
이 질식할 듯한 현실을 개혁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성격의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수백 년 대물림해 온 이 기막힌 현실을 바로잡을 역사적 변증법적 계기가 될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302명이나 되는 목숨을,
그것도 그중 대다수는 이제 막 피어나려 하는 아이들인 목숨들을
산 채로 수장시켜 버린 홀로코스트!
그 전 과정을 전 국민이 TV 생중계로 내내 지켜보았던 것입니다.
때마침 현 대통령도 스스로의 입으로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분이기도 했고....
 
이광요(李光耀)의 싱가폴 시절에 비추어 본다면,
또는 1990년대 이탈리아의 '마니 풀리테(mani pulite)' 운동에 비추어 본다면,
그것은 분명 상당수의 여야 국회의원들을 비롯하여
행정·사법부의 관료 및 각계 인사들이 구속되어야 마땅할 사건이었습니다.
수천 명의 각계 부패 인사들이 대거 대가를 치루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비통함 속에서도
302명의 안타까운 희생이 그에 합당한 기념비적인 유산을 이 나라에 남기게 될 것이라는
확신과 기대를 갖고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 나라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나라에는 싱가폴의 이광요가 없음입니다.
이 나라에는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가 없음입니다, '마니 풀리테(mani pulite)' 운동에
불을 짚혔었던. 그리하여 수천 명의 이탈리아 정·재계 부패 인사들을 법정에 세우고 구속까지 되게 했었던.
 
온통 썩어 빠진 이 나라 상류층의 "고질적 도덕률(?)"은 그대로 두고, 이 나라의 대통령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창조경제"만을 들이대고 계십니다.
"원리원칙"일랑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수백 년 묵은 고질적 도덕률"을 그대로 두고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요?
앞으로의 경제란 건전한 마인드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어디 필자만의 생각인 것일까요.
 
아시다시피,
중화학공업 조선 전자 가전 등등, 대부분의 기간산업들이 중국에 거의 따라잡힌 상태이고,
메모리 반도체까지도 중국 기업들이 수백조의 투자를 통해 한국을 따라잡겠노라 선언하고 있는 판입니다.
 
현재까지 남한은 북한이라는 장애물로 인해 섬이나 진배없었습니다만,
머지않아 북한이 스스로 붕괴되고 나면, 이 나라는 더 이상 "섬"이 아닙니다.
북한 땅뿐만 아니라 값싼 만주 벌판까지도 활짝 열리는.
제조업체들은 더 이상 (매년 되풀이되는) 땅값 상승에 의한 금융 혜택에 의존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적인 현상에 시달리게 될런지도 모르겠네요.
(※ 일본이나 남한 땅을 전부 팔면 미국 땅 전체를 구입하고도 돈이 남는다는 식의 이야기는
바로 "섬"이라는 특수한 조건에 기인하는 수요와 공급의 극심한 불균형이 낳은 일종의 경제적 모순을 말하는 것이지요.)
 
수년 내에 내연기관 자동차는 사라지고, 전기 자동차로 대체될 것이라고들 합니다.
연료비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저렴한 데다 디지털 제어로 신뢰도 높은 무인운전 기능의 구현까지
어렵지 않게 가능해서 전기 자동차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무인운전 기능에 있어서, 끊임없는 피드백에 의존하여 아날로그적 제어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내연기관 쪽이 디지털 제어로 극도의 정밀 제어가 가능한 전기 모터 쪽의 경쟁 상대가 될 수는 없지요.
참고로, 유럽과 러시아의 자체 위성에 의한 GPS는 오차가 30cm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튬전지 쪽이든 연료전지 쪽이든, 전기 자동차는 엔진과 변속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엔진과 변속기에 연관된 방대한 자동차 관련 산업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은 더 이상 규모에 매달릴 필요가 없는,
중소기업형의 산업으로 변모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소비자들이 각자 취향대로 적어 놓은 주문서에 맞추어
차체는 xx디자인의 A 모델로,
타이어는 xx타이어의 광폭B 모델로,
전기 모터는 xx모터의 초강력 C 모델로,
배터리는 xx배터리의 D 모델로,
메인 컨트롤러(컴퓨터)는 xx전자의 E 모델로,
OS는 xx소프트의 "완벽 무인운전 F" 모델로 탑재하여 조립하는 식의.
게다가 각종 앱은 소비자들이 알아서 골라 설치하여 사용하게 되겠지요.
 
말하자면, 현재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는 대다수 기간산업들의 앞날이 극히 불투명해 보인다는.
요컨대 기업들은 오로지 실력을 위주로 승부해야 하는 기업환경을 맞게 될 것이라는.
한데, "건전한 마인드"가 바탕이 되고 있는 사회라야 진정한 실력자들이 방해 받는 일 없이
여기저기서 쉽사리 두각들을 드러낼 수 있게 되는 법이지요.
 
말이 난 김에 무식한 필자의 생각을 좀 더 늘어놓아 본다면,
북한이 붕괴한다 해서 중국이 서두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썩어 빠진 도덕률"이 고질화한 한국을
자신들의 위성국가로 만들기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울 테니까요.
 
무식한 필자가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한 예를 들어 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주도 도처의 땅들을 싹쓸이하듯 매입하고, 한족들을 대거 제주도에 귀화시킵니다.
선거를 거치면 제주도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모두 한족들로 바뀌게 되겠지요.
그런 식으로 이 나라의 여러 지역들을 홍콩이나 대만처럼 바꾸어 놓습니다.
 
"썩어 빠진 고질적 도덕률"을 좌우명으로 출세하여 행세하고 있는 이 나라의
국회의원이나 관료들을 매수하기란 누워서 떡 먹기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종중세력으로 국회와 정부 요직들을 채우고 나면 작업 끝.
필요한 법률이 있다면 언제든지 내키는 대로 만들 수 있을 테지요.
"건전한 마인드"가 바탕이 되고 있는 사회라야 애국심도 생겨나는 법이지요.
 
스위스, 베네룩스 3국 등 유럽의 작은 나라들이 선진 강국이 된 근본 이유 또한
거기("건전한 마인드"가 바탕이 되고 있는 사회)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건전한 마인드"가 바탕이 되고 있는 사회가 조성되기만 한다면,
이 나라도 이광요를,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를 갖게 될 것입니다.
"썩어 빠진 고질적 도덕률"에 치이고 짓눌려서 빈사 상태로 허덕이고 있던
다수의 이광요와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들이 살아나서
제 역할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상은 무식한 필자가 잠시 생각해 본,
앞으로의 경제란 건전한 마인드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어 보이는 까닭입니다.
 
이 나라 위정자들의 비양심과 무능은 역사 속에 두고두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되겠습니다만,
애고~, 이 나라의 서민들은 어쨌거나 질식할 듯 답답한 가슴을 안고 살아가야 할 가련한 처지입니다, 그려.
 
각설하고,
 
필자는 (이미 자정이 지났으니 ^_^, 오늘이 아닌) 어제도

잔메 숲을 거닐었습니다. 지난 4월의, 봄 봄 봄의 기억을 떠올리며.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에 있어서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는 이 기막힌 현실을 생각하며....
한데 그때, 갑자기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 그랬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공터마다 노인장들이 철봉이며 각종 운동 기구들을 잡고 발차기를 해대고 있더라고요.
그것은 분명 세월호 사건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은 필자가 유일하게 찾아낸, 세월호 사건 이전과 이후의 다른 점이었습니다.
 
잔인했었던 지난 봄 봄 봄은 그렇게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잔메에서 syn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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