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채보 악보중 최악의 실수....

by 지얼 posted Nov 0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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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오늘 롤랑디용 편곡의 <사랑의 찬가> 악보를 최종 수정하여 다시 올렸당..
그전에 채팅을 하면서 고정석님께 원본 악보를 이메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원본과 내가 그린 가짜 악보랑 비교해 보았다...
허걱!!!
원본 악보를 본 순간 악보의 복잡함에 질려버렸다...
게다가 조성도 6번줄을 <미플렛>으로 내린 E플렛 메이저...
나의 잔머리가 롤랑의 비상투성에 개박살나고 마는,그런 순간이었다...(ㅠㅠ)

나의 잔머리는 다름 아닌 이런 생각을 했다....

"롤랑의 연주를 들어보니...음....특이하게도 내림마장조로 되어있군...내림마장조로는 개방현의 사용이 수월하지가 않아서 연주하기가 쉽지 않을텐데...쉬운 방법이 없을까...."

순간 머릿속에서 전기불이 반짝 하고 켜졌다...

<익스트림>이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 <누노베텐커트>는 <모어댄워즈>라는 곡을 연주할 때 통기타의 전체 튜닝을 1/2 스텝다운, 즉 모든 현을 반음 낮게 튜닝해서 연주를 했다.....바로 이거다....롤랑이 쉬운 <마장조>조성을 두고 괜시리 어렵게 <내림 마장조>로 했을리가 없다....롤랑은 아마도 전체 현을 반음 낮춘 뒤 마장조로 기보한 악보를 보고 연주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예전에 세고비아도 반음 낮춘 조율을 좋아해서 콘서트시 내림 나단조의 샤콘느를 연주했다고도 하지 않는가(물론 거트 현 시절 애기지만)....반음 낮춘 클래식 기타 소리는 오히려 부드럽게 들린다고도 하지 않는가.

그래서 반음을 낮춘뒤 롤랑의 음반을 듣고 채보를 하기 시작했다....얼마나 연주해보고 싶었던 곡이었던가...그러나...

뱁새가 어찌 황새의 뜻을 알리오.

롤랑은 6번선을 <미플렛>으로 내린채로 그냥 <내림 마장조>로 편곡과 연주를 했던거다...내림마장조임을 확인 한 순간 이 곡이 절대 연주하기 쉬울리가 없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역시...

원본 악보는 절라 어려웠다....(ㅠㅠ)
한마디로 말해서
'손 작은 사람은 그냥 듣는걸로 만족하라...' 는 롤랑의 계시였다.
손이 작아서 연주하기가 불가능한 곡이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세상에는 분명히 손이 작아 치기에 어려운 곡이 존재한다.
피아노에서도 가끔 한옥타브가 넘는 운지법(?..예를 들면 <도>음과 한옥타브 건너뛴 <미>를 한손으로 누르기)이 존재해서 손작은 연주가 지망생들을 곤혹스럽게 한다는데 기타아 역시 마찬가지인 거다...
롤랑.....손 커서 좋으시겠다....(ㅠㅠ)
이건 완전히 <사랑의 찬가>가 아니라 <거수(큰손)의 찬가> 였던 거다...

다시 원래의 얘기로 돌아가면...
결국 내가 그린 악보는 역시 예상대로 모조품일 뿐이었다.
중간에 마디 나눈 것도 틀렸고 후반부 두마디의 허전한 화성도 그렇고(수정해서 다시 올렸다) 게다가 운지 자체가 틀린 조성의 설정으로 인해 완전히 원본과 틀리다.
최악의 실수였다....(ㅠㅠ)

그러나...

단점이 있으면 반대로 장점도 있는법...
일단 나의 채보 구라 악보는 연주하기에 원본보다 무지 용이하다...
그리구 롤랑의 원곡을 틀고 같이 연주해보면(물론 이때는 전체 현을 반음 내려 조율해야 한다) 솔직히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 같기두 하다...아님 말구....퍽!!

두번째 장점은...
악보 보기가 훨 쉽다...솔직히 롤랑의 원보를 보면 이건 뭐, 음표로 아방가르드 미술작품을 그린 것 같다...마치 수학2의 정석책의 미적분 식을 보는 것 같은 현란함이 나를 뇌살시킨다...롤랑은 아마도 복잡한 사람이리라.

세번째 장점은...
사실 이건 전에도 많이 생각해 본 건데, 이런식의 인터넷 악보 배포는 좀 돈을 주고 악보를 구입하신 분들께 누가 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그러나 채보 악보라면, 특히 이런식의 원보와 차이가 많이 나는 구라 악보라면 그다지 미안해할 꺼리가 없다...아무리 짜가가 판쳐도 진짜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으니까...
고로, 세번째 장점은 돈주고 악보를 구입하신 매니아분들에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거다...

네번째 장점.....이게 젤루 맘에 드는 장점이다...

꽁짜다....



후배들이 자꾸 지 결혼할때 축하곡 쳐달라고 해서 그때마다 "기타 음악은 복잡한 예식장에서 연주하기엔 좀 썰렁타~"는 이유로 거절하곤 했다(사실은 남 앞에서 연주하는것을 무지 두려워한다...). 언젠가 한 후배가 "형, 저 이번주에 결혼하는데  축연해 주실거죠?"라고 묻는 터에 난 이렇게 대답해서 주위를 썰렁하게 만든적이 있었다.
"이번은 힘들고....다음 결혼식때 꼭 연주해줄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부탁하는 후배들이 있어서 차마 그들의 바램을 저버리기가 무지 미안했다...그럼 안되는 실력으로 무엇을 연주해야 하는가? 항상 이문제로 머리가 아팠다. 한번은 친구와 식장에서 축연으로 카룰리의 <듀오 인 쥐> 론도 부분만 연주 한 일이 있었는데 이건 완전히 케잌에 김치 얹어 먹는 격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곡이 <트윈 폴리오>의 <웨딩케잌>....내가 기타치고 노래 잘하는 후배넘 꼬드겨서 하면 되겠다...고 생각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건 영 아니었다....제목만 <웨딩케잌>이지 가사는 대충 이랬다.

"이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가네 사랑치 않는 사람에게로~
..............중략..................................................
남겨진 웨딩케잌만 바라보며 하염 없이 눈물 흘리네~....."

그래서 결국 생각해낸 것이 엘가의 <사랑의 인사>기타 독주 버전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독주 버전은 영 맘에 들지 않았다...고음으로 쭉~올라가야 할 선율이 기타의 제한(한계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적 여건 때문에 한 옥타브 밑으로 뚝~떨어지게 편곡되어 있었으므로.

그러던차에...
롤랑 편곡의 <사랑의 찬가>를 우연히 듣게 된거다...
이곡 만큼 결혼식장 축연으로 어울리는 곡이 또 어디있겠는가.
그래서 시작한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괜히 했다.....(T^T)
왠지 오보 유포죄로 콩밥을 먹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다음부터는 좀
겸허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난...
롤랑의 <찢어지는 손가락 버전>보다는
지얼의 <참을만한 구라허접 버전>으로 연습하련다...
안되는걸 어쩐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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