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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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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합니다.2016.02.02 06:24
연주가의 희귀 질환
국소 근육 긴장증(focal dystonia)

그동안 아티스트들의 의학적 질환에 대해 몇 회에 걸쳐 소개하였다. 간추리면
'과사용 증후군'이라고 불리우는 조직의 만성 피로 현상과 신경이 압박되어 나타나는
손저림에 대한 설명이었다.

아티스트들의 연주활동과 관련한 신체 이상을 교과서적으로 크게 3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앞서 설명한 두가지와 국소 근육 긴장증이라는 이상이 그것이다.
이 병은 아직 우리나라 용어도 정확하게 번역이 안되어 있을 정도로 드물고 아는
의사만 아는 일종의 특수한 신경의 이상 질환이다. 과사용 증후군이나 신경 압박증은
일반인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신체 이상이지만 근육 긴장증은 아티스트, 다시
말해 전문적인 악기 연주 때문에만 생기는 진짜 전문 연주가의 직업병이다. 그래서
이 병의 정식 명칭은 '국소 근육 긴장증(focal dystonia)'이지만 일명 '음악가 경련(musicians
cramp)' 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증상을 현악기 연주자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미리 알려두고 싶은 것은
증상이 연주하는데 심각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나 매우 드문 증상이니까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가볍게 읽어주었으면 한다. 현악기 연주자가 어느땐가부터
왼손 네번째 손가락이 연주 중에 정확하게 지판을 짚지 못하고 박자를 놓치는 일이
있음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특히 빠른 패시지를 연주할때는 음표를 놓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연주자는 이전에 아무런 문제없이 빠른 패시지는 물론 고난도 왼손
테크닉을 구사하였으며 전혀 이런 낭패를 경험한 적도 없다고 한다. 처음에는 힘이
많이 들어갔나. 너무 긴장한 것인가, 안하던 어려운 곡을 갑자기 시작해서 그런가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해 봤지만 걱정이 되고 초조한 나머지 연습을 더하게 되고 오히려
손가락이 제대로 짚히지 않는 증상은 더해 지는 것 같다고 한다. 대개 이런 증상이
근육 긴장증으로 진단 받는 연주가의 일반적인 호소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손가락이 자기 마음먹은 대로 안 움직이니 혹시 마비가 된 것은 아닌가 하겠지만
연주하는 특정 동작 이외에는 절대 다른 활동을 할 때는 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딱히 증명된 것은 없지만 연주 중에 움직이는 동작은 특별하게 오랜 기간에
걸쳐 훈련된 특수한 신경 회로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 일상 생활에서 손을 사용하는
것과는 신경의 전달 구조가 틀리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알겠지만 증상이 매우 특징적이어서 연주 아티스트가 찾아와서
어느때 부턴가 연주할 때 손가락이 마음 먹은 대로 잘 안 움직이고 연주할 때 말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얘기만 들으면 필자는 거의 틀림없이 국소 근육 긴장증이구나
하고 바로 진단할 수 있다. 필자가 진찰한 근육 긴장증, 일명 '음악가 경련'은 최근
2년 사이에 10 명 내외가 있었는데 이 중 어느 누구도 다른 의사에게서는 이런 진단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하였다. 이것은 다른 의사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앞서 언급했듯이
연주자에게서만 희귀하게 발견되는,그래서 의사들에게조차도 생소한 병이기 때문이다.

진단도 그렇지만 사실 진단이 되고 난 후 당사자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하는 것이 더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뾰족한 치료법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낫지 않는다면 솔직히 연주 생활에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아티스트와 관련된 의학적
문제를 다루는 학술 잡지나 책을 보면 매우 드문 병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다루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이것이
가장 좋은 치료다'하고 말할 만한 것이 없어 안타깝기 그지 없으나 정확한 원인과
좋은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희망을 갖고 기다려
보면 조만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참고로 필자는 환자가 오면 이 병의
진짜 전문가인 신경과의 비정상 운동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의에게 일단 의뢰하여
신경 계통의 진찰을 받아볼 것을 권하며 일반적으로는 초조감을 털어버리고(물론
어렵겠지만) 악기를 아예 몇 개월 놓고, 모든 것을 잊어버린 후 평온한 마음으로
절대 서두르지 말고 마치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쉬운 연습곡부터 다시 시작하여
볼 것을 권하고 있다. 끝으로 다른 병으로 오진이 되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되는데
병원에 찾아가서 목디스크나 말초신경 마비 등 다른 진단이 쉽게 내려졌다면 신중하게
다시 진찰을 받아보기 바란다.

박민종(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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