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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한국어
신현수2015.04.15 17:53

 

kevin님, 온라인 상에서나마 제니퍼양의 아빠 되시는 분을 뵙게 되어 반갑고 기쁩니다. 얼마 전 이 게시판에 올려져 있던 제니퍼양의 샤콘느 동영상을 열어 보았었습니다. 인터넷/컴퓨터에 머무르는 것을 즐기지 않는 편인지라 예전에는 동영상을, 특히 그중에서도 내국인이 연주하는 동영상을 열어 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근년에 들어 어쩌다 박규희양의 동영상을 열어 보고 많이 놀랐던 적이 있던 차라, 기대를 갖고 제니퍼양의 샤콘느를 클릭했습니다.

 

제니퍼양의 동영상은 몇 가지 점에서 저를 크게 놀라게 했었습니다. 왼손 운지나 오른손 두 손가락 교호 주법에 대한 기량은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올라도 충분한 그것이었습니다. 엄청난 저력과 집중력 그리고 섬세한 감성 같은 것 또한 대가들의 그것에 별반 뒤지지 않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말해서 제니퍼양은 100년에 한두 명 나온다는 자질을 가진 보석 같은 아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한데 말입니다. 다름 아닌 기본기에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있음도 보았습니다. 이미 그토록 엄청난 저력을 쌓아 온 아이가 어떻게 그런 기초적인 결함들을 여태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자질이 뛰어난 아이라 해도 그 정도의 기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많은 시간들을 연습에 바쳤을 터인데, 초·중급 시절에 바로잡아 주었어야 할 기본기들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문제로 남아 있다니.....!

 

이메일로 제 견해를 말씀 드릴까 했으나, 이메일은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제대로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웹의 표현력을 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서요. 그리고 제니퍼양의 동영상들이 이미 다수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터이므로, 댓글로 조언의 말씀 드려도 크게 결례가 되지는 않을 듯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느꼈던 점 중에서 지금 당장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점들을 골라 두세 가지만 말씀 드릴까 합니다. 제니퍼양의 나이로 볼 때 지금 머뭇거리면 영영 기회를 잃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고 해서.

 

제니퍼양이, 어렸을 때 톱 클래스의 마에스트로 중 한 분을, 이를테면 알바로 삐에리나 마뉴엘 바루에코 같은 분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지금이라도 만일 제니퍼양이 톱 클래스의 마에스트로 중 한 분을 찾아 가서 사사하기를 청한다면, 마에스트로는 틀림없이 다른 것 다 제쳐 두고 제니퍼양의 오른손 탄현 기법에 대하여 상당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별도의 훈련 과정을 적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약간의 설명을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동영상에서, 제니퍼양이 a로 탄현할 때에는 손톱의 왼쪽 면을 사용하기도 하고 오른쪽 면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포얀도로 탄현할 때에는 거의 예외 없이 왼쪽 면을 사용합니다만, 티란도 주법으로 탄현할 때에는 (부지불식 간에) 오른쪽 면을 더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 그럴 경우 오른손 평면경사 자세의 경사각과 상호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박약한 탄현점으로 퉁기게 됩니다. 이를테면....

 


동영상. 제니퍼양이 연주하는 Bach의 Chaconne

 

제니퍼양의 연주에서 아래 악보1의 A 부분들을 퉁길 때에는 a에 한해 손톱의 오른쪽 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a로 퉁기는 음들만 박약한 음질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악구에서는 그것이 외성(外聲)인 소프라노 성부를 (음색을 달리해) 분리해 내는 방법의 하나로 더러 사용되는 수법이기도 해서, 이 악구에서 음악적으로 특별히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리하면 악상을 그르치는 경우까지도 가리지 않고 그런 식으로 탄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니퍼양의 동영상을 몇 개 더 열어 보았습니다만, 대체로 다 그런 식이었습니다. 제니퍼양은 부지불식 간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퉁기는 것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이는 초·중급 과정에서 반드시 거쳤어야 할 철저한 탄현점(touch point) 제어 훈련이 결여되어 있는 탓이라 하겠습니다. 참고로 i, m은 손톱의 왼쪽면으로 퉁기면서도 a만은 (손톱의) 오른쪽 면으로 퉁기는 것을 통상적인 탄현법으로 삼는 이도 있습니다. 알바로 삐에리가 그렇습니다.

 

jennifer_01.jpg

            악보1. Bach의 Chaconne(세고비아 편곡), 처음 ~ 제10마디

 

제니퍼양은 악보1의 C 부분의 풀 코드를 p로 훑어 내려 연주합니다만, 그 다음 화음은 p-p-i-m-a 아르페지오로 연주합니다. 그 결과는 이렇습니다. C 부분에서는 아시다시피 소프라노 성부가 주 선율로 드러나야 하는데, 즉 (레) - 시b - 라 - 솔-파 - 솔 - 미-파 음들이 주선율을 형성하며 드러나야 하는데, (화음을 동반하는 소프라노 성부) "시b - 라" 음의 경우는 그렇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b 음은 p에 의한 둥근 음질로, 라 음은 a의 티란도에 의한 (손톱의 오른쪽 면으로 퉁긴) 박약한 음질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두 음 간 음의 동질성조차 유지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기본적인 몇 가지 탄현 기법들만 익혔어도, 똑 같은 운지로 연주한다 해도 이 부분을 음악적으로 결함 없이 잘 연주해 낼 수 있습니다.

 

(악보1의 ) D 부분에서는 (붉은색 원으로 표시된) 가운데 성부 테너의 음들이 주선율로 드러나야 하는데, 제니퍼양은 i·m·a로 겹음을 퉁길 때 특정 손가락의 음만 드러내는 기법을 익히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표현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리어 a로 퉁기는 소프라노 성부의 미 음들(하늘색 둥근 원)이 박약한 음질로 이질적인 소리를 내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악보1의 ) B 부분에서는 아우프탁트(도)가 아포얀도로 강조되고 있고, 이어서 크레센도되어야 할 다음 시b 음은 ( i·m·a로, 또는 i·m으로 겹음을 퉁길 때 특정 손가락의 음을 드러내는 기법을 익히지 못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데크레센도되고 있습니다.

 

jennifer_02.jpg

            악보2. Bach의 Chaconne(세고비아 편곡), 제30 ~ 37마디

 

악보2의 E부분은 소프라노 성부(붉은 색 원으로 표시된 음들)와 베이스 성부가 서로 응답하며 진행해 갑니다만, 역시 ( i·m·a로 겹음을 퉁길 때 특정 손가락의 음을 드러내는 기법을 익히지 못하였기 때문에) 소프라노 성부를 적절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jennifer_03.jpg

            악보3. Bach의 Chaconne(세고비아 편곡), 제47 ~ 52마디

 

악보3의 6번째 변주(var. 6) 부분에서는 a의 탄현을 아포얀도로 하고 있으며, 그래서 둥근 음색으로 연주됩니다. 그러나, X 부위의 a로 퉁기는 음만은 티란도로, (손톱의 오른쪽 면으로의) 박약한 음질로 퉁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선 아래의 뒤나믹 기호를 보면  X 부위가 주변에 비해 가장 크레센도된, 감정이 고조된 위치입니다만, 박약한 음질과 기어 들어가는 듯한 음량으로 인해 악상의 흐름이 끊어지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오른손 탄현 기법과 관련한 제니퍼양의 기초적인 문제를 몇 가지 거론해 보았습니다. 한데, 더 중요한 점은 악상을 읽어 내는 안목이 아직은 많이 미숙하다는 점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점 역시 반드시 실력 있는 대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면으로 생각됩니다.

 

여건만 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제니퍼양이 톱클래스의 마에스트로 중 한 분을 찾아 뵙는 것이 어떨런지요? 궁금해서 박규희양의 프로필을 살펴보니 알바로 삐에리를 사사했다고 되어 있더군요. 알바로 삐에리라면 제니퍼양을 최고의 비르투오소로 길러 내는 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침 박규희양으로부터 (kevin님께서) 관련 정보나 도움을 구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혹시 이상의 제 댓글이 결례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제니퍼양의 동영상 몇 개를 열어 본 후 제니퍼양의 앞날에 내심 큰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제니퍼양을 지금처럼 키우기 위해 많은 고심과 노력을 기울여 오셨을 kevin님께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 기타계의 앞날을 위해 국내 독지가분들의 관심이 제니퍼양에게 마구 쏟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잔메에서 syn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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