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0일 박규희 연주회 인천일보 기사입니다

by 김반 posted Feb 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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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객석을 사로잡다  

세살 때 기타 입문, 다섯 살 때 기타 연주. 이런 사실 만으로도 박규희(24)는 기타 애호가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기타협회 회장인 리여석(70)씨가 "우리 나라 최고의 기타리스트"라고 극찬한 사실에 대해 박규희가 자신의 제자였기 때문 만은 아니었음을 알게 된 건 지난 10일 저녁, 그의 연주를 접하고 나서이다.

콘서트가 열린 곳은 인천시 중구 '파랑돌 아트홀'. 박규희 기타연주회는 '하우스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우스콘서트는 유럽에선 보편화한 연주회로, 연극으로 치면 소극장 공연과 같은 것이어서 교감의 밀도가 높다.
오후 7시5분. 단발머리의 박규희가 앳된 소녀의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자 객석은 세상이 꺼져버린 것처럼 고요해졌다. 박규희의 작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처음 연주한 곡은 바흐의 작품이었다. 그는 무거운 바흐의 곡을 마시멜로처럼 부드럽고 캐스터네츠처럼 경쾌하게 연주했다.

두 번 째로 연주한 곡은 이탈리아 작곡가 레나니의 .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에 선 한 여인이 슬픔에 잠겨있는 듯한 느낌을 준 이 작품은 기타 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곡처럼 느껴졌다. 박규희는 하프를 뜯듯, 우아하게 악기를 연주했으며 7번에선 즐겁던 과거를 회상하는 것처럼 밝은 톤의 연주기법을 보여줬다.

발톤의 1악장은 왼손 핑거링의 동선이 현란했으며, 2번은 시종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는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소리의 강약만으로 서사구조를 갖춘 하나의 완벽한 곡으로 발현돼 연주홀에 울려퍼졌다.

리오벳의 <성모의 보석>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노래했고 <스케르초 왈츠>는 왈츠리듬이면서도 왼손의 화려한 애들립으로 왈츠 이상의 그 무엇을 선보였다.

소녀 같은 숙녀 연주자는 안드레이 세고비아조차 잘못 연주할까봐 연주를 망설였다는 일화가 있는 망고레의 <왈츠4번>을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연주했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능가하는 트레몰로주법의 <숲속의 꿈>을 통해 콘서트홀을 일순간 아름다운 숲속으로 바꾸어 버렸다. <왈츠4번>에서 옥의 티처럼, 한 두 음 정도 약간의 탁음이 일긴 했지만 이후 연결이 자연스러워 전체적인 곡에 조금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연주가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환호성과 박수갈채로 스물 네 살의 천재기타리스트에게 찬사를 보냈다.
맛깔스러운 와 앙코르곡 <스카이탱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이르기까지 박규희는 한 곡 한 곡 들을 때마다 '저게 최고야'라고 생각될 정도로 시간이 흐를 수록 더 깊고 더 새로운 곡을 쏟아냈다.

연주도 연주지만, 객석은 특히 그녀의 연주모습에 더 현혹되는 것처럼 보였다. 박규희의 오른 손은 오로라처럼 기타 위에 떠서 하늘거렸고 왼손은 1플랫에서 맨 마지막플랫을 미끄러지듯 자유롭게 오갔다.

오스트리아 빈국립음악대학에서 유학중인 박규희는 방학을 맞아 이번 콘서트를 준비했으며 오는 14일 부평문화사랑방에서 한 차례 더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인천일보 2008.2.10 /글·사진=김진국기자 blog.itimes.co.kr/free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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