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휘 클래식기타 콘서트 부산연주 후기
이동휘 연주자를 처음 본 것은 2017년 3월 부산에서였다. 당시 정말 어린 나이로 세계 콩쿨의 문을 두드리며 하나씩 성과를 올리고 있던 정말 전도유망한 젊은 연주자였다. 부산에서 클래식기타 공연을 활발하게 열고 있는 골방 콘서트(현 기타고라스)에 자신이 직접 연주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나는 당시 골방콘서트 감독님에게 이동휘 연주자를 소개하였다. 우리는 그렇게 기타리스트 이동휘의 연주를 볼 수 있었다. (부산 연주회 아래 링크 클릭)
https://blog.naver.com/poohsungjin/220918522257?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2017년 3월 부산 연주는 2시간에 육박하는 거대한 프로그램이었다. 1부 프로그램도 명곡으로 가득 찬 프로그램이었지만 2부는 벤자민 브리턴의 녹터널과 안토니오 호세 소나타와 같은 대곡을 한 무대에서 동시에 연주하는 큰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이동휘 연주자는 포컬 디스토니아(focal dystonia)라는 연주자에게 치명적인 손가락 이상증세를 겪게 되었고 연주자로서의 생명이 끝나게 될지 모르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이동휘 연주자에게 연락이 다시 왔다.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시작이 부산이었다.
1부 프로그램은 600mm 현장의 프랑스에서 제작된 로맨틱 기타로 연주되었다.
Part 1
Andante Largo Op.5 No.5 – Fernando Sor
고요하게 시작하지만 수많은 장식음이 존재하는 결코 쉽지 않은 곡을 유려하게 이끌어 나가기 시작했다. 연주자의 손 상태를 알기에 곡을 감상하기보다는 혹시나 불편한 손이 곡의 흐름을 방해하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을 했지만 30초도 안되어서 나는 곡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연주자는 오로지 선율에 자신을 맡기고 유려한 장식음들을 처리하면서 곡을 이끌어나갔다. 후반부의 단조 부분에서 눈물이 나올 만큼 비장한 선율을 손끝으로 하나하나 전달해 나가며 관객들을 이끌어나가기 시작했다. 곡이 끝났다. 관객들의 우렁찬 박수가 바로 쏟아져나왔다.
Song Without Words – Felix Mendelssohn
Op.30 No.3
Op.19 No.6
멘델스존의 피아노가 원곡인 무언가(Song Without Words) 이때부터 이동휘 연주자가 이번 연주회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곡 제목대로 ‘가사 없는 노래’ 손끝으로 전달되는 노래, 더 이상 이동휘 연주자가 손이 멀쩡한지 아닌지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부드러운 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연주자의 오른손이 지판 위까지 가는 술타스토를 시도하였고 여린 표현을 할 때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피아니시모를 구사하였지만, 모든 선율의 이어짐은 귓가에 남아서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오로지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노래를 맘 깊은 곳에서 끌어내어 열정만이 느껴지는 연주였다.
Bwv 1002 Violin Partita no.1 – Johann Sebastian Bach
Saranbande y Tempo di Bourree
세고비아가 생전에 많이 연주했던 프로그램이다. 사라방드는 아주 낭만적이었고 부레는 특유의 활기찬 리듬으로, 오히려 기타로 편곡돼 더 아름답게 들리는 연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율을 연주하면서 기타가 바이올린의 유려함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기타가 들려줄 수 있는 다성음악적인 표현으로 사라반드는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되었고 부레 역시 기타라는 악기가 표현할 수 있는 리드미컬한 표현법으로 곡의 활기를 더하는 연주였다.
2부는 명기 파코마린 스프러스 모델로 연주되었다.
Part 2
La Maja de Goya – Enrique Granados
흡사 줄리언 브림의 환생이라고 느껴지는 연주였다. 시종일관 변화하는 음색과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표현되는 다이나믹이 조화를 이룬 명연 중의 명연이었다.
Cavatina for Guitar – Alexander Tansman
Preludio
Sarabande
Scherzion
Barcarole
탄스만의 카바티나야말로 이번 이동휘 연주자의 복귀에 백미였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평소 이 곡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낭만적인 거 같으면서도 애매한 화성에 시대적으로 현대곡이면서 곡에서 곡이 드러내는 정서가 무엇인지 모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1악장 플레루디오는 도입부는 박진감 넘치는 화음으로 연주되었다. 거침없이 돌진하는 듯한 화음의 향연 뒤에 곡은 낭만적으로 노래하는 부분으로 들어간다. 노래, 노래, 노래.....이동휘 연주자의 기타는 오로지 노래하고 있었다. 기타가 보여줄 수 있는 루바토의 백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앞선 1부의 바흐 연주에서도 이동휘 연주자의 성부를 분리해 내는 원숙한 연주력을 체감하였지만, 이 곡의 사라반드에서는 정말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연주자의 감성을 보여주었다. 여러 성부가 교차하면서 선율을 드러내는데 이동휘 연주자는 단 하나의 음을 놓치지 않고 모든 선율의 실타래를 다 엮어가고 이어가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장르는 사라반드였지만 다성부의 합창곡을 듣는 느낌이었고 한 사람의 손끝에서 여러 명이 각자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며 하나의 구원으로 이끄는 느낌이 들었다.
Sevillana Op.29 – Joaquin Turina
1부의 첫 곡 페르난도 소르의 잔잔함으로 시작되어 무대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려한 라스기아도가 시작되었다. 빠른 스케일 페시지에도 연주자는 아무런 머뭇거림이 없었으며 남성적이고 호방한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명연이었다. 우레와 같은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이어졌다. 관객 모두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냈다. 이후 여러 곡의 앵콜과 더불어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다소 두서없고 같은 말만 반복하는 연주 후기일 수 있습니다. 모든 곡의 감상을 다 적지는 못했습니다. 말과 글로는 그 감동을 다 전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리의 세계를 어떻게 글로 다 옮길 수 있을까요? 찬사에 일색인 연주 평이라고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월의 이동휘 클래식기타 연주는 제 인생의 최고 연주 중 하나였다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25년이 넘는 세월을 기타리스트로 살아오면서 지난 유학 생활 시절에도 수많은 세계적인 연주자의 연주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동휘 연주자의 이번 부산 연주는 그런 유명한 연주자와 견주어도 아무런 손색이 없는 명연이었습니다. 이동휘 연주자는 전도유망한 연주자의 길을 걷다가 손이 고장난 상태로 얼마나 칠흑같이 어두운 절망감을 느꼈을까요? 이동휘 연주자는 이 모든 것을 뛰어넘고 단지 음악에 대한 사랑, 열정만으로 다시 무대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돌아온 그의 연주는 7년 전에 본 연주와는 차원이 다른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물론 7년 전에 연주도 대단하였지만, 이번 이동휘 연주자의 복귀 연주는 듣는 사람의 영혼을 울리는 연주였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월 서울 연주회에서 많은 분들이 이 감동을 같이 누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동휘 서울 공연 애매 링크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4018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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