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봄5, 프로들 중에도 모르는 이가 적지 않은 현대 운지법 한 가지

by 신현수 posted Oct 0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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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거의 매일 산책하다시피 하는 이곳 잔메는, 추석 명절이 지나면서 이제 제법 가을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어제 내린 비의 여파로 기온이 더 떨어지고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 하니, 다홍빛 낙엽의 계절이 머지않은 듯합니다. 지난 여름 무성해진 풀들로 인해 통행이 어려웠던 여기저기 숲 속 오솔길들이 점차 열리게 될 것이어서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입니다. 앞으로 가을은 나날이 더 깊어져 갈 것이고, 곧이어 산천초목이 얼어붙는 겨울이 닥칠 것입니다. 황량하고 삭막하고 추운 겨울. 그러나 그 겨울의 정취마저 나름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더없이 화사하고 눈부신 생명의 봄, 봄, 봄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필자는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 나름 부단히 노력해 왔었습니다. 국내 기타인들에게 만연해 있던 갖가지 잘못된 테크닉이나 전근대적인 연주 기법, 그리고 무지(無知)로 인한 음악적 문제 등등을 바로잡거나 개선하거나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요. 오른손 왼손의 연주자세를 비롯하여 기타를 잡는 자세의 비결, 현대적인 오른손 왼손 운지법의 노하우, 여러 가지 세하 기법, 세고비아의 (리듬이 없이 해괴한) 24 장단조 음계 연습곡으로 인한 폐해를 밝히고 대안으로 제시한 올바른 24조의 음계 연습법, 프레이징과 아티큘레이션 뒤나믹 등과 관련한 악상 해석과 표현의 기법, 올바른 조율 기법, 손톱 모양을 다듬는 제대로 된 방법과 손톱 사용의 올바른 메커니즘, 트레몰로 주법의 제대로 된 메커니즘, 오른손의 탄현 메커니즘의 비밀과 다양한 연습 방법 등등. 돌이켜 보면, 필자의 이 같은 노력은 음악과 기타 연주 기법 전체 영역에 걸쳐 바르고 개선된 기법과 노하우들을 제시하는 데에 기울여져 왔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록 적지 않은 세월이 소요되기는 했지만, 근자(近者)에 이르러 그중 상당한 부분들이 실제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고질적으로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부분 역시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프로들 중에서도 아직 무지(無知)한 이들이 적지 않은 운지법의 한 가지입니다. 물론 필자가 기십 년에 걸쳐 이런 저런 매체에 기고해 왔던 내용 중 한 가지이기도 하며, 필자의 젊은 시절 문하생들에게 (바르게) 가르쳤었던 내용 중 한 가지이기도 합니다.

 

 

먼저 동영상 한 편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아래 동영상1의 내용 중, 2분 30초 ~ 3분 22초 구간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동영상1. 예페스(N. Yepes)가 연주하는 Diario de V.Kucera (1)

 

 

동영상1은 인터넷에서 자주 눈에 띄는 예페스의 연주 동영상 중 하나입니다. 보시다시피 동영상의 내용 중 2분 30초 ~ 3분 22초 구간에서 예페스는 pipipipi 또는 ipipipip 운지(이하, pipi 운지)를 써서 트릴을 연주해 보이고 있습니다. p↔i 교호주법 엔진(?)의 빠르기가, 두 손가락 교호주법의 엔진 중 그 성능이 가장 강력한 것으로 널리 소문난 m↔i 교호주법 엔진의 그것에 못지 않음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습니다. laughing.gif

 

해당 트릴들을 "pipi(또는 pmpm) 운지 대신 pipmpipm(또는 ipmpipmp)의 이중(二重) 교호 운지(이하, pipm 운지)를 써서 연주한다면 동영상1과 같은 빠르기로 연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이유를 해부학적인 시각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pipi(또는 pmpm) 운지(이하 pipi/pmpm 운지)"에 비해 "pipm 운지"와 같은 이중(二重)의 교호{(p-m)↔(p-i)} 운지는 그만큼 신경 신호 전달 체계가 복잡해지는 데 따르는 지연 현상에다, 탄현점 재정렬을 위해 추가적인 근육 운동을 끊임없이 곁들여야 하는 것이 더욱 속도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쨌거나 "pipm운지(이중의 교호주법)" 연습에 천신만고의 노력을 기울여 "pipi/pmpm 운지"에 의한 빠르기에 어떻게 근접한다 하더라도 그 음질이 "pipi/pmpm 운지"에 의한 그것만큼 고른 소리일 수는 없습니다. (p와 함께) 모양과 크기와 힘이 각기 다른 i와 m을 번갈아 가며 퉁기게 되므로 i(또는 m) 한 가지 손가락만을 거듭 사용하는 음질에 비해 들쭉날쭉한 음질로 소리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운지 기법과 관련이 있는 대표적인 곡으로 "알베니스(I. Albeniz)의 전설(Asturias)"이 있습니다. 아래 악보1 ~ 4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해당 곡 악보의 첫머리들입니다. 물론 모두 국내에서 출판된 곡집들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이 악보들의 운지가 예외 없이 "pipm운지"로 지시되어 있음을 눈여겨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asturias1.jpg

                               악보1. 클래식기타명곡집4, 김명표 편, 1984년 삼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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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보2. 알베니스 & 그라나도스 기타명곡집, 편집부 편, 1989년 삼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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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보3. 클래식 기타 세계명곡선 Vol.4, 김금현 편저, 1972년 유니온악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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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보4. 클래식 기타 세계명곡앨범 제2권, 배영식, 1975년 세광출판사

 

 

 

필자는 이 곡 제1 ~ 16마디 부분의 운지를 아래 악보5, 6에서 보듯 "pipi/pmpm 운지"로 지시해 놓은 악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우리 친구들께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기존 출판되어 있는 악보들은 이에 예외가 없음입니다. 하지만, 예페스를 비롯한 초일류 거장들 중에는 (이 곡 제1 ~ 16마디 부분을) "pipi/pmpm 운지"로 연주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비단 이 곡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패시지를 연주하는 데 있어서 아예 "pipm 운지"와 같은 식의 이중(二重) 교호 운지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pipi/pmpm 운지"만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인 것입니다.

  albeniz_asturias_pipi.jpg

                               악보5. pipi 운지

 

 

 

참고로, 지난날「기타 플라자」라는 잡지의 1990년 11월호에 <91학년도 주요 음대 입시 실기 과제곡 해설>이라는 제목으로 필자가 기고한 글 중 Asturias에 대한 과제곡 해설에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다루어져 있기도 하며, 해당 내용은 필자의 홈페이지 강의실에 올려진 "01. Asturias-Leyenda, 전설 (Isaac Albeniz)"이라는 제목의 글에 그대로 발췌 인용되어 있기도 합니다.

 albeniz_asturias_pmpm.jpg

                               악보6. pmpm 운지

 

 

 

이 곡에서 지속적으로 되풀이하여 퉁기는 ②번선 개방현 시(B) 음은 화성적으로 오르간 포인트(Organ Point, Pedal Point, 지속음)에 해당합니다. 화성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되는 음인 것입니다. "오르간 포인트"는 고른 음질로 튀지 않게 연주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pipi/pmpm 운지"는 "pipm 운지(이중의 교호주법)"보다 속도도 더 빠르게 연주할 수 있으며, 음질은 당연히 비교가 되지 않으리만치 고릅니다. 도무지 이 패시지를 "pipm 운지"로 연주할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하여 필자가 역설해 온 지도 어언 30여 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마추어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왜 아직도 이 패시지를 "pipm 운지"로 연주하는 프로들이 그리도 많은 것일까요?

 

프로라면 적어도 "pipi/pmpm 운지"와 "pipm 운지, 이 두 가지 방식의 운지를 각기 시험은 해 보았어야 합니다. 어느 쪽이 더 빠르게 연주할 수 있는 운지인지를요. 실낱 같은 차이로도 생사가 갈리는 것이 프로의 세계이니까요. 그리고 이 두 가지 방식의 운지 중 어느 쪽이 더 고른 음질인지를 구별조차 하지 못하는 기타리스트라면 그의 프로로서의 자질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패시지를 여전히 "pipm 운지"로 연주하는 프로들이 적지 않음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러한 것으로 관찰됩니다.

 

굳이 그 까닭을 살펴본다면, 아마 다음과 같은 사연(事緣)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2 기통의 엔진보다는 4 기통의 엔진이 더 부드럽고 빠르듯, 2 기통(?)의 교호주법보다는 4 기통(laughing.gif)의 교호주법이 더 빠를 것은 자명(自明)하지 않느냐는 식의 안일한 생각이 그 첫 번째 사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기존 출판되어 있는 악보들의 (19 세기식) 운지를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따르는 타성이 몸에 밴 탓이라는 것, 그것이 그 다음 사연이 아닐까 하는. 하지만, 이 두 가지 사연 모두 프로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격 사유에 해당합니다.

 

젊은 시절, 필자는 시간을 두고 이 두 가지 방식의 운지를 각기 시험해 보았으며, 그 결과 "pipi/pmpm 운지" 쪽이 ("pipm 운지" 쪽보다) 더 빠르게 연주할 수 있는 운지법임을 확인했었었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부학에 대한 공부를 통해 그 이유까지도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지난 20세기 후반 이후에 이와 관련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었던 것으로 (연주 동영상들을 통해) 관찰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연구가 악보나 관련 서적의 출판으로까지 활발하게 이어지지 않았던 것은, 현대에 이르러 급속히 발달·확산된 인터넷으로 인해 출판업이 확연히 위축되어 버린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 19세기에서부터 전해지고 있는 기존 악보들이 (편집자 이름만 달리하며) 재탕 삼탕 사탕으로 계속 재출판되고 있는 현실 아래, 많은 이들이 그러한 악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탓에 좀체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세기 후반 이후, 과학적 사고(思考)에 힘입어 기타 테크닉/연주법은 괄목하리만치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바이올린의 파가니니, 피아노의 베토벤과 리스트, 첼로의 카잘스 등이 이룩해낸 해당 악기에 대한 혁명적 연주법 개선 이상의 것이 기타의 테크닉/연주법에도 실현되었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새로이 개선·정리되고 개발되고 창안된 많은 기법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만, 출판 산업의 급격한 위축으로 인해 우리는 단지 거장들의 연주를 통해서만 그것을 접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거장들의) 연주를 보고 그것을 곧바로 간파해 낼 수 있는 눈과 귀, 그리고 그 가치와 효용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음악적 혜안(慧眼) 및 해당 테크닉의 메커니즘과 연습 방법 등을 오류 없이 파악해 낼 수 있는 해부학적 지식과 통찰력을 가진 (극히 소수의, 나노? 단위의) 학습자들만이 그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게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거장들을 직접 사사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다수의 거장들을 두루 사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므로 별 신통한 생각은 못된다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거장들 중에는 이미 유명(幽明)을 달리하신 분들이 다수입니다. 해부학적 지식과 통찰력의 깊이에 따라서는 (그러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당사자보다 (해부학적 지식과 통찰력을 가진) 제삼자가 (해당 테크닉에 대하여)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테크닉의 미묘한 점들을 다른 학습자들에게까지 이해하기 쉽게 잘 묘사하여 전달할 수 있는 충분한 표현력을 가진 이는 더욱 희귀하고 드물 것입니다.

 

참고로,「바우 기타 교본」3권 제108 페이지의 <옥타브 겹음 연습>에 붙여진 운지는 이상과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바우 기타 교본"이라니....!!! 이 글, 광고성 글이 아니냐고요? 그렇습니다. 이 글은 광고성이 다분한 글입니다. laughing.giflaughing.giflaughing.gif. 30여 년이 되어 가도록, 가난한 필자가 아까운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가며 국내 기타인들을 어떻게 해서든 설득해 보려 애써 왔습니다만, 아직도 황소 고집인 분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 분들을 깨끗이 세뇌(洗腦)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광고성!!! 글인 것입니다.

 

「바우 기타 교본」은, 비록 입문 과정의 왕초보들을 위한 교본이기는 하지만, "지난 20세기 후반 이후 과학적 사고(思考)에 힘입어 괄목하리만치 발전이 이루어진 기타 테크닉/연주법"의 기반(基盤)이 되는 내용 중 적지 않은 부분의 이론적 기초를 보여 주고 있는, 현존하는 유일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중·상급자임을 자부하는 학습자도, 나아가 전공생까지도 반드시 진지한 자세로 그 전부를 공부해 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공생을 포함하여 현재 중·상급자임을 자부하는 학습자들일지라도 그들의 지난 입문 과정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새내기 초보 친구들에게 흔히 "초급 과정에는 대충 아무 교본이나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식으로 조언해 대는 중·상급자들을 접하게 될 때마다 필자는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낍니다. 그들이 진정 중·상급자들인지 짙은 의혹(疑惑)을 갖게 됩니다. 국내 기타인 대부분이 예외 없이 (기타 공부에 있어서) 정상적인 학습에 들인 시간보다는 오류(誤謬)를 바로잡는 데 들인 시간이 훨씬 많았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수십 년을 잘못 연습한 습관(테크닉)들을 고치는 데는 그 이상의 노력과 아픔을 대가로 치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오류의 대부분이 그들의 입문 과정에서 비롯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입니다. 무책임하게 그런 말을 내뱉는 이들이 중·상급자들이라니....

 

「바우 기타 교본」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저술한 책입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바우 기타 교본」은 따로 광고하지 않아도, 필자가 저술한 책들이 모두 그랬듯, 때가 되면 자연히 매진될 것입니다. 그러나 매진된다 해도 저자인 필자는 (저술에 들인 비용이 과다한 탓에) 적자(赤字)일 뿐입니다. 그리고 매진 즉시 미련 없이 영구히 절판시켜 버릴 용의도 있습니다. 필자는 말빚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소박한 바램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이런 저런 미출간 원고들을 다 삭제하거나 없애다 보니 이제 필자에게는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홀가분하기는 합니다만, 가끔씩 곁이 허한 느낌이 들 때도 있긴 합니다. 원래 계획했었던 저술 중 대부분을 허공에 날려 버리고 잊으려 하니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언젠가 전공생 및 (25 세 이하의) 젊은 프로들을 선별하여 공개 강의를 통해,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또는 필자가 독자적으로 연구·개발한 것이어서, 그대로 두면 사장되고 말 테크닉이나 연주법 중) 다소 치명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 일부 테크닉이나 연주법만이라도 전수(傳授)하여 남기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애고~~, 색즉시공, 공즉시색....

 

참고로, 만에 하나 필자가 그와 같이 엉뚱한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전제(前提)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참가자는 적어도 기존 출판되어 있는 필자의 저술들을 사전에 숙독하고 공부해 두어야 합니다. 「아벨 깔레바로」, 「알함브라」, 「신현수의 24조의 음계 연습」,「악상 해석」, 「기본기」, 「바우」. 필자의 저술들은 모두 해당 저술에 실려 있는 내용에 관한 한 현존하는 유일한 책들이기 때문이며, 또한 이미 출간되어 있는 내용을 재탕하는 것으로 아까운 강의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강의 중 기존 필자의 저술에 대한 숙지가 되어 있지 않은 친구를 발견하게 되면 그 즉시 퇴장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참가자는 각자 사사하고 있는 사부님의 추천서나 (수강에 대한) 동의서를 지참해야 합니다. 수강료는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닐 것이며, 강의 기간은 1회당 1, 2주 정도가 되지 싶고요, 몇 해(年)에 걸쳐 수 회 진행될 수도 있겠습니다. 참고로 청강은 일체 허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강의 진행에 방해가 될 수도 있을 테고, 무엇보다 필자는 필자의 얼굴이 노출되는 빈도를 가능한 한 줄이고 싶어하는 편이니까요.

 

어쨌거나, 현재 필자는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나이에 도달해 있습니다. 치매에 걸려 기약한 날자에 그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거리를 방황하고 있을 수도 있을 테고, 뇌졸중 등으로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으며, 늙은이의 변덕으로 인해 계획이 폐기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건망증으로 인해 이상의 언급을 한 사실조차 까마득하게 잊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전공생이나 젊은 프로들 중에 필자의 강의 계획 같은 것에 관심이 있는 님들이 별로 없을 듯. 우리가 누구입니까? 스펙에 죽고 사는 민족이 아니던가요. 필자 같이 깨끗한 백지 스펙을 가진 촌로의 강의 계획 같은 것에 누구 하나 눈길이나 줄까! 싶기도 하네요.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단지 지나가며 흘리는 췌담(贅談)으로 간주해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래도 필자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단지 사라져 갈 뿐이다...." laughing.giflaughing.giflaughing.gif

  

 

말이 난 김에, 이 곡(알베니스의 전설, Asturias) 제1 ~ 16마디 부분의 연주에 대하여 조금 더 참고의 말씀을 더하기로 합니다.

 albeniz_asturias_pipi_1.jpg
albeniz_asturias_pipi_2.jpg 

                               악보7. 알베니스(I. Albeniz)의 전설(Asturias), 운지 신현수

 

 

 

이 곡은 위 악보7(제1 ~ 16마디) 부분뿐만 아니라 곡 전체에 걸쳐 헤미올라(Hemiola)의 리듬이 빈번하게 등장합니다만, 제1 ~ 16마디와 같은 패시지는 리듬적 요소가 강조되어야 하는 성향의 악상은 아니므로 헤미올라의 리듬을 들이대듯 강조하여 연주할 것은 없습니다. 연주자 자신이 그것을 느끼며 연주하는 식이면 충분하다 하겠습니다.

 

제12마디 제1박의 1↔4 운지는 1↔4번 손가락의 사이를 좁혀서 짚어야 합니다. 이를 "운지 축소"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2박으로 이어지는 부분의 4↔1 운지는 4↔1(1↔4)번 손가락의 사이를 원 상태로 넓혀서 짚습니다. 그리 운지하면 레가토로 연결하여 연주하기에 유리해집니다. 제15 ~ 16마디 부분의 유사한 운지 부분도 동일한 요령을 적용합니다.

 

참고 : "헤미올라(Hemiola)"란 이를테면 아래 악보8에서 보듯이, 3/4박자 2마디가 합해져서 3/2박자 한 마디와 같은 리듬 구조를 가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3박자의 곡에서 두 개의 마디가 합해져서 3개의 리듬 악센트를 가지는 하나의 마디와 같은 리듬적 특성을 보이는 일종의 리듬 전환(轉換)입니다.

 hemiola.jpg

                               악보8. 헤미올라(Hemiola)

 

 

 

이상 잔메에서 syn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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