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봄4, 국내 기타리스트들의 연주에 실수가 많은 까닭은....

by 신현수 posted Apr 1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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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타리스트 신현수입니다. 지금 이곳 잔메는 온통 꽃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진달래, 벚꽃을 위주로 온갖 기화요초들이 점묘화(點描畫)를 그려 대고 있습니다. 숲의 요정들이 꽃잎을 터뜨리며 폭죽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봄, 봄, 봄이네요.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부풀어 오르는 팽압에 못 이겨 산이 통째 터져 버리지나 않을지 걱정됩니다. 원추리, 비비추도 제법 제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화사하기 그지없는 꽃길을 산책하면서도 또 한 분의 자살과 그 파문으로 뉴스들이 도배되고 있어서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인간이란 영악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또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 것인지요.... 각설하고,

 

아래 동영상1은 오래 전 이곳 기타매니아 게시판에 누군가에 의해 소개된 적이 있어서 필자가 보게 되었었던 것입니다. 알바로 삐에리(Alvaro Pierri)가 연주하는 Federico Moreno Torroba의 Sonatina para guitarra입니다. 이 동영상은 "Alvaro Pierri - Guitar Recital (1994)"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져 있는 유투브 동영상 중 9번째 곡으로 나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동영상1. Torroba의 Sonatina para guitarra
 

동영상1은 심고퉁기기의 일종인 p의 아티(a-ti 또는 ati) 주법을 실제 연주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보여 줍니다. "아티(a-ti 또는 ati) 주법"이란 '아포얀도-(아포얀도····-)티란도'순의 '비교호 심고퉁기기'를 특별히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물론 이 용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아야 소용이 없습니다. 필자가 새로이 만든 용어이기 때문이며, 졸저「바우 기타 교본」 제1권의 제77, 170페이지 등에서 참조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 20세기 후반 이후 (마에스트로들에 의하여) 연구·개발되어 세계적으로 새로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기타 연주법 관련 내용들을 가리키기 위하여, 기존의 용어에는 없는 것들이어서 편의상 부득이 그동안 필자가 만들어 기고나 저서를 통해 사용해 온 새 용어가 수백개에 달합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새 용어들을 만들어 내는 짓을 외람된 소행으로 보지는 말아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참고로 i, m, a의 아티 주법에 대해서는 예페스(Narciso Yepes)의 연주 동영상들을 참조하시면 다양하고도 모범적인 예들을 흔히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한데, 아티 주법은 (20세기 후반 이후) 새로이 연구·개발 된 기법이 아니라 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화되어 있던 오른손 운지법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프로를 막론하고 국내 기타리스트들 중에는 아티 주법에 대한 기초가 잘 되어 있지 않은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아래 동영상2는 유투브에 올려진 야마시타(Kazuhito Yamashita)의 동영상 중에서 오른손 왼손의 운지 동작을 비교적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촬영된 것을 하나 골라 본 것입니다.

 

 

      
동영상2. Bach의 Cello Suite No.6, BWV 1012, Prelude
 

동영상2에서 야마시타는 보다 정교한 탄현을 위해 a를 인접현에 심어 두고 퉁기는 이른바 심고퉁기기(또는 손가락 기대기)의 기법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는 여유가 철철 넘치면서도 a를 심어 둠으로써 다른 손가락들의 보다 정교한 탄현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그의 동영상을 통해 왼손 예비운지법의 기초 또한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를 확연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왼손 예비운지법은 다시 '개방현 경유형', '개방현 비경유형', '선간형' 등으로 그 유형을 세분화해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졸저 「바우 기타 교본」을 통해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개방현 비경유형' 예비운지법: 「바우 기타 교본」 제2권 제116 ~ 127페이지, '선간형' 예비운지법:  제2권 제125페이지, 제3권 제153페이지).

 

필자의 졸저 「클래식 기타 기본기의 비밀」에는 '개방현 비경유형'과 '선간형' 예비운지 기법이 빠져 있습니다(오로지 '개방현 경유형' 예비운지법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까닭은,「클래식 기타 기본기의 비밀」의 초고가 원래 900페이지가 넘는 것이었는데, 현실적으로 출판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그중 500페이지 정도를 편집(삭제)해 버리면서 제외되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기타매니아의 이 게시판에 제가 그러한 사실을 잠깐 언급했었던 적이 있지요. '개방현 비경유형'과 '선간형' 예비운지 기법에 대한 내용이, 필자의 미출간 원고 중 하나였던 「해설판 카르카시 교본(가칭, 1600여 페이지)」에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편집해 버렸던 것인데, 언젠가 그 원고마저 삭제해 버린 데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책을 출간할 일도 없을 것 같아서 「바우 기타 교본」에다 관련 내용을 굳이 포함시켜 둔 것입니다.

 

참고로 지난 1984년, 협주회와 독주회로 두 번에 걸쳐 개최된 야마시타의 내한 연주를 보고 필자는 다른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대경실색했었습니다만, 연주 자체도 놀라웠지만 오른손·왼손의 운지법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새로운 기법들이 많아서 필자에게는 해부학적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야마시타!, 그의 오른손·왼손 운지법은 완벽에 가깝고도 깔끔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 넘쳐 납니다. 언젠가 야마시타가 연주하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전곡 DVD를 가진 이를 보고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다만, 해당 동영상을 참조하면 오른손 심고퉁기기에 대한 놀라운 예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1984년 그의 독주회에서 "전람회의 그림" 연주를 직접 보았더랬습니다.

 

과거 젊은 시절부터 필자가 자주 들어 온 말 중의 하나는 바로 "국내 기타리스트들은 왜 저리도 실수가 많으냐?"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까닭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고도 심각한 원인은 오른손·왼손 운지법의 기초가 극히 부실한 데에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심고퉁기기(또는 손가락 기대기)에 대한 기초가 되어 있지 않은 오른손 운지법이 바로 그것이며, 악구의 내용(악상)을 고려하지 않는, i-m 또는 m-i 교호 일변도의 오른손 운지법이 바로 그것이며, 예비운지법에 대한 기초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왼손 운지법이 바로 그것이며, 프레이징이나 아티큘레이션 등의 음악적 구문법을 외면하는 편의주의 위주의 왼손 운지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아마추어 프로를 막론하고 과거 국내 기타리스트들이 보편적으로 보여 주던 약점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기본 중의 기본이 부실했던 것이지요. 심고퉁기기를 활용하지 않는 오른손 운지법이란 균형을 잡아 줄 긴 장대나 부채도 없이 고공(高空)의 외줄 타기를 하는 것에 다름없습니다. 망치가 대신 현을 때려 주는 피아노와는 달리, 각 손가락의 물리적-해부학적 특성이 음질에 그대로 반영되는 성향을 가진 기타에 있어서는 악구의 내용(악상)을 고려하지 않는 두 손가락 교호주법 일변도란 음악적 상식에 반(反)하는 처사라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패시지의 성격에 부합되지 않는 두 손가락 교호 주법의 남용은 운지의 혼란을 초래하기 십상이며, 그로 인해 잦은 실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예비운지법은 목(neck)을 가진 현악기라면 예외가 없이 상식화되어 있는 왼손 운지법의 기본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다른 현악기에 비해) 왼손 운지의 부담이 큰 편인 첼로나 기타에 있어서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는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합니다. 또한 프레이징이나 아티큘레이션 등의 음악적 구문법을 외면하고 마냥 편한 대로 짚어 나가는 편의주의식 왼손 운지법이란 음악가이기를 포기한 사이비 연주를 낳을 뿐입니다.

 

우리 친구들 중에는 필자를 향해 이런 볼멘소리를 하고 싶은 분들이 없지 않을 것 같네요. 즉, "독학했다는 사람이, 유학도 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무슨 그런 막말을 해 대느냐?"고요. 그렇습니다. 필자는 기타 전공 학과를 이수한 적도 유학을 다녀온 적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도시 사람들에 비해서는 견문이나 자료조차 극히 빈약할 수밖에 없는 시골 사람이며, 그나마 스승도 없이 골방에서 내내 혼자 공부한 사람입니다.

 

드라마 <대장금>에는, 익히 아시다시피, 다음과 같은 유명한 대사가 나옵니다.

 

"장금: 예?  저는... 제 입에서는... 고기를 씹을 때...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필자는 우리 친구들에게, 국내의 많은 기타인들에게 이렇게 되묻고 싶습니다. "두 눈 멀쩡히 뜨고들 대가(大家, 마에스트로)들의 연주를 지켜보곤 하면서도 어떻게 그런 초보적인 것조차 보지 못하느냐? 어찌 아직까지도 그런 기본기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느냐?"고요.

 

위 두 편의 동영상을 보고 나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독학했다는 사람이, 유학도 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그냥 마구잡이로 막말을 해 댄 것은 아닙니다. 과거 1980년대 필자의 젊은 시절, 거의 빠짐없이 참관했었던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들의 내한 연주에서 보고 들었던 기억의 파편들을 근거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을 말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필자는 젊은 시절 한때 국내 기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해외 기타리스트들의 내한 연주는 거의 빠짐없이 보곤 했었던 5년 정도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국내 기타인들의 오른손 연주자세는 대부분 이른 바 "정(正)자세"라고 부르던 "척외수직" 자세였었습니다. 그러나 유학을 다녀온 분들 중 일부를 필두로 그로부터 벗어나 평면경사 자세나 회내수직 자세를 취하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지요. 필자의 문하생들을 포함한 필자 역시 (국내 기타인들과의 접촉을 했었던) 그 5년 정도의 시기 훨씬 이전부터 회내수직 자세나 평면경사 자세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해부학 공부를 통한 필자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말하자면 필자는 남의 연주자세를 모범으로 하여 그것을 그대로 추종한 것이 아니라, 해부학을 공부하고 그러한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하여 스스로 그러한 연주자세에 도달해 간 경우입니다. 필자가 해부학을 공부했었던 이유는 독학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기타 테크닉을 구사하는 올바른 방법을 스스로 알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후진들을 위해, 약간 낯부끄럽기는 하지만 자화자찬성 여담을 조금 더할까 합니다. 필자가 그동안의 이런 저런 저술이나 기고를 통해 오른손의 여러 가지 연주자세를 구체적이고도 실제에 가깝게 묘사하고 설명할 수 있었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얼핏 사소해 보이겠지만, 이는 기타 음악사상 어느 누구도 해낼 수 없었던 일입니다. 필자의 저서들이 기존의 책들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면들입니다, 저술된 내용의 대부분이 스스로 연구하여 도달해 간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관련 기초 학문들을 공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연구하는 것이 선진 문화를 추월하여 앞서 나아갈 수도 있는 비결인 것입니다.)

 

필자의 그러한 5년의 젊은 시절이 지난 지도 이제 어언 30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당시 내한 연주를 했었던 해외 기타리스트들의 오른손 연주자세는 당연히 대부분 평면경사 자세였었고, 간혹 회내수직 자세를 취하는 이들도 있었더랬습니다. 앨리스 아츠(Alice Artzt) 같은 이는 매우 드물게도 라고야나 프레스티와 같이 손톱의 오른쪽 면을 사용하는 자세를 취한 경우였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자세마저도 국내 기타인들이 이른 바 '정자세'라고 우겼었던 척외수직 자세와는 다른 성격의 것입니다(「클래식 기타 기본기의 비밀」 제81페이지 참조). 평면경사 자세, 회내수직 자세, 척외수직 자세 등에 대하여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을 해 둔 필자 편역의 「아벨·깔레바로의 기타연주법 (1993년, 삼호출판사)」이 출간된 지도 이미 20여 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아벨·깔레바로의 기타연주법 (삼호출판사)」 제33 ~ 47페이지 참조). 국내의 기타 전공생들까지도 대부분 평면경사 자세나 회내수직 자세를 취하게 된 지도 이미 그 정도의 세월이 지난 터입니다. 하지만 일반 국내 기타인들께서 "정자세(척외수직 자세)"로부터 벗어나, 마침내 평면경사 자세나 회내수직 자세가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근년의 일로 생각됩니다. 아직까지도 "직탄이 어쩌고 저쩌고..."하면서 척외수직 자세를 옹호하는 반풍수(크~, 죄송!)들이 곳곳에서 눈에 띌 정도이니까요.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회내수직 자세는 물론이거니와 평면경사 자세조차도 선을 비스듬하게 퉁기는 것이 아니라 소위 그들이 이야기하는 "직탄"성(性)의 탄현법입니다(※ 「클래식 기타 기본기의 비밀」 제96 ~ 97페이지 참조). 어쨌거나 대다수의 국내 기타인들께서 오른손 연주자세를 바람직한 자세로 바꾸는 데만도 근 20여 년 이상이 걸린 것입니다.

 

내한하는, 또는 인터넷에 그들의 연주 동영상들이 널려 있는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마에스트로)들은 심고퉁기기, 예비운지법 등의 오른손 왼손 운지기법을 다양하고도 자세하게도 보여 주고들 있습니다만, 우리 친구들에게는 언제나 마이동풍, 우이독경일 따름입니다. 우리 친구들은 왜 그러한 점들은 보지 않는 것일까요? 연주되어 나오는 음악에만 집중하기 때문일까요? 그러나 프레이징이나 아티큘레이션, 레가토 등등 악상과 관련한 여러 가지 표현 기법에도 무심한 것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심고퉁기기는 그 활용 범위가 광범위한 운지법이며, 천변만화하는 오묘함과 깊이를 가진 운지법이기도 합니다.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심고퉁기기 기법을 활용하지 않는 연주란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박윤관 선생님의 불후의 명저 「클래식 기타아 오른손을 위한 연주기법(서울음악사, 1986년 10월 10일 발행)」이 심고퉁기기 기법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했던 책입니다만, 해당 책에는 p의 아티 주법을 포함하여 심고퉁기기 기법을 아르페지오에 적용하는 방법이 소상하게 저술되어 있습니다(참고로, 박윤관 선생님과 필자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 필자는 해당 책이 그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기타 서적 중 저술다운 저서로서는 최초의 것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박윤관 선생님의 「클래식 기타아 오른손을 위한 연주기법」은 그와 같은 내용을 소상하게 설명해 보인 세계 최초의 책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필자가 알기로는. 그러므로 기타 음악사에 길이 남을 책이며, 값으로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노작(勞作)이라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박윤관 선생님에 의해) 심고퉁기기 기법이 국내에 소개된 지도 어언 30년이 되어 가고 있네요. 앞으로 또 얼마나 더 세월이 흘러야 우리 친구들께서는 이러한 기법들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게 될까요? 흐~, 기가(Giga) 스피드 시대에 이 무슨 슬로우! 행보(行步)들인지.... 그러다 금쪽같은 젊음은 속절없이 다 흘러가 버리고 회한(悔恨)만 남은 백발을 맞게 되거든요~~~!

 

악기의 연주 기법에 있어서 그 알파요 오메가라 할 수 있는 오른손·왼손 운지법에 대한 기초가 극히 부실한 터이니 (과거??? 국내 기타리스트들이) 무대 연주에서 실수가 잦았던 것은 사필귀정인 것입니다. 다른 점은 더 볼 것도 없는 것이지요. 국내 기타리스트 중에서도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에 못지 않게 실수가 드문 이들 또한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이라면 적어도 그는 오른손·왼손 운지법과 관련한 기초가 탄탄할 것임은 불문가지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필자의 머리 속에 저장되어 있는 다른 기타리스트들의 연주와 관련한 견문(見聞)은 대체로 1983년부터 1988년까지의, (앞서 언급하기도 했었던) 5년 남짓한 정도의 것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리고 필자는 컴퓨터나 인터넷 또한 꼭 필요한 경우에만 마지못해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1988년 이후의 기타계 동향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국내외 기타리스트들의 연주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1988년 이후의 국내 기타리스트들의 연주와 관련된 내용 중에는 얼마간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즉, 실상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사정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한데, 이 글을 읽으시는 우리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필자의 지난 날들을 소상하게 알고 있는 극히 소수의 지인들께서는 그렇지 않겠으나) 필자에 대하여 어렴풋이 알고 있는 지인들께서는 필자의 이 말에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필자의 경우, 지방 대학의 기타 동아리 연합이 주관했었던 중주 경연대회에서 한두 차례 심사를 보았었던 것을 제외하면 1988년 이후부터는 어떤 연주회도 직접 관람한 적이 없습니다. 이는 어떤 연주회장에서도 필자를 본 사람이 없을 터이니 간단히 증명되는 사실입니다. 그 까닭을 간단히 요약하여 말씀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983년경부터 수년 간 필자는 울산에서 레슨을 하며 생활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필자는 간경화 말기 상태였으며 고통스런 생존을 이어 나가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이미 언급했다시피, 해외 기타리스트들의 내한 연주회는 거의 빠지지 않고 서울까지 왕래해 가며 무리해서라도 직접 관람을 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1988년 봄경 급기야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더 이상 희망이 없으므로 치료를 중단하겠노라는 최후통첩을 받았었습니다. 그 이후 1년 정도 필자는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한 채 두문불출하고 누워서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리며 지냈었습니다. 그러니 연주회 관람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내일하던 죽음의 순간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고, 천운으로 그해 말경에는 기적적으로 서서히 건강을 되찾게 되어 1989년 초에는 「아벨 깔레바로의 기타 연주법」의 번역 작업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었었습니다. 한데, 한 1년 정도 두문불출하며 지내다 보니 그것이 완전히 필자의 타고난 체질임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래서 그 이후에도 사무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외부 세계와 거의 단절한 채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생활을 지금까지 영위해 온 것이지요.

 

하지만, 인터넷에는 연주 동영상이 지천으로 널려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시겠지요? 그렇습니다. 지인들께서 잘 아시다시피 필자는 컴퓨터에 대한 오랜 경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실력이 그리 신통한 편은 못되지만 어쨌거나 좀 후하게 보아 준다면 컴퓨터 전문가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78년부터 중·대형 컴퓨터의 프로그래머로 컴퓨터와의 인연을 시작했었으며, 「마이크로 소프트웨어」라는 컴퓨터 잡지의 1993년 4월호 제366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설치 히스토리 파일을 써보자>라는 필자의 기고는 (이후 세월이 한참 흐른 다음 등장했던) '윈도우 XP'의 '시스템 복원 기능'을 당시 윈도우 3.01/3.1에서 구현해 보였던 것입니다. 당시의 컴퓨터 사용자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던 도스 명령만으로 작성한 배치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었지요. 윈도우라는 OS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하여 보통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프로그램 작성을 도스 배치 프로그램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의 한계로 인해 다소 거칠고 원시적인 형태의 내용이었긴 합니다만.

 

컴퓨터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컴퓨터나 인터넷을 기피하고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컴퓨터나 인터넷에 그만큼 질려 버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희랍인 조르바는 간절히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물리도록 실컷 먹어 버림으로써 그러한 욕구를 물리치는 요령을 설파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필자는 여가 시간이 나면 컴퓨터를 켜기보다는 잔메 숲길 산책하기를 더 좋아합니다.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도 인터넷과는 거리가 먼, 2005년도에 구입한 2G 피쳐폰이며, 그마저도 허구한 날 전원이 꺼져 있기 일쑤이지요. 그리고 인터넷에 기타 연주 동영상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해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별무신통일 뿐입니다. 다른 이들의 연주를 통해 테크닉이나 표현 기법 등을 연구하는 학습 과정에 있는 친구들에게는 그러한 동영상들이 관심거리이겠으나, 이미 그런 저런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갔을 뿐만 아니라, (테크닉이나 표현 기법 등의 분석과 연구를 위한) 세계적 기타리스트들의 연주에 대한 견문이라면 젊은 시절 기를 쓰고 연주회장을 찾아다니며 보고 들었던 5년 남짓한 동안의 기억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인터넷에 지천으로 널린 동영상들이) 관심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지요. 사정이 그러해서, 필자가 인터넷에서 능동적으로 연주 동영상들을 찾아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저 어쩌다 눈에 띄면 보는 정도이지요.

 

제 개인사에 대해 다소 너절하게 늘어 놓고 말았네요. 예의 "국내 기타리스트들은 왜 저리도 실수가 많으냐?"라는 질문은 근년에도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들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근년에 이르러 "그저 어쩌다 눈에 띄어" 보게 된 국내 젊은 세대의 동영상 중에는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일류 기타리스트의 연주로 느껴지는 예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즈음 애기들의 연주에는 그와 같은 질문이 합당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그렇기를 희망합니다. 자못 지루할 필자의 개인사에 대해 늘어 놓은 것이 그러한 생각 때문에 갖게 된 노파심의 발로인 것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필자의 머리 속에 저장되어 있는 다른 기타리스트들의 연주와 관련한 견문은 대체로 1983년부터 1988년까지의, 5년 남짓한 정도의 것에 머물러 있으므로" 이 글의 내용 중에는 현재의 실정(實情)에는 다소 맞지 않는 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그래서 행여 다른 이들에게 결례나 말 실수가 되는 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이 있다면 부디 양해 바랍니다. 하지만 "그저 어쩌다 눈에 띄어" 필자가 보아 온 동영상 중에는 과거와 별반 달라진 점을 찾지 못한 예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안타깝게도. 각설하고, 말머리를 앞서 이야기해 왔던 화제로 되돌리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기타리스트들의 연주에는 운지법과 관련하여 더욱 걱정스런 면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아티큘레이션을 고려하지 않는 편의주의식 운지법과 악상을 고려하지 않는 운지의 매너리즘이 바로 그것입니다.

 

바이올린의 파가니니(Nicolo Paganini, 1782 ~ 1840)를 필두로 피아노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 리스트(Franz Liszt, 1811 ~ 1886) 등으로 이어지면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다양하고도 정교한 아티큘레이션 어법을 갖추고 최상의 스피드를 자랑하며 서양 음악을 주도해 나가게 됩니다. 현란한 아티큘레이션과 초절의 기교를 보여 주는 스피드, 마법에 비유되곤 하는 파가니니의 테크닉은 모든 악기의 연주 기법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었습니다. 참고로 18세기 중엽까지도 마디선을 넘어서 그어진 슬러 기호(레가토 호선)는 극히 드물었었습니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 ~ 1791)의 음악 역시 그랬습니다. 그러나 낭만파 음악에 이르면, 마디선을 넘어 길게 그어지는 슬러 기호(레가토 호선)가 보편화됩니다. 이 같은 변화를 겪으며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바야흐로 그 이전 시대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표현력과 스피드를 갖추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어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관악기들도 끊임없는 악기의 개량과 연주 기법의 개선으로 그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게 됩니다. 첼로는 카잘스(Pablo Casals, 1876 ~ 1973)에 이르러 비로소 운지법과 보우잉 기법이 크게 개선되면서 독주악기로서의 무대 연주 영역을 확보하게 됩니다.

 

기타의 경우, 익히 알고 있듯 타레가(Francisco Tarrega, 1854 ~ 1909)에 의하여 근대적인 연주 기법과 운지법이 확립되고, 이어서 세고비아(Andres Segovia, 1893 ~ 1987)에 의하여 손톱의 왼쪽 모서리면을 사용하여 둥글고 아름다운, 그리고 크고 원달성(遠達性)이 좋은 음질을 구사하는 기법이 더해집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아직 서양 음악의 주류에 보조를 맞추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20세기 후반에 접어 들면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들 역시 다른 악기들의 표현력과 스피드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부단히 고심하고 노력을 기울여 왔던 터이며, 그 결과 연주 기법과 운지법 등에 있어서 혁명적인 개선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타레가의 연주 기법과 운지법 등은 이미 옛 시대의 그것으로 느껴질 만큼이나 진척이 이루어져 왔던 것입니다.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마에스트로)들이 개선하고자 고심했었던 연주 기법은 크게 3 가지에 그 초점이 모아져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티큘레이션과 악상에 걸맞는 운지를 개발·적용해 나가는 운지법의 개선과 스케일에 대한 스피드 증진, 그리고 급속한 탄현을 할 때에도 정교한 컨트롤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오른손의 안정성 확보가 바로 그것입니다(※ 살롱 연주가 아닌, 규모가 큰 콘서트홀 연주를 위해서는 "급속한 탄현을 할 때에도 정교한 컨트롤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오른손의 안정성 확보"가 성공적인 연주를 위한 관건 중의 하나가 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한 혁명적인 개선이 아직은 출판으로까지 원활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개별적인 전수(傳授) - 전수(傳受) 방식에 의하여 전해지고 있을 뿐입니다. 인터넷의 광범위한 확산에 비례하여 클래식 음악의 음반 판매가 크게 위축된 것과 궤를 같이 하여 출판 여건 또한 그만큼 악화된 것이 출판으로의 연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가들을 사사하고 있는 입장이 아닌 그 밖의 기타리스트들이나 학습자들은 오로지 마에스트로들의 무대 연주나 연주 동영상 등을 통해 그들의 기법을 접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노하우를 (마에스트로들의 무대 연주나 연주 동영상 등을 보고) 쉽게 간파해 낼 수 있을 정도의 기량을 갖춘 프로들이 아닌 일반 학습자들은 오로지 레슨을 통해서만 그것을 배워 나갈 수 있습니다.

 

필자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현재까지도 국내에서 출판되고 있는 악보들이 하나같이 개선된 운지법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계속해서 19세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지요. 왼손 운지는 아티큘레이션과는 무관한, 그저 쉽게 짚을 수 있으면 되는 식의 운지를 표기하고 있으며, 오른손 운지 역시 악상에 걸맞지 않은 운지, 교호 주법 일변도의 운지, 타레가의 운지 노하우에도 미치지 못하는 "되는 대로식의" 매너리즘적인 운지가 붙여져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운지를 그대로 따르는 한) 음악가가 되지 못하는 이무기들을, 이무기 기타쟁이들을 널리 양산(量產)하는 산실(產室)이 되고 있습니다. 악기의 종류를 불문하고, 운지를 결정할 때에는 무엇보다 먼저 아티큘레이션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연주의 기본이자 상식입니다. 아티큘레이션과 같은 기본적인 음악 어법조차 제멋대로인 연주를 어떻게 음악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개탄을 금할 수 없는 악몽이 아닐 수 없습니다. 후진들 중에 연주와 이론, 양쪽 모두에 충분한 기량을 갖춘 이들이 관심을 갖고 나서서 앞으로 바로잡아 나가지 않으면 안될 일이라 하겠습니다. 현재 국내에 출간되어 있는 거의 모든 기타 악보가 예외 없이 그 운지를 다시 검토해야 할 대상으로 보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앞으로 정권이 몇 차례 바뀐 다음에야 그 배경이 되고 있는 검은 컨넥션들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을까 싶네요. 날이 갈수록 주변 국가 간의 외교적 상황 전개가 조선 왕조 말기의 그것을 닮아 가는 듯해서 젊은 세대들의 앞날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일본의 현 집권 세력들이란.... 도쿠가와 막부의 잔존 세력(칼만 가진 사무라이)들을 총포를 동원하여 도살하고, 이름뿐이던 천황을 앞세우는 잔머리를 굴려 대세를 장악함으로써 이른바 명치유신을 주도했었던 사츠마번(가고시마 지역)을 비롯한 쵸수번 등의 부랑자들. 그들이 다름 아닌 2차 세계대전의 핵심 전범들인데, 세력권(선거구) 지역을 대물림한 그들의 아들들 손자들이 현재 일본을 장악하고 있는 집권 세력들이니.... 사사건건 진실을 호도(糊塗)함으로써 대다수 선량한 일본 국민들까지 잘못된 길로 선동적으로 오도(誤導)해 가고 있는 참으로 교활하고 사악한 인간들입니다. 야쿠자와 그 뿌리를 같이하는 그들에게, 막강한 경제력을 십분 이용하여 본격적으로 그 흑심(黑心)을 드러내고 있는 그들에게 사안마다 외교적으로 아무리 따져 본들 무엇하겠습니까. 힘으로 쥐어박는 것 말고는 답이 없을 듯하니, 하루빨리 국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어쨌거나 중국이나 미국이 답이 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오로지 이를 악물고 스스로 힘을 기르는 것만이 해결책인 것인데.... 우리 젊은 세대들의 앞날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 - 만수산 드렁칡이 되어 온 나라를 그물처럼 얽어매고 있는 - 검은 컨넥션들을 일소(一掃)하지 않고서는 그것이 영영 여의치 않을 듯하니, 이 땅에도 얼마 전 작고하신 싱가폴의 이광요(리콴유) 전 수상 같은 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상,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이것 저것 적어 보았습니다.

잔메에서 syn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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