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봄

by 신현수 posted Apr 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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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따듯한 남쪽 나라, 두메산골 기타리스트 신현수입니다. 필자(※ "필자" = "소생" ^^)는 시간이 날 때면 잔메 숲을 거닐곤 합니다. 이상 기온으로 인해, 올봄 이곳 잔메에는 매화를 비롯해서 목련꽃, 벚꽃, (개복숭아의) 복사꽃, 개나리, 진달래 할 것 없이 여러 종의 봄꽃들이 거의 동시에 피었다가 지고 있네요.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요상한 봄날이다 싶습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하얀 벚꽃잎들이 낱낱으로 부서지며 함박눈이 되어 흩뿌려지고, 게다가 두견이의 피를 토하는 듯한 통곡소리(?)까지 더해지니, 그때마다 가슴에 휑하니 구멍이 뚫리고, 그때마다 함박눈 맞으며 소박맞아 쫒겨난 아낙의 심정이 되곤 합니다만, 눈을 돌리면 사방 천지에 폭발할 듯 강렬한 초록의 기세가 넘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어 저으기 안도하곤 합니다. 아! 봄, 봄, 봄, 봄이었지. 이처럼 기온이 예측 불허로 변덕스러우니 참옻순을 먹기 위해 해마다 목을 매고 기다리는 참옻순 식객들은 올해 유난히 긴장들 하실 듯. 병풍취나 누리대보다 위로 쳐 주는 맛인데다 1년 중 단 3일만 맛볼 수 있는 것이고 보니....(※ 옻 알러지가 있는 분들은 함부로 먹어서는 안됩니다.)

 

  이와 같은 요상한 봄날에, 그러니까 며칠 전에 있었던 지인(知人)과의 통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몇 자 적어 볼까 합니다. 생각날 때 쓰지 않으면 곧 까맣게 잊어 먹고 말 테니까요. 뭐, 잊어 먹어도 아까울 것은 없는 내용이긴 합니다만. 그러니까 당연히 경험 많은 매니아님들에게야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그래서 영양가 없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초보 친구들에게는 어쩌면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기는 합니다. 초보님들의 경우, 모르고 지난다면 먼 훗날 회한(悔恨)의 아픔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이니까요.

 

  필자는 지인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특히 기타계의 인사들 중에는. 책을 출간하게 되면 증정용으로 몇 십부 정도의 책을 준비하게 됩니다만, 그러한 까닭으로 필자의 경우에는 그 대부분을 소진하지 못하고 그냥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판매용으로 입고하고 마는 편입니다. 얼마 전, 문득 생각나는 지인이 있어 작년 말 출간했던 책의 증정본을 보내 드렸었지요. 수삼 일 지난 다음, 예의 지인으로부터 책을 잘 받았노라는 회신 전화가 왔습니다. 필자는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생활을 하고 있어서) 달리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는 편인 데다가 마음 속으로 집히는 데가 있기도 해서 "책을 읽어 보셨나요?"하고 물었지요. 지인의 대답. "대충 훑어 보긴 했습니다만.... 한데, 전체적으로 악보보다는 설명에 할애된 지면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초보자용 교본인데요. 이를테면 박자와 리듬을 설명하는 부분 같은 것이요. 무려 십여 페이지가 넘던데요? 지면을 공연히 낭비한 것 아닌가 싶더군요. 그냥 박자 표(테이블) 하나 달랑 만들어 놓으면 될 것을요." 지인께서 아직 서문을 읽어 보지 않았음이 명확했습니다. 필자는 "그렇던가요?"하고 대답하는 것으로 통화를 마무리했습니다.

 

  필자가 외부와 단절하고 칩거하기 이전인 1990년까지에 대해 기억하는 바로는 그랬습니다. 상당수 국내 기타 학습자들의 연주에는 연주자세, 탄현법, 운지법 등 여러 가지 연주 기술적인 면은 물론이거니와 그 밖에 음악적으로도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만연되어 있었습니다. 레가토와 논레가토 스타카토 등에 대한 의식이 없는 점이라든지, 겹음 진행은 마구잡이 스타카토로 연주해 대기 일쑤라든지, 아티큘레이션에 대한 개념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라든지, 악상 해석에 대한 의식이 희박한 점이라든지....

 

  그리고, 그러한 문제점들 중에는 박자 및 리듬에 대한 무지(無知)도 포함됩니다. 이를테면, 악보1과 같은 곡을 연주할 때에.....

 

 

giuliani_theme_var.jpg 

    악보1. M. Giuliani 작곡, 헨델의 '즐거운 대장간' 주제에 의한 주제와 변주곡(Theme and Variations)

 

 

  악보1은 2/4박자의 곡이므로 제3마디에서 보듯 박이 (8분음으로) 분할되면 각 박의 첫 음에는 비트·악센트(beat accent)가 가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물론 비트·악센트의 적절한 강세의 정도는 해당 곡이나 악구의 성격, 화성적 선율적 리듬적 내용 등등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한데 악보1의 제3마디의 경우는 비트 음이 앞꾸밈음(轉過音, appoggiatura)에 해당되기도 하므로 그에 걸맞는 악센트 또한 요구됩니다.

 

 

giuliani_theme_var_x.jpg

      악보2. 리듬에 대해 무지(無知)한 엉터리 연주.

 

 

  악보2는 당시에 만연되어 있던 리듬과 관련된 대표적인 문제점의 하나를 보여 주는 엉터리 연주의 일례입니다. 악보2처럼 연주되는 까닭은 이렇습니다. 악보의 제3마디를 보면 비트·악센트에 해당하는 음들은 겹음으로 되어 있고 오프· 비트의 음은 단음으로 되어 있습니다. 생각 없이 무심코 이를 연주하면 겹음으로 연주하는 비트·악센트의 선율 음은 (여러 가지 탄현 기법들을 제대로 배운 바가 없는 탓에 '겹음 탄현' 자체가 족쇄가 되어) 겹음으로 함께 퉁기는 다른 음들과 같은 강세로 연주하게 되고, 단음으로 연주하는 오프· 비트의 선율 음은 (겹음으로 퉁겨야 하는 식의 제약이 없으므로, 다시 말해 손가락 동작에 대한 아무런 제약이 없으므로) 자유롭고도 원활한 손가락 동작에 의해 충분한 강세로 퉁기기 마련입니다. 그 결과 오프· 비트의 음은 나름 최상의 터치에 의한 풍부한 음량과 윤기 있는 음질로 연주되나 비트·악센트에 해당하는 선율 음은 빈약하고도 흐릿한, 악센트가 없는 소리로 연주되기 마련인 것이지요. 더구나 단음은 아포얀도가 가능하므로 아포얀도의 우람한 기질까지 더해지면 그 결과는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당시에는 음악적 내용(악상)보다는 아포얀도 주법의 가능 여부에 따라 아포얀도 주법의 사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상식처럼 만연되어 있기도 했었습니다. 참고로, 선율 파트의 음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각 파트의 음들은 파트별로 (겹음으로 퉁기게 될 때이든 단음으로 퉁기게 될 때이든, 그러한 문제와 관계없이) 한결같은 음질을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2/4박의 리듬을 잘 표현해 나가는 연주인지에 대해서는 대가들의 실제 연주를 들어서 공부하실 것을 권합니다. 이 곡(M. Giuliani 작곡, 헨델의 '즐거운 대장간' 주제에 의한 주제와 변주곡)과 아울러 소르(F. Sor)의 <'마적' 주제에 의한 변주곡(Variations sur L'air)>에 대한 줄리언 브림(Julian Bream), 존 윌리암즈(Johs Williams), 나르시소 예페스(Narciso Yepes), 알바로 삐에리(Alvaro Pierri), 마뉴엘 바루에코(Manuel Barrueco) 등등의 음반이나 음원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고르고 섬세하고 정교한 2박자류의 리듬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악보2와 같은 변태적인(?) 악센트는 없음을.... 소르(F. Sor)의 <'마적' 주제에 의한 변주곡> 역시 위 악보 예와 마찬가지로 2/4박자의 곡입니다. 줄리아니의 <헨델의 '즐거운 대장간' 주제에 의한 주제와 변주곡>이나 소르의 <'마적'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많은 친구들이 도전하는 곡이기도 하며 음반이나 음원 또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날 한때 자신의 CD 만들어 가지기가 크게 성행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CD를 굽고 만드는 pc 및 녹음 기자재의 가격이 싸지고 (재킷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의 사용이 손쉬워지면서 약간의 비용만 들이면 얼마든지 자신의 CD를 만들어 가질 수 있게 된 탓이지요. 그래서 연주회 실황이나 독주곡집 등 너도나도 CD를 만들어 배포하곤 했습니다. 시골 외진 곳에 살고 있는 필자에게까지도 그러한 CD가 적지 않게 우송되어 전해질 정도였습니다. 앞서 지인과의 통화와 관련한 글에서 "마음 속으로 집히는 데가 있기도 해서"라고 한 까닭은 그 지인에게서 받은 바 있는 그러한 유(類)의 CD 역시 예의 "박자 및 리듬에 대한 무지(無知)"를 포함하여 연주상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있어서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래에 지인의 자손들 중에 음악을 전공하는 이가 있어 지인의 연주와 관련한 사진들을 보게 되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래!, 나는 음악가의 피를 물려받은 거야. 할아버지께서 이처럼 훌륭한 기타리스트이셨으니까." 그러나 사진뿐만 아니라 예의 CD까지 전해진다면 손자는 적잖이 당황할 테지요. "아니, 과거에는 초보적인 박자나 리듬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저런 연주로도 음악가로 행세할 수 있었던 거야?!!"

  웃어 넘길 일이 아닙니다.

  아래의 악보3a ~ 악보5b는 모두 Bach의 곡들입니다. 그중에서 악보3a, 악보4a, 악보5a는 모두 <세고비아 클래식기타 명곡전집(A.Segovia Classic Album for Guitar) 제1권>에서만 찾아낸 예들입니다. 악보3b, 악보4b, 악보5b는 Bach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곡집에서 동일한 곡들의 첫머리들을 인용해 보인 것입니다. 해당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곡집에는 편집판 악보 아래에 바흐의 원전판 악보가 병기(竝記)되어 있습니다. 세고비아 편곡의 악보와 바흐의 원전판 악보에서 박자 표시를 서로 대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이들 곡은 그 내용이 모두 2/2박에 해당하는 리듬으로 되어 있어서, 설사 박자 표시를 해 두지 않았다 해도 당연히 2/2박으로 해석하여 연주함이 마땅한 곡들입니다.

  박자와 리듬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친구들은 필자의 졸저 <바우 기타 교본 제1권, 제50페이지에서부터 제75페이지까지>를 정독(精讀)하실 것을 권합니다. 참고로, 그 밖에도 박자나 리듬과 관련한 여러 가지 참고가 될 내용들이 <바우 기타 교본> 제1, 2, 3권 전체에 걸쳐 군데군데 산재(散在) 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책을 읽어 보기 위해 굳이 <바우 기타 교본>을 구입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위 링크를 클릭하면 웹 페이지로 그 내용을 전부 보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우 기타 교본 제1, 2, 3권 전부가 단 한 페이지도 빠짐없이 해당 사이트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모두 공짜로 보실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bach_bourree.jpg 

       악보3a. 세고비아 클래식기타 명곡전집 제1권에서 인용, Bach의 Bourree

 

violin_bourree.jpg 

       악보3b. Bach의 원전판 악보가 병기되어 있는 바이올린 곡집에서 인용, Bourree

 

 

 

bach_double.jpg 

       악보4a. 세고비아 클래식기타 명곡전집 제1권에서 인용, Bourree의 Double

 

violin_double.jpg 

       악보4b. Bach의 원전판 악보가 병기되어 있는 바이올린 곡집에서 인용, Bourree의 Double

 

 

 

bach_gavotte.jpg 

       악보5a. 세고비아 클래식기타 명곡전집 제1권에서 인용, Bach의 Gavotte

 

violin_gavotte.jpg 

       악보5b. Bach의 원전판 악보가 병기되어 있는 바이올린 곡집에서 인용, Gavotte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상 잔메에서 syn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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