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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에 영어로 쓰여있었는데 당시에는 국내 제작가에 대해
아는게 전혀 없어서 어떻게 읽어야하는 지 몰랐다.
대학입시 합격발표가 나자마자 클래식기타학원에 등록했다.
92~93년 겨울이였다.
학원선생님이 삼익기타를 추천해주셨다.
삼익공장기타는 아니고 일본인 클래식기타 제작가(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를
초빙해서 만든 모델이었다.
악기상에 알아보니 가격이 좀 나갔다.
당시 돈으로 40만원?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어머니가 사주지 않으셨다. 대신 외삼촌이 시험삼아 만든 기타를 받았다.
(사실 외삼촌은 일렉기타 제작회사에 다니셨다.)
그 기타로 연습을 했는데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연습해서 대학학술제때 솔로 공연도 하고, 합주단에 들어가 큰 무대에도 섰었다.
그런 공연에서는 남의 기타를 빌려서 했었다.(다른 단원기타, 학원소장 기타)
그러다 군대를 가게되었는데, 군대 가기전에 부모님 친구분들, 친척분들한테 용돈을 꽤 받았다.
군대는 시험보고 카투사가 됐다. 그래서 개인시간이 있었다.
군대가기 전 받은 용돈으로 기타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합주단하던 분이 차린 악기사에 찾아갔다.
싸구려 기타도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어서 좋다고 했더니, 그건 막귀라서 그렇다고 대꾸하셨다.
그러면서 기타를 하나 보여주셨다.
예뻤다.
그 기타를 샀다. 96~97년 겨울 즈음이다.
20~25만원정도 했던 것 같다. 김정국기타인 것 같다.
그 기타를 부대에 가지고 와서 방에서 연습을 했다.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고운 소리, 풍부한 울림, 예쁜 외관, 편한 왼손.
굉장히 여성스러운 기타였다.
너무너무 마음에 드니 연습도 많이많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리도가 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는데, 그때는 마냥 좋았다.
기타에 이름도 붙였다.
이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만 여기에 적기에는 쪽팔린다.
다만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의미였다는 것은 밝힐 수 있다.
당시 여자친구와 잘 안돼서 굉장히 다운되어있던 시기였는데,
그 기타가 많이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매일 열심히 쳐댔다.
돌이켜보니 내 기타 레퍼토리의 대부분은 그때 연습한 곡들이다.
지금도 항상 그때 곡들만 쳐대고 있다.
신곡 하나 추가하기가 어렵다.
그러던 중 기타에 문제가 생겼다.
버징이 마구 나기 시작했다.
넥이 뒤로 휘면서 줄이 너무 낮아진 것이다.
도저히 연주를 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그때는 기타관리법에 대해 전혀 몰랐다.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지금은 인터넷에 정보가 많지만 그때만 해도
넥이 왜 휘는지, 댐핏이니, 제습제니 이런 걸 전혀 몰랐다.
그냥 기타백에 고이 모셔두면 되는줄 알았다.
처음 사용했던 외삼촌기타는 그런 현상이 없었기 때문에,
단지 하자가 있는 불량품이라고 생각했다.
악기사에 찾아가서 의뢰하고 기타를 맡겼다.
1~2주 후에 다시 찾아갔는데 그 시간이 굉징히 길게 느껴졌다.
악기사에서 고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바꿔달라고 했더니 바꿔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꿔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인 것 같은데,
당시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새로 받은 기타는 예전 기타와는 달랐다.
음색, 외관, 터치감이 전혀 달랐다.
그 전 기타처럼 맘에 들거나 애정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그냥 그 기타로 연습했다.
그런데 이 기타가 이번에는 넥이 앞으로 휘어서 줄이 엄청 떠버렸다.
또 바꿔달라고 했더니 또 바꿔주셨다.
짜증이 이빠이 나서 통기타로 받았다.
클래식기타는 집에 있는 외삼촌기타를 사용했다.
이때부터 기타에 대한 애정이 서서히 식어간 것 같다.
외삼촌 클래식 기타는 어느정도 연주하다가 잘따르는 후임병한테 팔아버렸다.
달랑 5만원에 팔았다. (바가지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판단이 안 선다.)
그 이후로 클래식은 연주하지 않았다.
바꿔받은 통기타는 졸업하고 취직한 후 일렉기타 배운다고 잠깐 학원다닐때,
학원에 놔두고 연습하다가 학원관두고 찾아가지도 않았다.
마지막으로 공짜로 생긴 일렉기타와 작은 앰프가 있었는데,
조금 연습하고 집에 놔두다가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했다.
갖고있던 기타는 다 처분해버리고 7~8년은 기타없이 살았다.
그래도 연습했던 악보는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었다.
올해 초 갑자기 기타가 치고 싶어 낙원상가에 가서 클래식기타를 하나 샀다.
(30호인데 할인해서 26만원)
다행히 연습했던 악보도 있고 손가락도 그럭저럭 돌아간다.
다시 시작하고나서는 천만원 쯤하는 기타 하나 사볼까 생각도 했었다.
새로 산 기타에 대한 덤덤한 느낌이 싫었던 것 같다.
지금 그런 생각은 관뒀다.
지금 쓰고 있는 악기 그냥 칠련다.
가끔 생각난다.
그때 그 기타를 연주하며 받았던 느낌들, 감정들.
풍부하게 울렸던 고운 소리, 외관이 예뻐 만족스럽게 안고 연주했던 거,
이런 것들 문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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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참 진솔해서 잘 읽었습니다. 기타에관한 아련한 추억이 느껴집니다. 연배도 저와 비슷하신듯 하고 배웠던시기도 비슷하네요. 그래서 더 동감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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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이나 바꾸어 주셨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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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아직은 한참 정열적으로 활동하실 연배 같으신데 아름다운 열정을 접으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도 예전에 즐겨 치던 곡들을 지금도 연습하면서
새로운 레파토리는 거의 접하지 못하고 있는데 좀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디 예전의 그 아름다운 열정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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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라고 하시지만 좋은 추억을 가지신거 같네요 비록 아쉬운 감정일지라도.. 저도 열심히 해야 겠습니다.
어떠한 추억으로 남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