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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Williams. LAGQ, David Starobin. 제가 직접 연주를 본 사람들 중 연주때 증폭시스템을 사용하는 연주자들입니다만, 절대로 님께서 생각하시는 이펙터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음을 왜곡시키는 코러스나 딜레이같은 이펙터는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굳이 무언가를 쓴다면 EQ정도일까? 좋은 마이크/픽업시스템, 좋은 프리/파워앰프, 그리고 좋은 스피커. 끝. 그 이상은 없습니다.
클래식기타의 소리를 증폭시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님께서 콘택트 픽업을 삼익기타에 붙여서 좋은 소리를 들으셨다는데, 그것이 과연 1000만원짜리 (예를들어 콘트레라스?) 기타에 붙여도 그런 결과를 낼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콘택트 픽업이란 것은 기타를 쳤을때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잡아주는 것이라고들 하더군요. 몸통의 진동이 공기를 움직이지 않고 남아서 아직 나무를 흔들고 있는 에너지가 전기신호로 바뀌는 것이라나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제작자/연주자 할 것 없이) "그냥 쳤을땐 형편 없는 기타가 픽업을 붙여 앰프에 꽂았더니 훌륭한 소리를 내는 현상" 에 대해, 혹은 그 정 반대의 경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죠.
이같은 경우, 원본의 사진이 그리 선명하지 못할 때, 약간의 덧칠을 통해서 더 깨끗한 고화질의 그림을 얻어내는 것으로 비유해 볼 수 있겠습니다. 즉, 픽업과 앰프의 역할이 여기서는 단지 증폭을 하는 것이 아닌, 기타가 가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지원해주는 것이지요. 기타 소리가 앰프를 통하여 "더 좋아졌다" 고 느꼈다면, 기타 소리에 이미 어딘가 빈 자리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이야기가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가지고 있는 기타 자체의 소리가 이미 훌륭하고 그 자체로 너무너무 연주자의 마음에 쏙 드는 소리라서 이것이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요? 이럴땐 정말로 "투명한" 증폭 시스템이 필요할겁니다. 원음에 색을 입히지 않는 마이크, 자신의 색이 최대한으로 억제된 프리/파워 앰프, 특성 없는 중립적인 스피커... 그렇지만, 음향 시스템을 갖추다보면 마이크도 앰프도 하나의 악기처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음색을 소스에 덧칠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렉기타리스트들이 마샬도 쓰고 펜더도 쓰고 보그너도 쓰고 휴-케트너도 쓰는거 아니겠습니까.)
결국 클래식기타의 경우, 그런 덧칠이 최소한인 (즉 투명한) 앰프를 찾는다는 것이 힘든 일이지요. 그리고, 이미 덧칠이 된 소리에 이펙터로 더 덧칠을 한다고 해서 절대로 다시 투명해지지는 않겠지요. 결국 애초에 소리를 위한 투명한 경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증폭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일겁니다.
무대랑은 좀 다른 경우겠지만, 클래식 녹음을 하는 엔지니어들의 경우, 이상적인 녹음 경로를 물어보면, 마이크 -> 프리앰프 -> 테이프(저장매체) 를 이야기합니다. 음향이 좋은 방에 악기와 마이크를 적절히 배치하여 잘 잡은 소리를 최단거리 경로를 통해 저장하는 것이지요. 중간에 뭐 하나 들어가면, 그순간 이미 소리는 덧칠이 되는거니까,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EQ 만지는 것 조차 최소화 하기 위해 마이크 위치 선정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는군요.
다 아실만한 얘기를 길게 늘어놓아서 미안합니다. 사실 저도 잘 아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나름대로 제 기타를 증폭할 적절한 시스템을 찾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줏어들어 쌓인 정보들입니다. 다만 제가 아직도 "Unplugged"인 것은, 이미 끈 매고 치는 스타일로도 잔소리를 많이 듣는데 (무슨.. 포크냐구) 앰프까지 꽂으면 "무슨 록이냐"고들 하시며 저를 싹 무시하시는 것 두려운게지요. 헤헤 ^^;; (농담처럼 말씀드렸지만, 증폭하는 게 무슨 클래식 악기냐고 하는 사람들이 제가 만난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는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더라구요.)
연주를 밥벌이로 하는 이상, 제 소리가 사람들에게 잘 들리기 바라는 마음은 굴뚝같습니다. 문제는 그냥 들리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들릴 바에는 "잘" 들려야 한다는 것이겠죠.
님께서 생각하시는 것 보다는 훨씬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고민들이 있기 때문에 님께서 경험하신 "전보다 더 나은 클래식기타 증폭 시스템"이 자꾸 개발이 되고 있는게 아닐까요.
클래식기타리스트들은 이런것에 관심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대표로 말씀드릴 자격은 물론 안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공부도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좀 표 내 보려고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
서정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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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 jsuh@yours.com
Registration Date : 2002-02-08 19: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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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02-08 21:06] 서정실님게서 고민을 상당히 많이 하셧군요.....
수 [02-08 21:07] "투명한 경로"....오늘의 장원입니다.
김진성 [02-08 22:07] 정말 좋은 글입니다. 투명한 증폭...바로 그것이 정답이네요.
아랑 [02-08 22:41] 이펙터에의한 소리의 추구를 하다보면 우리가 부쉐, 스몰맨의 미묘한 차이를 말한다는게 우스워지거든요..
아랑 [02-08 22:42] '투명한 경로'보다는 저는 '왜곡없는 증폭' 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김진성 [02-08 22:58] 눈을 감고 들었을때 마치 바로 앞에서 연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김진성 [02-08 23:00] 주는 녹음과 재생. 클래식악기는 그래야 되는데....
지얼 [02-08 23:13] 맞다....왜곡 없는 증폭...이게 포인트 같아요...
dan [02-09 13:27] 녹음은 '투명한 경로' 가 정답입니다. 하지만 그후 믹싱등의 과정은......
기타랑 [02-10 02:06] 많은 부분에서 동감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싹 정리주신거 같은데요.^^
클래식기타의 소리를 증폭시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님께서 콘택트 픽업을 삼익기타에 붙여서 좋은 소리를 들으셨다는데, 그것이 과연 1000만원짜리 (예를들어 콘트레라스?) 기타에 붙여도 그런 결과를 낼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콘택트 픽업이란 것은 기타를 쳤을때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잡아주는 것이라고들 하더군요. 몸통의 진동이 공기를 움직이지 않고 남아서 아직 나무를 흔들고 있는 에너지가 전기신호로 바뀌는 것이라나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제작자/연주자 할 것 없이) "그냥 쳤을땐 형편 없는 기타가 픽업을 붙여 앰프에 꽂았더니 훌륭한 소리를 내는 현상" 에 대해, 혹은 그 정 반대의 경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죠.
이같은 경우, 원본의 사진이 그리 선명하지 못할 때, 약간의 덧칠을 통해서 더 깨끗한 고화질의 그림을 얻어내는 것으로 비유해 볼 수 있겠습니다. 즉, 픽업과 앰프의 역할이 여기서는 단지 증폭을 하는 것이 아닌, 기타가 가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지원해주는 것이지요. 기타 소리가 앰프를 통하여 "더 좋아졌다" 고 느꼈다면, 기타 소리에 이미 어딘가 빈 자리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이야기가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가지고 있는 기타 자체의 소리가 이미 훌륭하고 그 자체로 너무너무 연주자의 마음에 쏙 드는 소리라서 이것이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요? 이럴땐 정말로 "투명한" 증폭 시스템이 필요할겁니다. 원음에 색을 입히지 않는 마이크, 자신의 색이 최대한으로 억제된 프리/파워 앰프, 특성 없는 중립적인 스피커... 그렇지만, 음향 시스템을 갖추다보면 마이크도 앰프도 하나의 악기처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음색을 소스에 덧칠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렉기타리스트들이 마샬도 쓰고 펜더도 쓰고 보그너도 쓰고 휴-케트너도 쓰는거 아니겠습니까.)
결국 클래식기타의 경우, 그런 덧칠이 최소한인 (즉 투명한) 앰프를 찾는다는 것이 힘든 일이지요. 그리고, 이미 덧칠이 된 소리에 이펙터로 더 덧칠을 한다고 해서 절대로 다시 투명해지지는 않겠지요. 결국 애초에 소리를 위한 투명한 경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증폭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일겁니다.
무대랑은 좀 다른 경우겠지만, 클래식 녹음을 하는 엔지니어들의 경우, 이상적인 녹음 경로를 물어보면, 마이크 -> 프리앰프 -> 테이프(저장매체) 를 이야기합니다. 음향이 좋은 방에 악기와 마이크를 적절히 배치하여 잘 잡은 소리를 최단거리 경로를 통해 저장하는 것이지요. 중간에 뭐 하나 들어가면, 그순간 이미 소리는 덧칠이 되는거니까,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EQ 만지는 것 조차 최소화 하기 위해 마이크 위치 선정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는군요.
다 아실만한 얘기를 길게 늘어놓아서 미안합니다. 사실 저도 잘 아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나름대로 제 기타를 증폭할 적절한 시스템을 찾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줏어들어 쌓인 정보들입니다. 다만 제가 아직도 "Unplugged"인 것은, 이미 끈 매고 치는 스타일로도 잔소리를 많이 듣는데 (무슨.. 포크냐구) 앰프까지 꽂으면 "무슨 록이냐"고들 하시며 저를 싹 무시하시는 것 두려운게지요. 헤헤 ^^;; (농담처럼 말씀드렸지만, 증폭하는 게 무슨 클래식 악기냐고 하는 사람들이 제가 만난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는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더라구요.)
연주를 밥벌이로 하는 이상, 제 소리가 사람들에게 잘 들리기 바라는 마음은 굴뚝같습니다. 문제는 그냥 들리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들릴 바에는 "잘" 들려야 한다는 것이겠죠.
님께서 생각하시는 것 보다는 훨씬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고민들이 있기 때문에 님께서 경험하신 "전보다 더 나은 클래식기타 증폭 시스템"이 자꾸 개발이 되고 있는게 아닐까요.
클래식기타리스트들은 이런것에 관심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대표로 말씀드릴 자격은 물론 안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공부도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좀 표 내 보려고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
서정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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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02-08 21:06] 서정실님게서 고민을 상당히 많이 하셧군요.....
수 [02-08 21:07] "투명한 경로"....오늘의 장원입니다.
김진성 [02-08 22:07] 정말 좋은 글입니다. 투명한 증폭...바로 그것이 정답이네요.
아랑 [02-08 22:41] 이펙터에의한 소리의 추구를 하다보면 우리가 부쉐, 스몰맨의 미묘한 차이를 말한다는게 우스워지거든요..
아랑 [02-08 22:42] '투명한 경로'보다는 저는 '왜곡없는 증폭' 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김진성 [02-08 22:58] 눈을 감고 들었을때 마치 바로 앞에서 연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김진성 [02-08 23:00] 주는 녹음과 재생. 클래식악기는 그래야 되는데....
지얼 [02-08 23:13] 맞다....왜곡 없는 증폭...이게 포인트 같아요...
dan [02-09 13:27] 녹음은 '투명한 경로' 가 정답입니다. 하지만 그후 믹싱등의 과정은......
기타랑 [02-10 02:06] 많은 부분에서 동감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싹 정리주신거 같은데요.^^
Commen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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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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