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징과 아티큘레이션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좋은 자료들이 오가는군요... 아래글은 평균율 피아노 곡집을 해설하는 독일의 음악학자인 Hermann Keller 교수의 글을 번역한 단행본 글의 일부입니다. 악기는 다르지만 프레이징이란 관념과 아티큘레이션이라는 관념을 상당히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음악공부에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살면서 약속을 지키기가 참 어렵네요...
[프레이징과 아티큘레이션]
음악은 말과 같다. 우리가 말하면서 숨을 쉬듯 좋은 연주를 위해서는 올바른 프레이징이 반드시 필요하며,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정확한 억양을 붙이듯이 음악에서도 아티큘레이션에 의해 확실한 음을 내도록 여러가지 주법을 연구하게 된다. 프레이징은 한마디로 말해 음악적으로 연결된 상념 즉 사고의 상호관계라 할 수 있다. 아티큘레이션은 각음과 음사이에 레가토나 스타카토 등의 주법을 써서 정확한 음을 만들며 곡에 생명력을 넣어주는 것이다. 글의 구성요소도 음악과 흡사하다. 그러나 쓰여진 글에서는 구절표시들(구두점)을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으므로 쉽게 사고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산문 등에 기원을 둔 음악이나 다성음악에서는 프레이징을 제대로 찾아내기가 쉽지않다. 노래나 춤에서 유래한 곡들은 프레이징을 찾아내기가 힘들지 않다. 특히 후자는 각 성부가 제각기 개성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그러므로 푸가에서는 연주자가 각 성부를 따로 따로 떼어 프레이즈를 찾아보도록 해야할 것이다. 대개는 프레이즈의 구분이 사람의 호흡과 일치한다. 즉 성악가가 숨쉬어야 할 만한 곳에서 프레이즈가 끝나게 마련이다. 때로는 프레이즈들이 내부에서 서로 엉켜 정확한 프레이즈를 구분이 힘들 때도 있다. 예를 들면 푸가의 주제와 대주제가 연결되는 경과구 부분의 프레이징이 까다로울 수 있다. 프레이즈 구분을 너무 세분하거나 되는 대로 적당히 할 경우에는 바흐가 의도한 전체적인 악상이 조각 조각으로 흩어질 위험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바흐는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에서 아티큘레이션의 표시도 거의 하지 않았다. 보통 흔히 쓰이는 아티큘레이션은 좁은 음정의 음들을 붙여서 치는 법; 약간 떨어진 음정(4, 5도)의 음들을 약간 떼어서 치는 법; 넓은 음정의 도약음들을 분명히 떼어서 치는 법 등이 있다. 이와같은 전형적인 아티큘레이션의 예로는 1권의 C장조의 푸가를 들 수 있다. 때로는 1권의 F단조 푸가와 같이 주제의 성격상 내적 결합력을 위해 계속적인 레가토 주법을 쓰여질 때에도 있다. 또한 1권의 C단조 푸가와 같이 음계형으로 구성된 음들을 전부 스타카토로 치는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곡의 아티큘레이션에는 수많은 방법이 나올 수 있다. C.P.E 바흐는 아티큘레이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우리는 모든 음들을 다 다르게 떼어치는데, 곡의 주된 음표들이 4분음표인지 또는 8분음표인지 그리고 곡의 템포가 활발한지 느린지, 포르테 부분인지 피아노부분인지에 따라 각음의 길이를 조절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개 스타카토로 칠 경우에는 그 음가의 반 보다 짧게 치게 된다. 도약음정인 경우와 빠른 템포인 경우에는 일일이 떼어치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악기인 피아노로는 스타카토 주법이 가장 효과적인 아티큘레이션의 한가지 방법이다. 대개 4분음표인 경우에는 16분음표, 또는 그보다 짧게 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헤르만 켈러(Hermann Keller)/ 번역 하애자님/ 음악춘추사-
* 수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10-25 0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