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과학 (2) - 화음의 원리

by 쏠레아 posted Oct 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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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나의 음

우리가 듣는 음의 종류는 무한정입니다.
진동수 245짜리, 246, 345, 234... 그냥 아무 숫자나 쓰면 그게 다 서로 다른 음입니다.
게다가 소숫점 밑에가 달라도 다 다른 음이니까 무한정 많은 음이 있지요.

그런데 음악을 만들 때 그 무한정의 음들을 무작위로 마구 가져다 쓰면 안되겠지요.
그것은 음악이 아니고 소음이 될 뿐입니다.
그래서 무한정의 음들 속에서 어떤 규칙에 따라 음을 골라내어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진동수 300짜리를 골라서 기본음으로 삼으면,
그 다음 고를 수 있는 음들은 어떤 규칙에 따라 정해진다는 말이지요.
그 규칙은 인간이 임의로 만든 규칙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입니다.
즉, [두 음의 진동수 비율이 간단한 정수비가 되도록 해야 잘 어울린다] 라는 자연법칙이지요.
그 법칙에 따라 한 옥타브를 12 분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 12 분할 중에서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선호하는 5~7개를 골라  
[도레미파솔라시] 또는 [궁상각치우] 등등의 음계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엄밀하게 말하면 사람이 고른 것 아닙니다.
자신들의 순정율 기준으로 음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고르게 된 것이지요)

음계가 정해졌다고 해서 꼭 그 음들만 쓰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주로 사용하는 음이란 의미입니다. 반음 올리고 내리는 것은 얼마든지 필요에 따라 사용합니다.

(2) 두 개의 음

그렇게 위에서 정해진 음계에서 음을 골라서 배열하면 음악이 됩니다.
그런데 좋은 음악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음들의 연결이 듣기에 좋아야 하겠지요.

두 음을 고른다는 것은 두 음의 간격을 고른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이제부터 어떤 음들 사이의 간격을 반음의 갯수로 표현하겠습니다.
즉, [도미]의 두음은 간격이 4이고, [라도]는 3입니다.

음악가들은 그 간격들을 다음과 같이 복잡한 용어로 표현합니다 (완=완전)
그렇게 복잡하게 부르는 이유 물론 있습니다.(생략)

  0      1       2       3       4       5       6       7       8       9      10      11     12
동음 단2도 장2도 증2도 장3도 증3도 증4도 완5도 증5도 장6도 증6도 장7도 옥타브
                감3도 단3도 감4도 완4도 감5도 감6도 단6도 감7도 단7도


그런데 위의 간격들에는 듣기 좋은(어울리는) 간격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간격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그 간격을 나타내는 수에다 좋은 수, 나쁜 수라고 표현하겠습니다.

12는 좋은 수 입니다 -> 12반음 간격으로 두 음을 고르면 그것은 옥타브 관계이므로 완벽히 어울리는 음이 되지요.
7 역시 좋은 수 입니다 -> 7반음 간격이면 두 음의 진동수 비가 2:3이되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완전5도)
...

어떤 수가 좋으면 그 수의 보수도 좋습니다. (보수란 더해서 12가 되는 수라 정의하겠습니다)
[도솔]은 7반음간격인 완전5도라 잘 어울리지요. 그렇다면 [솔도] 역시 잘 어울려야겠지요.
[도솔도]에서 양쪽 도의 간격이 12이므로 [솔도]의 간격은 당연히 5가 되고 역시 잘 어울립니다. (완전4도)
즉 7이 좋은 수라면 5 역시 좋은 수라는 말이 되지요.

그리고 어떤 수가 좋은 수면 거기에 12를 더한 수도 좋은 수가 됩니다.
즉, [도]와 [솔]이 어울린다면, [도]와 [한옥타브 높은 솔]과도 잘 어울린다는 말입니다.

-------------------
좋은 수 =>
그 수만큼의 반음간격으로 두 음을 골랐을 때 진동수비가 간단한 정수비가 됨 =>
잘 어울리는 두 음.
-------------------

그렇게 0에 12까지의 수들을 구분해 보니, (괄호는 보수관계)

(12, 0), (7, 5) : 이 4 수들은 전부 아주 좋은 수들입니다. 동일음이거나 완전5도,4도,
(4, 8), (3, 9) : 잘 어울립니다. (여기까지를 좋은 수라 합시다)
(2, 10), (1, 11), 6 :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것들은 나쁜 수들입니다)

좋은 수들이 나쁜 수들보다 많지요? 다행입니다. ^^
그렇게 좋은 수들이 많이 나오도록 한 것이 바로 한 옥타브를 12분할한 덕택입니다.
만일 한 옥타브르 10분할했다면 0과 10을 빼놓고 나머지 수들은 죄다 나쁜 수들이 되었을 것입니다. (안 어울림)


(3) 세 개 이상의 음.

이제부터 화음을 만들어 봅시다. 우선 세 음이 쌓아 화음을 만듭시다.
세 개의 음을 고르는 것은 위의 숫자 2개를 고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 두 수의 합이 12를 넘어가면 옥타브를 넘기므로 합쳐서 12 안쪽으로 고릅시다.

예를 들어 4와 3을 골랐다면,
도를 기준으로 할 경우 [도미솔]을 고른 것입니다. [도미]=4, [미솔]=3
세 개의 음을 골랐으니 상호간 간격은 세가지가 나옵니다. [도미]=4, [미솔]=3, [도솔]=7
3,4,7 이 세 수 모두 다 [좋은 수] 입니다. 아주 잘 어울리는 화음이 되겠지요?

4,3의 순서를 바꾸어 3,4를 골라도 아주 잘 어울립니다.

3,3 을 고르면 어떻겠습니다. 음 상호간에 3,3,6이 나옵니다.
3과 3은 좋은데 6이 별로입니다. 그래도 좋은 수가 두 개이니 그럭저럭 참읍시다.
4,4 를 고르면? 4,4,8이 나옵니다. 전부 좋습니다.

5,2 를 골라봅시다. 5,2,7이 나옵니다. 2가 조금 께름칙하지만 완전4도,5도인 5와 7이 있어 좋습니다.

그럼 4개의 음을 골라봅시다. 숫자를 3개 고르면 됩니다.
그리고 음 상호간 관계의 수는 6가지가 나옵니다.

4,3,3을 선택하는 경우,
도를 기준으로 했다면 [도 미 솔 #라]를 고른 것입니다.
[도미]=4, [미솔]=3, [솔 라#]=3, [도 솔]=7, [미 #라]= 6, [도 #라]= 10
좋은 수 4개, 나쁜 수 2개가 나옵니다. 그럭저럭 좋습니다.
음을 4개 이상 고르면 나쁜 수는 필연적으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음을 5개, 6개, 7개까지도 골라서 쌓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5이상이면 아무래도 옥타브를 초과해서 고를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가 위에서 골라 본 것 정리합니다. (도를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4,3 -> [도  미 솔] 4,3,7 모두 Good -> C 화음 (C major, CM으로 표기하기도 함)
3,4 -> [도 #레 솔] 3,4,7 모두 Good -> Cm 화음 (C minor)
3,3 -> [도 #레 #파] 3,3 Good, 6 Bad -> Cdim 화음 (C diminished)
4,4 -> [도 미 #솔] 4,4,8 모두 Good -> Caug 화음 (C augmented)
5,2 -> [도 파 솔] 5,7은 매우 Good, 2는 Bad -> Csus4 화음 (C suspended 4th)
4,3,3 -> [도 미 솔 #라] 4,3,3,7 Good, 6,10 Bad -> C7 화음 (C dominant 7th)

이러한 방식으로 숫자들을 선택해 나가면 아주 많은 조합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조합에 포함된 음들 상호간이 전부 다 잘 어울리면 그것은 매우 훌륭한 화음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개의 음들이 조합되다 보면 상호간에 어울리지 못하는 부분도 나올 수 밖에 없지요.
그래도 그런 부분보다 어울리는 부분이 더 많다면 그럭저럭 음악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음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울림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음이 하나만 있으면 아무 느낌도 나지 않지만,
음이 여러개 모이면 비로소 어떤 느낌이 나타나게 됩니다.
우울한 느낌, 밝은 느낌, 긴장된 느낌... 등등.
그러한 느낌이야말로 음악에 있어서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 특별한 느낌들은 오히려 안 어울리는 부분 때문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완벽하게 어울리지는 않더라도 그 느낌이 소중한 화음이면 채택해서 음악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즐겨 부르는 가요에는 기껏 대여섯 종류만으로 충분하고,
클래식음악으로 넘어가면 그 종류가 매우 많아집니다.
정식 이름이 붙어 있는 화음의 종류만 해도 30가지가 넘습니다.
(그래도 하나의 음악에 자주 나오는 것은 몇가지 안되지요)  

-------------------
저는 여기까지가 바로 과학이나 수학의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다시말해 여기까지는 음악이론이라 하기가 조금 거시기하다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요.
음, 화음... 이런 것들은 음식을 만드는 재료에 해당합니다.
식재료 자체는 요리사의 영역이 아니지요, 차라리 농부나 어부들의 몫입니다.

음악이론은 그 이후부터입니다,
즉 식재료를 선택하고, 그것들을 잘 배합하는 것이야말로 요리사의 영역이 되는 것이지요.
음이나 화음을 잘 선택하고, 그것들을 어찌 배열하느냐가 바로 작곡가의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이론들이야말로 진짜 음악이론이고 요리비법입니다.
그래서 음악적 소질이 없는 사람은 그 이론이라도 열심히 공부해야 그나마 좋은 곡이 나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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