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디앙 마스터 클래스 후기 (몇가지만)

by 으니 posted Mar 2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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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타문화원에서 오늘 (3월 28일) 있었던 롤랑 디앙의 마스터 클래스에 저는 마지막 팀 (네 분 오늘 정말 반가웠습니다.. 특히 * * * 님! 정말 음색이 매력적이시더군요) 시간에 감사하게도 청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또 맨 뒤에 서서 듣느라고 딱히 적을 수가 없었던 것이 유감이었지만, 그래도 디앙의 모습을 보게 되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디앙은 정말 좋은 선생님입니다. 맺고 끊음이 확실하게 가르치지만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이끌면서 원하는 대로 따라올 때는, "그거야. 바로 그거. 잘했어"를 연발해서 결국은 전체 연주에 변화를 가지고 오는 신기한 선생님이었습니다. 농담을 하면서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였지만, 음 하나의 플랫과 내츄럴 표시 그리고 미묘한 음정 음간 차이에도 민감한 섬세한 마스터 클래스였습니다.

전 디용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괴물같은 테크닉, 그리고 음악의 쫀득함에 반했지만, 오늘의 마스터클래스를 지켜보면서 디용이 정말로 곡 자체의 아름다움을 굉장히 추구하는 음악적인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기타 음악가를 넘어 그저 음악가인듯 보였습니다.

* 이 것에 대해서는 추후 음악이야기에 글을 쓰려고 합니다. 기타음악가가 좋은지, 음악가가 좋은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디용의 짧은 마스터 클래스에서 이야기해준 것을 제가 간략히 추려봅니다. 디용은 영어로 진행을 했는데, 제가 듣고 나름대로 이해한거라 역시 틀린 것이 있을지 모릅니다.


1) 이포얀도는 포르테 즉 세게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포얀도는 19세기까지는 없었어요. 나는 이것을 뉴욕타임스에서 읽었으니까 아마 맞을겁니다^^ 이포얀도는 다만 음색의 차이와 변화일 뿐입니다. (실제로 기타로 이포얀도와 알 아이레를 쳐보이며) 이 차이가 엄청나잖아요? 그런 것입니다.


2) 튜닝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연주자에게 튜닝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그것은 음악을 위해서 아주 기본적인 것이예요. 마치 운전을 하기 전에 안전벨트를 매는 것과 같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의미도 가지는데, 나는 내가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튜닝을 공들여 합니다. 내가 맘에 들때까지요. 내가 좋아야, 청중도 좋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요. 이것은 내가 나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I take my time. 그래서 튜닝을 시끄럽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하모니이며, 일종의 서주입니다. 프렐류드이죠. 마스터 클래스를 할 때 많은 이들이 저.. 제가 튜닝을 해도 되나요? 라고 어려운 질문을 합니다. 절대 주저하지 마세요. 튜닝 또한 연주의 일부랍니다. 3분정도로 길어도 좋습니다. 시간을 충분히 즐기세요. Take your time.


3) 누가 리더입니까?

합주를 할 때는, 청중들이 지금 멜로디를 누가 연주하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도록 해야만 합니다. 누가 리더입니까? 리더가 멜로디를 강조하고자 할 때 더블 아포얀도를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청중들에게 누군가 지금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다는 증거 evidence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증거.. 를 여러번 강조)


4) 침묵을 다시 강조

대단한 비밀을 알려줄게요, 음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음 사이의 침묵입니다. 그 고요함은 음악을 보다 더 크게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나는 이것을 혼자 깨우쳤습니다. 따라라라~ 하고 음악이 연속되는 것만큼이나 그 사이사이의 간격들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디용이 혼자 깨우쳤다고 엄청 자랑한 것에 대해 즐거운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 이야기는 음악선생님들이 대부분 하시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디용이 혼자 이것을 깨우쳤다는 것은 더욱 의미가 깊죠. 그는 음악을 사랑하기에 어느 순간 혼자 연습하다가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비밀이자 진리죠^^)


5) 연주가 끝난 직후엔 그대로 멈춰라!

디용의 연주를 들으면서 그는 연주의 앞과 뒤도 완벽하게 하나를 이루려고 한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역시 오늘 그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연주가 끝난 직후 최소한 3초간은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모두들 짐작하시겠죠?


무엇보다도 그는 음악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타문화원의 시설은 매우 깔끔하고 훌륭한 편이지만, 누구든지 같은 자리에서 그렇게 오래도록 딱딱한 의자에 앉아 악보와 생전 처음보는 습관들을 지닌 기타리스트들을 일일이 살펴보고 줄곧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것입니다. 조명 때문에 약간 덥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열띤 열기 덕에 공기도 만만치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는 마스터클래스의 후반부에도, 모든 것은 잊고, 오직 음악만 생각했습니다. 그의 머리속에는 음악만이 가득한 듯 했어요. 주위를 둘러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어제와 오늘, 연주와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저는 디앙이라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충분히 훌륭한 기타리스트이며, 전위적이고도 아름다운 곡을 쓰는 작곡가입니다. 또한 재즈 뮤지션이며 예술가이지요. 하지만 언젠가 피아니스트 짐메르만 선생님이 말씀하셨듯 가장 마지막 단계는 "휴먼"입니다. 그 모든 것들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디앙의 매력들을 발견하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비록 제가 이렇게 좋아한다는 것 능숙하게 맘껏 표현하지 못할지라도, 그가 전혀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 속해있을지라도 사람의 기본 감정을 서로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면 정말 기쁩니다.

좋은 공연을 기획해주신 프로아트 측과
또 공연을 위해 숨어 노력하신 분들의 손길,
어려운 가운데 마스터클래스를 주관하신 기타문화원 김배훈 사장님까지,
애쓰신 모든 분들께
맘 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 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4-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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