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병호 시인의 [ 시간여행 ]

by 정천식 posted Jun 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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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 F. Chopin
곡명 : Prelude No. 4
연주 : Claudio Arrau(Pf)
















오늘따라 임 병호 시인이 무척 그리워집니다.
"어이~ 정선생! 차말고 술이나 한 잔 줘"하시던 생전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이 곡을 두고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알프레도 꼬르또(Alfredo Cortot)는 "Beside a grave - 무덤가에서"라는 제목을 붙였더군요. 너무도 어두운 곡이네요. 아래는 안동의 기인 임 병호 시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시이며, 사진은 제가 운영하는 [시간여행]이라는 카페로서 이 시인이 항상 앉았던 자리입니다. 지난 6월 18일이 '49제'였는데 삶의 언저리에서 떠돌던 맑은 영혼도 이제는 안식을 찾았겠네요. 병호 형님! 잘 가시오~


                               [ 시  간  여  행 ]

                                                                 임 병호



흐르는 것이 어디 삶 뿐이랴

아침은 댓잎 위에 이슬방울 영롱함으로 와서

한낮의 광풍에 맞서 홀로 몸을 세우라 두고

저물녘이면 이내 속을 걸어 홀연히 묻히라 한다



흐르는 것이 어디 일상 뿐이랴

사랑문 밖 마루 끝을 적시던 비가 멎는다

일어서는 풀잎 사이로 벌레들은 살아있다 나직이 울고

먼 산은 쌓인 안개를 열어 비로소 제 몸을 보였다



흐르는 것이 어디 추억 뿐이랴

호떡을 굽던 열두 살 소녀는 대봉동 개울가에 살았다

첫 입맞춤의 女人은 삼덕동 푸라다나스 거리에 붙박히고

내 슬픈 사람은 우슬재 너머 土末에서 파온을 노래하리라



흐르는 것이 어디 시간 뿐이랴

도회는 초저녁 남루한 자선남비 속에서 데워진다

좁은 유리문을 열면 알함브라의 추억이 천식이의 기타에 담겨 흐르고

茶에 게으른 나는 술잔을 든다, 자 이제 시간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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