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까페

by 으니 posted Aug 0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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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잘 아는 까페가 있어요?

네.. (K는 대답하면서 말끝을 흐린다)

(흘낏 큰 창으로 하늘을 살피며) 오늘은 문을 닫았을지도 몰라요.

(남자, 놀리는 투로) 카페가 문을 열었다 닫았나 하나요?

음.. 열기만 하면 제가 아는 최고의 까페이지만요, 매일 문을 열진 않아서요.

(K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래요?

K는 대형 창 바깥으로 펼쳐진 회색하늘을 계속 살피고 있다. 정말로 그 까페가 문을 열었을까 안절부절하는 것 같기도 하고.

레스토랑을 나와 거리로 내려선 후 작고 다리를 하나 건넌다. 전철역 한 구간을 걸은 셈이다. 이야기는 간간히 웃음을 섞어가며 계속되었지만 계속 걸어도 까페가 있을만한 곳은 아니다.

전철역을 지나서 다시 큰 횡단보도를 걷는다. 사무실로 가득한 대형빌딩 1층에 과자점이 하나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케잌과 쿠키를 파는 옆 비좁은 공간에 테이블이 보이고 바로 옆 아파트촌에서 쏟아져나온 듯한 아줌마들이 소리높여 이야기하고 있다. 남자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음료수 냉장고 앞에선 K를 돌아본다.

(K, 아무렇지도 않게) 뭐 마실래요?

코크와 병에 들은 커피를 재빨리 계산하고 다시 문을 밀치고 나섰다.

그 까페가 여기 아니었어요?

K는 대답대신 엉뚱한 소리를 한다.

파란불이예요, 뛰어요.

살짝 웃음을 띠고 방금 전에 지나온 공원으로 난 횡단보도를 향해 재빨리 뛰는 K와 영문 모르고 따라 뛰는 남자.

건너편에 도착하자마자 뭐 그리 급한지 가쁜 숨을 쌕쌕 몰아쉬며 말한다.

여기가요, - 제가 말한 까페예요.. 비가 오면-, 문을 닫아요. 비둘기도 있고,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오는 사람들도- 많구요, 벤치도 참 이쁘죠.





* 혹시 삼성역 근처에서 식사하셨을 때 으니의 제안 데이트 코스 :

(1) 먼저 음식점의 큰 창 바깥으로 비가 올지 안올지 하늘 색깔을 살짝 보세요.
(2) 비가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종합운동장쪽으로 난 탄천 다리를 건넙니다. 오른쪽으로 주차장과 물이 불은 옛날 운전면허시험장이 보일겁니다. 차가 지나다니는 왼쪽은 신경쓰지 마시고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이야기나누세요.
(3) 종합운동장역이 곧 나오면 그대로 직진합니다.
(4) 작은 길을 하나 건너면 오른쪽으로 아시아공원이 펼쳐집니다.
(5) 그러나, 아직 공원안으로 들어가실 때는 아니지요. 모른척 지나갑니다. 함께 계신 분은 오른쪽에 공원이 있는지 없는지 큰 신경을 쓰지 않으실거예요.
(6) 다시 큰 횡단보도를 하나 지나면 정면에 나폴레옹 과자점이 보입니다. 약간 비싸긴 하지만 맛있는 케잌과 쿠키를 하는 집입니다. 들어가셔서 작은 쿠키와 음료수 두 병을 사세요.
(7) 다시 나와서 길을 건넌 후 공원으로 들어갑니다. 곳곳에 있는 예쁜 벤치에 자리잡고 앉아 음료수를 뜯어 동행한 분에게 내밀어야겠죠.
(8) 그리고 나서.. 는 각자 알아서들 하세요. 그 다음도 제안해드려야합니까..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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