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한마리의 양

by bluejay posted Apr 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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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국에서 산지가 그럭저럭 꽤 오래되어 벌써 20년을 살았군요. 그러다보니 굉장히 둔감한 저도 미국적 사고방식에 대하여 쬐끔은 느끼게되고 한국에 자주 들락 거리던 시절도 있는지라 한국과 미국의 차이, 그리고 한국이 그동안 얼마나 빠르게 변해왔는지도 보게되었습니다.

서로 다른시각에서 보면 같은일도 전혀 다르게 보일수있고 때로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때도 있습니다. 군에 있을때 (물론 ROK Army) 한국에와서 군복무를 하던 재일교포가 있었는데, 생각은 어느나라 말로 하는가 물었더니 "양쪽 다"라며 때로는 한국어로 생각하면 답이 안나오던 것이 일본어로 생각하면 답이 나오거나 그 반대로 생각하면 그럴 때가 있다고 하더군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는가를 말하자는게 아니고... 요즘 체벌 문제에대한 논쟁이 뜨거운데 과연 미국식 사고로보면 어떻게 볼까를 어줍잖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고 제가 미국적인것이 무조건 좋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사고의 지평을 넓혀볼 수는 있겠지요.

저를 포함한 한국인은 뼈속까지 깊이 유교적 전통에 젖어있듯이 미국인과 미국사회는 누가 뭐래도 기독교적 전통이 깊이 스며있습니다. 그중에도 자주 느끼는 것이 바로 99마리의 양을 놔두고 한마리의 길잃은 양을 찾는 목자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것이 미국식 개인주의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법을보면 참 웃긴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범법자 하나를 때려잡지 못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게 놔두기도하고 쓰레기같은 손해배상 소송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전혀 엉뚱한 사람이 바가지를 쓰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미국의 법은 "99명의 범법자가 법망을 빠져나간다 하여도 단 한사람이라도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주의입니다. 한국은 반대로 "99명의 무고한 사람이 누명을 쓰더라도 한놈의 범인을 잡기위해 100명을 때려잡자"는 일벌백계주의 인데에 반하여... (아, 저 법에 대하여 전혀 문외한인데, 전문가 앞에서 이러다 혼날까봐 겁나는군요.)

그래서 미국법은 무고한 피해자를 막기위한 장치가 아주 잘되어 있습니다. 또 한가지, 예를들면 Deep Pocket 법이라는게 있습니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일차적으로 피해보상 책임은 운전자가 지게되지만 "배째!"하고 자빠지면 차의 소유주, 차가 리스인 경우 리스은행까지 줄줄이 관련된 자 중 주머니가 깊은(돈이 있는) 자가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그 운전자의 잘못에 아무 책임이 없어도 말입니다. 이것은 "누구 잘못인가는 상관없다. 다만 누군가는 억울한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줘야할거 아니냐?" 라는 말입니다.

교육에서의 체벌에 대하여 미국인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에도 옛날에는 체벌이 심했다지만 지금은 뭐, 물으나 마나지요. 그냥 제가 넘겨짚기에, 앞서말한 기준으로 보면, "체벌이 좋을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러나 체벌로 인하여 인격의 황폐까지 갈수있는 피해자는 분명히 생길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금지해야한다. 땅!땅!땅!" 이렇게 아주 간단히 답할 것입니다.

99명의 어린이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도 좋지만 그걸 위해서 한 아이를 굶겨 죽일수 있을까요? 99명의 행복을 위하여 1명은 희생시켜도 될까요? 동양적인 사고방식은 그렇다고 답할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근래 서양넘들이 자기들에게 부족한 동양의 그런 전체(가족, 사회)를 우선하는 의식을 부러워 하기도 합니다. 어느쪽이 옳은지 그 답은 저도 모릅니다. 당연히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요. (제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하지마세요. ㅡㅡ)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의 사고가 놀랄만큼 많이 변했고 또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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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낙장불입을 원칙으로 합니다만 누군가에게 논쟁이 아닌 누를 끼치거나 불쾌감을 주는 경우는 예외로 합니다. 이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삭제합니다. 역시 정치와 종교문제는 예민하네요...
...

하여간 요즘 저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뿌듯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게 느껴진 때는... 현대자동차 미국에 들어올 때, (미국에 자동차를 팔수있는 나라는 손으로 꼽습니다) 월드컵 할 때, 그리고 지난번과 이번 선거 때 랍니다. 정말 대한민국 국민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그 전체로서 슬기롭습니다.
(정치인들 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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