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날 수 있는 날은 행복하다.
외로운 포구가 있는 마을, 외포리라는 이름은 정겹다.
7명의 벗들과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소리를 본다는 볼음도(내 친구 박진화의 해석)로 떠났다.
소나기가 내려 일렁이는 바다는 춤을 추는듯했다.
볼음도에는 세상에 물들지 않은 나의 순박한 아우들, 오형단, 박정훈님이 살고 있다.
나를 보고 싶어 초청했는데 핑게는 배추를 심어달라는 것이었다.
풍물시장에서 배추모 천여포기를 사서 가져가 열명이 두어 시간 울력을 해 배추를 심었다.
난생 처음 배추를 심어보는 나는 신기하고 재미있어 연신 깔갈대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배추 천포기를 수확하면 통상 한포기에 천원쯤 한다니 대충 그 수입이 짐작이 간다.
그나마 풍년이 들어 배추값이 폭락하면 갈아 업기도 한다니 이 시대에 농민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나는 성자라도 뵙는듯 형단 아우를 바라보았다.
주머니는 비어 있어도 늘 웃으며 틈만 나면 나에게 시를 읊어주는 우리 아우.
논농사 밭농사를 하러 볼음도에 온 김정택 목사님과
볼음도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거기서 그림을 그리려는 박진화 화가도 합류해
나들길민박 집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이 집 부부는 우리와 잘 아는 사이라 무슨 반찬이든 더 주려고 하신다.
음식점에 가도 이렇게 주인이 반겨주고 정을 표하면 음식맛도 좋고 살맛이 난다.
장사하는 이도 정이 있으면 남이 아니고 이웃이다.
전에 이 집에 갑자기 들려 음식을 주문하니 식재료가 없어 해줄 수 없다해
라면이라도 끌여달라 하니 식사비를 받지 않고 그냥 가라 했다.
나는 이 마음이 너무 고마와 볼음도에 오면
일부러라도 이 집에 들려 안부를 묻는다.
형단,정훈 아우가 바다에 나가 상합 조개도 잡고 망둥어와 숭어도 잡자고 해
해변에서 트랙터를 개조한 정훈씨 차를 타고 갯벌을 7-8키로 달려 바닷가로 왔다.
처음 볼음도에 왔을 때 나는 여기 갯벌의 크기를 보고 너무 놀랬고
밤 열두시에 이 갯벌 끝에서 하늘의 별들을 보고 우주와 인생의 신비에 경탄했었다.
볼음도는 이 갯벌 하나만 지켜도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다.
그레(아마 끈다는 의미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라는 기구를 허리에 매고 갯벌을 끄니
상합이 걸릴 때 마다 짜릿짜릿 신호가 온다.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나도 20여분만에 십여마리를 잡았다.
내가 제일 큰 상합을 잡았다고 기념 사진까지 찍어주었다.
아마 황홀하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전에 왔을 땐 허리까지 바다 속에 담그고 망둥이 낚시를 했는데 오늘은 바람새가
아니란다. 숭어도 좀 깊이 들어가야 잡을 수 있다해 아쉽지만 나는
바닷물 속에 들어가 어린애처럼 놀았다.
멀리 바다와 하늘이 말 그대로 닿아 있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이고 바다 속에서 놀고 있는 나도 그들과 하나이다.
온 세상을 떠돌다 온 파도가 섬에 닿을 때 그 느낌이 어떠할까?
외로운 섬이 언제나 그리움 속에서 파도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들의 부딪침은 얼마나
절절했을까?
단 한순간 부딪친 후 기약없이 헤어질 파도를 생각하며
나는 문득 어린 시절 코스모스 길에서 마주쳤던 긴머리 소녀가 떠올랐다.
저녁은 형단 아우집에 정훈씨 부부를 초대해 우리가 준비한 닭요리와 상합 요리를 들고
막걸리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었다. 정훈씨 부부는 자녀 교육이 걱정이 되
여러 이웃들의 조언을 구했고, 우리는 밤 늦도록 교육 이야기를 했다.
고1인 아들 성준이는 대안학교인 강화의 산마을고에 다니고
(산마을고 야학 시간에 나는 그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중3인 딸 유진이는 석모도에서 학교를 다닌다.
볼음도에 학생이 없어 할 수 없이 다른 섬으로 유학을 보낸 셈이다.
가난한 살림에 교육비도 적지 않게 든다해 마음이 아팠다.
이런 경우 나라에서 다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 교육청에 민원이라도 넣야 할른지--
모기가 많고 잠꼬대 하는 이가 있어 나는 박진화님이 얻어 놓은 집에 혼자 가서 잠을 잤다.
가을 풀벌레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밤새 풀벌레의 가을음악회에 참석 했다가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생각하면 인생은 너무도 신비하고 아름답다.
박진화는 어찌 이 시골 섬에 홀로 와 그림을 그리려는 것인가?
그가 홀로 지낸 방의 체취를 느끼며 그의 친구인 것이 고마왔다.
아침에 오려는데 정훈씨가 젖갈 몇개를 가져왔다.
돈을 주려는데 한사코 받지 않으려한다.
머리 속에 정밀한 계산기가 들어있는 우리는 막무가내로 정을 베푸는 정훈 형단 아우가
부담스럽다.
아이고, 어찌 세상에 아직도 이런 이들이 살고 있단 말인가?
사람은 문명화 되고 교육받을수록 약아지고
도시에서 문명에서 멀수록 순박한 것인가?
교육 많이 받고 잘난 사람일수록 자기 이익에 철저하고
오직 피땀 흘린 노동이외에는 살길이 없는 이 두 농부는 어찌 이리
어리석을 정도로 정이 많고 순박하단 말인가?
과연 누가 잘 살고 있는 것이고 누가 사람다운 사람인가?
그저 부끄러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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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강화도분이 가끔 배타고
외포리에서 볼음도로 가시는데
동네카페서 글을 읽고 퍼왔어요...
-
헐 바쁘신분이 이런 사소한 글까지 읽으셨네요..
우리동네 바닷가에서 매일 아침 어부들이 잡아오는 농어를
잡자마자 사서 농어지리로 맑게 소금과 무우넣고 끊여먹는 재미....넘 좋아요.
거의 매일 한두마리씩 잡더라고요...작은배 가진 어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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