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11 23:19
채소 집사람의 페르난데스 연주회 감상문 (보고 웃지는 마세요...)
(*.85.173.130) 조회 수 4138 댓글 5
'에드왈도 페르난데즈'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목소리로 기타를 연주하는 새. 아닌 사람.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조금은 벗겨진 시원한 이마에 짙은 눈섭을 하고 가는금테 안경을 내려쓴, 좀은 무서워보이는 얼굴이다.
연주할 때 마다 안경이 큰지 저절로 흘러내린다.
위아래 검은색의 옷을 입고 양말과 구두까지 검정으로 통일한 완전 블랙신사다.
이것의 그의 연주할때의 모습이다. 혼자 홀에서도 꽉 찬듯한 느낌을 주는 연주자다.
그의 시선은 높은 곳을 주시하고 관중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기타를 잡고 그가 연주를 하기 시작한다.
그는 악보없이 연주하는게 더 잘 어울린다.
진정으로 깊게 몰입할 수 있으니까....
손가락이 줄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기타코드를 잡은 왼손보다 오른손의 튜닝손이 더 매력적이다.
가볍게 날아올라 줄을 튕기고 달아나는 식의 기법이..
물위로 튀어오르는 물방울들의 춤사위같다.
엄지손가락이 튕겨주고 나머지 손가락이 발레를 하듯 가볍게 뛰어 오른다.
순식간에 무대는 고요한 전경으로 바뀐다.
무용수들이 나타나 뒤에서 춤을 추고 속삭이듯 팔랑거리며 소리없이 날아다닌다.
어느덧 나비가 등장하고 꽃들이 춤을 추고 시냇물 소리가 들리고
솜털같이 하얀 구름이 흩어졌다 모이면서, 세상은 어느덧 향기롭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버렸다.
저것이 과연 지상일까. 의심이 갈 정도다.
그는 천성에서 꿈을 꾸고 있었다.
그곳에서 본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즈막히 속삭이듯이 다가와 귀를 간지럽히고 가슴에 내려앉아 꽃을 꽂고 달아난다.
엄마품에서 아기가 새근새근 잠을 자듯이.
너무도 평온한 세계다.
그의 두눈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그렇게 오래도록 놀고 있었다.
갑자기 깜짝놀라 깨보니 그가 오른손으로 기타몸판을 두들기고 있었다.
기타줄을 세게 그냥 때려보기도 하고,
그러면서서도 그 고요와 정적을 흐트러 뜨리지 않았다.
정말 신통했다.
나도 눈을 감았다. 정말 어느 하프가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기타같았다.
하프가 울다갈 것 같은 목소리다.
그의 기타에는 너무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리듬이 숨쉬고 있었다.
그것은 그와함께 감미롭게 녹아나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인간이 저토록 아름다운 악기와 한몸이 되어 연주를 하다니,
눈을 깜박이질 못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도 그 열정을 식히질 못했다.
태어나서 저런 연주가의 음악을 듣는것도 복이였다.
내옆에서 열심히 비빔박수를 치는 내짝도
그의 가슴에서도 오늘의 이 연주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나와 함께한 이순간을 말이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에 환한 미소는 아니지만
좀은 쑥스럽다는 듯 나름대로의 화답이 담긴 미소로 인사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운 기타연주와 함께 또한 오래도록 우리곁에 남을 것이다.
하프보다 더 감미로운 자장가로 말이다.
속삭이듯이 다가와 말하겠지.
아름다운 여름향기로.
음...
그의 목소리를(연주) 듣지 못한 사람도 그의 연주를 듣고나면
그 순간 힘들었던 모든 것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며.
잠못드는 여름밤 페르난데스의 키타연주를 들어보자.
2003. 8. 10
페르난데즈의 기타 연주를 갔다와서
채소 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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