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왜 9단까지?
바둑은 왜 9단까지 있을까요?
[SOH] 바둑은 중국의 4대 전통예술로 불리는 ‘금(琴, 거문고), 기(棋, 바둑), 서(書, 서법), 화(畵, 그림)’ 중 하나입니다.
천변만화하는 특성과 고유의 오락성을 지닌 까닭에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바둑의 유래에 대해선 요(堯) 임금이 어리석은 아들 단주(丹朱)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그렇다면 바둑 기사의 수준을 9단으로 평가하는 것은 왜일까요?
바둑은 춘추전국시대부터 널리 알려졌으며 가장 성행했던 때는 위진(魏晉) 시기로서 도가 사상의 전성기로 9라는 숫자를 중시했던 때입니다. 그로 인해 관리의 등급뿐 아니라 선비, 심지어 도교의 신선들마저도 9품으로 나눌 정도였습니다.
당나라 말의 도사 두광정(杜光庭)이 저술한 용성집선록(墉城集仙錄)에서는 '인간세상에서 하늘에 올라가 신선이 되는 데는 무릇 9품이 있다. 제1품은 상선(上仙), 둘째는 차선(次仙),셋째는 태상진인(太上眞人),넷째는 비천진인(飛天眞人),다섯째는 영선(靈仙),여섯째는 진인(眞人),일곱째는 영인(靈人),여덟째는 비선(飛仙),아홉째는 선인(仙人)이라 한다'라고 기록했습니다.
위진시대 이후 인품(人品)과 관품(官品)을 9개로 나누는 ‘구품제’ 사상은 문화와 예술분야까지 영향을 끼쳐 이때부터 바둑도 9개 등급으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바둑 분야에서 9품을 설명한 저서로는 북송 장의(張擬)가 지은 기경품격편(棋經品格篇)이 있으며 이후 명나라 때 허중야(許仲冶)는 석실선기(石室仙機)에서 바둑의 품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먼저 1품인 입신(入神, 9단)이란 바로 변화를 예측할 수 있고 정의로운 뜻이 신의 경지에 들어간 것이다. 바둑을 두지 않고도 사람을 굴복시킬 수 있는 정도라 대적할 사람이 없는 상상(上上)에 해당한다.
2품 좌조(坐照, 8단)란 절반은 신의 경지에 들어가 애쓰지 않아도 적중하고 생각하지 않아도 얻으며 지극히 텅 빈 것 같아도 잘 응하는 본령을 갖추고 있으니 상중(上中)에 해당한다.
3품 구체(具體, 7단)란 입신의 경지에 들기 직전으로 대국에 임함에 모양이 이뤄지기만 하면 바로 깨닫는다. 입신의 체(體)를 갖추긴 했으나 아직 미미한 자를 말하며 상하(上下)에 해당한다.
4품 통유(通幽, 6단)란 바둑의 그윽한 경지에 도달해 임기응변에 능통한 것을 말하며 중상(中上)에 해당한다.
5품 용지(用智, 5단)란 통유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전투에 임하면 지혜를 쓸 줄 아는 단계를 가리키며 중중(中中)에 해당한다.
6품 소교(小巧, 4단)란 멀리 내다보지는 못하지만 소박하게나마 기교를 부릴 수 있는 단계로 중하(中下)에 해당한다.
7품 투력(鬪力, 3단)이란 지혜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싸워야 할 상황에서는 싸울 수 있는 단계로 하상(下上)에 해당한다.
8품 약우(若愚, 2단)란 바둑의 이치에 어두워 일견 어리석어 보이는 단계로 기본기만을 갖춘 수준을 말한다. 하중(下中)이다.
9품 수졸(守拙, 1단)이란 공격과 수비를 모르고 그저 제 한 몸만 겨우 지킬 수 있는 단계를 말하며 하하(下下)에 해당한다.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바둑기사의 등급을 초단부터 9단까지 나누고 있는데 고대와는 달리 1단이 가장 낮은 단계이고 9단이 가장 높은 단계입니다.
아직도 대만에서는 ‘단’ 대신 ‘품’을 사용하며 우리의 초단을 9품이라고 하고 9단을 1품이라 하여 전통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바둑 애호가들 중에는 혹 일본에는 10단이 있지 않은가?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일본의 10단은 산케이신문이 주최하는 기전(棋戰)의 이름에 불과할 뿐 실제 바둑기사의 등급은 아닙니다.
임영철(동아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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