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26 19:04
interval - tension - 삶
(*.88.39.151) 조회 수 5871 댓글 5
달과 지구사이에
도와 미와 솔 사이에
1과 2사이에
그리고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것, 거리.
너무 가까이에 있는 두 음이 동시에 울리면 불협화음이 된다.
너무 멀리 있는 음이 동시에 울리면 무의미해진다.
음과 음 사이의 인터벌이 적당해야
비로소 듣기 좋은 화음이 되는것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너와 나사이의 인터벌을 지키지 않으면 불협화음이 되고 만다.
내가 여러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유지하는 거리에 따라
그것이 장조화음이될지, 단조화음이될지, 텐션화음이될지, 불협화음이될지가 결정된다.
인생은 그런 화음들이 톱니바퀴처럼 물려서 진행되는 하나의 악곡같은것이다.
음표들, 즉 나와 관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시끄러운 인생이 될것이고
적으면 적을수록 조용한곡이 될것이다.
음표들은 또 각기 나름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스타카토, 꾸밈음, 8분음표, 4분음표, 온음표..
그러나 그 어떤음도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울리고 있을수는 없다.
처해진 상황마다 어울리는 화음이라는것이 있다.
오래된 친구들과
거래처 사람들과
가족들과
학교친구와
기타매냐칭구와
또다른 취미로 만난 사람들과
성당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 모든 관계에 있어 가장 적절한 인터벌과 화음구성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이 인생이라는 기나긴 곡은 항상 작곡된대로만 연주되지 않는다.
아니, 이 곡은 곡 전체가 임프로바이제이션이다.
유년기에는 엄마아빠가 정해준 조에서 가장 간단한 화음만을 가지고 연주한다.
청소년기에는 자신의 색깔을 가진 조를 찾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 연주된곡은
불협화음이 잦고 쇤베르크의 무조음악같이 불안하고 긴장으로 충만되어 있다.
그러다 남자나이 스물 다섯즘 되면, 대략 곡의 장르와 조성과 분위기가 정해지게 된다.
사랑을 한다는것은 어떤사람과 필요이상으로 가까워진다는것이고
2도음정의 음이 동시에 울리는것과 같다.
그것이 음악에 활력을 주는 텐션음이될지, 불협음이 될지는
그 주위를 둘러싼 음표들에 의해 결정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음악은 복잡해지고, 화음들은 두꺼워지게 된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처럼.. 말러의 교향곡처럼..
바야흐로 이 곡의 절정이자 주제부분이 시작된다.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늙게되면 더이상 새로운 관계는 점점 없어진다.
이제는 반복이다. 변주다. 차분하고 정제된 차가운 푸가와 카논처럼..
그러다가 음표는 점점 적어지게 된다. 하나둘씩..
오직 내 스스로 내는 음만 남을때까지.
그것은 종지음이고
기나긴 곡의 끝이며
곧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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