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08 01:44
[이탈리아이야기] #0. 프롤로그
(*.149.49.196) 조회 수 3638 댓글 4
고등학교 때 독일어 선생님은 십년전에 크라이슬러 스트라투스-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를 몰고 다니는 멋쟁이(?)였는데 특히 부친께서 외교관이라서 외국생활을 오래 한 것으로 아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분리전철도 괴상한 시제도 머리아퍼지는 독어시간, 그 때만해도 생소했던 체코나 헝가리같은 동유럽 이야기를 해주시면 우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좋아했다. 항상 즐거운 이야기끝에 마무리하시는 말씀은 이것이었다.
"여러분들도 나중에 시간나면 체코(여행)가세요."
우리는 푸하하하 하고 웃었다. 수업 끝난 후에 모두 모여 한마디씩들 했다. 시간 없어서 못가냐? 시간은 남아도는데 돈이 없어서 못가지!! 하고 하면서 선생님을 부러워하면서도 살짝 질투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여행을 떠나는데 가장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예전처럼 간단히 대답할 수 있지 않다. 물론, 적지 않은 액수의 여행경비가 부담이 될 것이다. 아마도 가장 큰 부담이 아닐까? 그러나 일단 소비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악착같이 줄이고 모으고 벌고 해서 경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담에 사실상 가장 큰 문제는 정말로 시간이다.
아니, 어쩌면 가장 큰 문제가 시간일지 모른다. 특히 긴 시간의 여행의 경우.. 여행은 우리가 가지는 시공간적 한계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즉 한국에서 그 이전에 하고 있던 일들을 그대로 하면서 동시에 이탈리아에서 미켈란젤로를 감상할 순 없는 노릇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
결국, 시간나면 가보란 말은.. 한시간에 한번씩 울려대는 핸드폰과 크고 작은 역할, 이런 저런 관계를 과감히 잠시 놓아두고 말그대로 "시간"을 나게 할 수 있다면 가보라는 말씀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새삼 생각해본다.
나의 이탈리아 여행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가운데서 진행되었다. 경비를 마련하게 위해 과도하게 일을 했다. 어머니도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셨고, 해야할 일과 맡겨진 역할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했고, 씩씩하게 "왔노라, 보았노라, 적었노--;;라"를 외칠 수 있었다.
사실은 살짝 우울한 여행이었다. 살짝.. 이 아니라 많이 우울했다. 여행지에 가서 그곳의 것들을 보고 느끼는 것이 여행 안에서 얻는 기쁨이라면, 이번에 내가 보고 듣고 배운 것은 오히려 여행의 바깥에서 배운 것이었다. 함께 간 일행들, 일이 진행되어가는 모습, 어떠한 갈등상황에 면했을 때 나타난 각각의 다른 해법, 우울한 상황에서 처신하는 나의 모습..
그렇다고 지금도 우울한 것은 아니다. 이번 여행에서 그리스 여행때와 마찬가지로 몇몇가지를 인상깊게 느꼈고 그것을 보고 느낀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무리한 노력은 보상받고도 남음이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안팍으로 많이 느낀 여행.. 그 중 몇가지만을 간추려 이곳 게시판에 올렸으면 한다. 그리스 여행기가 서버다운으로 지워진 것이 마음아프다. 무슨 내용인지 어렴풋이만 기억나고.. 대부분 나의 글들은 흔적이 없다. 아마도 내게 주는 중화제이겠지. 그래도 현재만큼 소중한 것은 없으니까, 지금 기록한 것이 앞으로 오래도록 남아있는다는 사실보다, 내가 느끼고 얻은 것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소중하니까.. 용기내어 적어보려고 한다.
메냐칭구분들께 변명 몇마디 드린다. 이탈리아는 물가가 비싸서 인터넷 30분 접속에 5유로를 내라고 했다. 그나마도 되는 호텔이 흔치 않다. 20분동안 메냐 내려받고 그나마 10분동안 열심히 썼다. 전송누르는데 에러나서 제한시간 마감되기 전에 인사라도 쓴다는 것이 영어가 짧다보니 I'm OK, You OK? 의 건방진 인사였다. 그 다음에 또 접속했을 때는.. 역시 시간이 부족해서 전에 그 말까지 쓰고 접속이 끊겼나.. 인사만 했나.. 헛갈려서 쓴말을 또 쓰고 말았다. 잠시나마 모든 관계와 인연을 두고 갔다고 생각했지만 메냐는 맘 한켠에서 늘 꼬물꼬물하는 나의 강아지였던 것이다..
"여러분들도 나중에 시간나면 체코(여행)가세요."
우리는 푸하하하 하고 웃었다. 수업 끝난 후에 모두 모여 한마디씩들 했다. 시간 없어서 못가냐? 시간은 남아도는데 돈이 없어서 못가지!! 하고 하면서 선생님을 부러워하면서도 살짝 질투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여행을 떠나는데 가장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예전처럼 간단히 대답할 수 있지 않다. 물론, 적지 않은 액수의 여행경비가 부담이 될 것이다. 아마도 가장 큰 부담이 아닐까? 그러나 일단 소비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악착같이 줄이고 모으고 벌고 해서 경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담에 사실상 가장 큰 문제는 정말로 시간이다.
아니, 어쩌면 가장 큰 문제가 시간일지 모른다. 특히 긴 시간의 여행의 경우.. 여행은 우리가 가지는 시공간적 한계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즉 한국에서 그 이전에 하고 있던 일들을 그대로 하면서 동시에 이탈리아에서 미켈란젤로를 감상할 순 없는 노릇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
결국, 시간나면 가보란 말은.. 한시간에 한번씩 울려대는 핸드폰과 크고 작은 역할, 이런 저런 관계를 과감히 잠시 놓아두고 말그대로 "시간"을 나게 할 수 있다면 가보라는 말씀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새삼 생각해본다.
나의 이탈리아 여행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가운데서 진행되었다. 경비를 마련하게 위해 과도하게 일을 했다. 어머니도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셨고, 해야할 일과 맡겨진 역할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했고, 씩씩하게 "왔노라, 보았노라, 적었노--;;라"를 외칠 수 있었다.
사실은 살짝 우울한 여행이었다. 살짝.. 이 아니라 많이 우울했다. 여행지에 가서 그곳의 것들을 보고 느끼는 것이 여행 안에서 얻는 기쁨이라면, 이번에 내가 보고 듣고 배운 것은 오히려 여행의 바깥에서 배운 것이었다. 함께 간 일행들, 일이 진행되어가는 모습, 어떠한 갈등상황에 면했을 때 나타난 각각의 다른 해법, 우울한 상황에서 처신하는 나의 모습..
그렇다고 지금도 우울한 것은 아니다. 이번 여행에서 그리스 여행때와 마찬가지로 몇몇가지를 인상깊게 느꼈고 그것을 보고 느낀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무리한 노력은 보상받고도 남음이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안팍으로 많이 느낀 여행.. 그 중 몇가지만을 간추려 이곳 게시판에 올렸으면 한다. 그리스 여행기가 서버다운으로 지워진 것이 마음아프다. 무슨 내용인지 어렴풋이만 기억나고.. 대부분 나의 글들은 흔적이 없다. 아마도 내게 주는 중화제이겠지. 그래도 현재만큼 소중한 것은 없으니까, 지금 기록한 것이 앞으로 오래도록 남아있는다는 사실보다, 내가 느끼고 얻은 것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소중하니까.. 용기내어 적어보려고 한다.
메냐칭구분들께 변명 몇마디 드린다. 이탈리아는 물가가 비싸서 인터넷 30분 접속에 5유로를 내라고 했다. 그나마도 되는 호텔이 흔치 않다. 20분동안 메냐 내려받고 그나마 10분동안 열심히 썼다. 전송누르는데 에러나서 제한시간 마감되기 전에 인사라도 쓴다는 것이 영어가 짧다보니 I'm OK, You OK? 의 건방진 인사였다. 그 다음에 또 접속했을 때는.. 역시 시간이 부족해서 전에 그 말까지 쓰고 접속이 끊겼나.. 인사만 했나.. 헛갈려서 쓴말을 또 쓰고 말았다. 잠시나마 모든 관계와 인연을 두고 갔다고 생각했지만 메냐는 맘 한켠에서 늘 꼬물꼬물하는 나의 강아지였던 것이다..
-
녹음하시는 문병준님.
Date2003.08.12 By수 Views3491 -
진성님!!
Date2003.08.12 By으니 Views4341 -
lately
Date2003.08.12 By..... Views3596 -
[re] lately
Date2003.08.12 By스티비 Views3389 -
[re] lately
Date2003.08.12 By원더 Views3196 -
채소 집사람의 페르난데스 연주회 감상문 (보고 웃지는 마세요...)
Date2003.08.11 By채소 Views4307 -
오! 이렇게 아름다운걸~~ *.*
Date2003.08.11 By신동훈=eveNam Views4074 -
낙서...
Date2003.08.09 By마뇨 Views3757 -
최고의 까페
Date2003.08.08 By으니 Views3928 -
[이탈리아이야기] #0. 프롤로그
Date2003.08.08 By으니 Views3638 -
순수의 전조
Date2003.08.07 By블레이크 Views4223 -
사는게 뭔지? 부질없는짓(?)일까요?
Date2003.08.08 By영서부 Views4010 -
프로그래머의 주기도문
Date2003.08.06 By신동훈=eveNam Views3575 -
낙서...
Date2003.08.05 By마뇨 Views3362 -
최고의 운지
Date2003.08.05 By천지대야망 Views3837 -
클릭 하는 순간... 당황들 하지 마시고!
Date2003.08.05 By신동훈=eveNam Views5176 -
정회장의 죽음....넘 슬포...
Date2003.08.05 By수 Views4082 -
오늘 차차님 에메센 로긴 횟수.... ㅡㅡ;
Date2003.08.04 By신동훈=eveNam Views3924 -
슈니바이스 연주에 대한 궁금증...
Date2003.08.03 By맘존행인 Views4065 -
얼마전
Date2003.08.01 By대중 Views3771 -
GM대우
Date2003.07.31 By천지대야망 Views3566 -
아직도 의문스런 한마디...
Date2003.07.31 By신동훈=eveNam Views3710 -
포스 수련
Date2003.07.31 By매스터요다 Views3364 -
3살 짜리 조카를 보면...
Date2003.07.31 Bypepe Views4067 -
카르카시 토론..
Date2003.07.30 By........ Views3647 -
[re] 토론은 토론 게시판에서...^^
Date2003.07.31 Bypepe Views3946 -
[re] 토론..
Date2003.07.31 By........ Views3584 -
가슴이 터질듯이 무엇가를 하면...
Date2003.07.29 By천지대야망 Views3477 -
바보 같은 하루....
Date2003.07.29 By신동훈=eveNam Views4036 -
재즈캐빈에서 오프모임 사진
Date2003.07.28 By재즈캐빈 Views4004 -
아침이 밝아오네요...
Date2003.07.25 By마뇨 Views3737 -
그냥요...영화 Contact를 보면...
Date2003.07.24 By세곱이야 Views3540 -
요즘은 정말...
Date2003.07.24 By알파 Views3476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에 대한 보고서... [펌글]
Date2003.07.23 By마뇨 Views4348 -
엽기발랄 피아노 연주
Date2003.07.23 By과객 Views4770 -
바보....
Date2003.07.22 By호빵맨 Views3374 -
루즈벨트 " 영 부인의 글...
Date2003.07.22 By영부인 Views3431 -
극악의 성격유형 테스트
Date2003.07.22 By토토 Views3810 -
C + D...
Date2003.07.21 By신동훈=eveNam Views5834 -
평범함에서 기예로의 승화...!!!
Date2003.07.21 By무사시 Views3626 -
페러디
Date2003.07.21 By무사시 Views4073 -
.
Date2003.07.21 By진성 Views3995 -
[re]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Date2003.07.21 By으니 Views4537 -
어제 구로에서는...
Date2003.07.20 Bypepe Views5598 -
요새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연주(?)는...
Date2003.07.20 By마뇨 Views3373 -
예술가
Date2003.07.19 ByiBach Views5697 -
[오늘벙개]약속 시간과 장소는여...^^
Date2003.07.19 Bypepe Views3155 -
자자~ 홍보 들어갑니다! ^o^
Date2003.07.19 By신동훈=EveNam Views3988 -
낙서...
Date2003.07.18 By마뇨 Views2980 -
메트릭스 탁구
Date2003.07.18 Byseneka Views5206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