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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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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봄베이에서 - (1988∼1989)

기내에 들어서자 익숙한 답답함이 훅 가슴을 죄어들었다.

어릴 때 비좁은 하수구에 잠시 갇혔던 일 이후로 줄곧 나를 괴롭혀오던

폐소공포증도 이제는 무던하게 잦아들었다.

비행기를 한두 번 탄 것이 아니라 나는 담담하게 창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88 올림픽이 열리던 해 정초에 나는 인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라크에서 귀국한지 3개월 만의 해외 장기출장이었다.

 

 

 

1. 타워크레인 전복사고 :

벌크하역시설(Bulk Handling Facility)이란 봄베이 외항에 새로 건설하는 부두에

미포장 재료를 하역 및 출하하는 초현대식 시설공사이다.

현대에서는 편의상 벌크하역시설로 불렀다.

내가 인도로 가게 된 이유는, 공사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 전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공사규모는 우선 해안에서 수심이 깊은 바다로 1km 정도 나가서, 벌크선 3척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 시설을 철 구조로 세운다.

부두에는 미포장 재료(Bulk)를 퍼 올리기 위해 바켓이 달린 컨베이어를 가동하는

3대의 골리앗 크레인(Golíath crane)́을 설치한다.

이어서 부두로부터 신축 중인 벌크하역 역사까지 2km정도의 터널식 구조물을

세우고 그 안에 3열의 컨베이어를 설치하여 연결한다.

3개소의 벌크하역 역사는 철도의 종착역사로, 곡물, 비료와 유황의 하역장을

각각 반원형의 지붕으로 덮은 형태의 구조물이다.

3종의 재료는 컨베이어 터널을 통해 3개소의 자동포장 공장으로 보내서 40kg들이

포대로 각각 포장한다.

포대는 다시 역사로 보내져 화차에 상차시키는 대규모 시설공사이다.

모든 재료의 운반 중에 절대로 비를 맞으면 안 된다.

공사가 완공되면 어마어마한 양의 곡물, 비료, 유황을 부두하역에서 시작하여

화차의 상차에 이르기까지 몇 킬로미터에 걸쳐서 완전자동으로 하역하거나

출하하는 시설이 된다.

말하자면 길고도 거대한 무인 로봇시스템인 벌크하역시설(Bulk Handling Facility)이란

공룡이 태어나게 된다.

이론상 중앙제어실 외에는 작업원이 전혀 필요 없는 로봇시스템이 왜 인도에

필요한지는 아직도 의문스럽다.

종착역사에는 길이 300m나 되는 반원형의 철골 지붕틀을 설치해야 되므로

20m의 광폭 레일 위를 이동하는 타워 크레인도 초대형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 타워 크레인을 조립 중에 성능이 부족한 크레인으로 타워 크레인의

붐을 들어 올리다가 함께 전복된 것이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나는 주재 중역으로서 인도로 출장가게 되었다.

도착한 현장의 모습은 한 마디로 가관이었다.

타워크레인이 무너진 역사구조물은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이번 사업은 독일이 기계 설비를, 핀란드는 로봇시스템을 납품하는 컨소시엄

공사였다.

현대 측에서는 부두시설, 기계조립과 건축 시공을 맡고 있었다.

그래서 독일과 핀란드 업체에서는 공사의 지연은 완전히 현대건설의 책임이라고

주장하였다.

본사도 어지간히 이 일로 골치가 아파 나를 인도로 내보낸 것이다.

공사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데 2주간이 흘렀다.

나는 장비 현황과 추가 장비 계획을 세밀하게 검토하였다.

지연을 만회하려면 대형 크레인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본부장도 이 문제를 해결 짓고자 현장으로 날라 왔다.

본부장은 내가 추가 장비계획을 설명하자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그러니까 대형 크레인 30대가 추가로 더 필요하다는 말이죠, 최 이사?”

“네, 그렇습니다.”

본부장도 당황하였을 것이므로 현장이 직면한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현대 건설에서는 각종 구조물 공사를 현지 협력업체에게 내어줄 때,

모든 공사용 중장비를 지입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그들에게 없는 타워 크레인만은 현대건설에서 제공하기로 되었다.

현지 업체가 이 타워 크레인을 조립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늦어지니 중장비를 더 들여오라고 하면 무조건

이 나라에는 동원할만한 장비가 없다고 버텨온 모양이었다.

그 말을 소장이 단순히 곧이들었던 것이다.

내가 직접 전국을 수배해보니, 전에 다른 공사를 위해 들여왔던 중장비들이

후속 공사가 없자 대부분 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보고서를 들여다보던 본부장이 물었다.

“이거 누가 작성했어요?”

“제가 직접 검토했습니다.”

“그대로 시행하세요. 하지만 인도에는 대형 장비가 없다고 하던데…….”

나는 말끝을 흐리는 본부장에게 내가 조사한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본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중장비 문제는 얼추 해결이 된 셈이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자금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였다.

나는 발주 청장을 찾아갔다.

발주청장은 여자였는데 당시 인도정부에서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실세로 알려져

있었다.

나는 최선의 자료를 들고 발주청장을 찾아갔다.

준비해간 공정만회 계획서를 제시하고 브리핑을 하였다.

현대건설이 대형 중장비를 무려 30대나 추가 투입하여 공사 기한을 반드시

맞출 계획임을 자신있게 피력하였다.

청장은 내가 브리핑을 하는 동안 바른 자세로 앉아 경청하고 있었다.

간혹 고개를 끄덕이며 내 설명을 주의 깊게 듣던 그녀는 브리핑을 마칠 무렵에는

밝은 표정이 되었다.

그녀 역시 타워 크레인의 전복 사고와 자국 업체의 무력함에 속만 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녀의 입지는 이번 사고가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였다.

이 공사는 대규모의 중요한 국책공사였으므로 아무리 청장이라 하더라도 제 때에

끝내지 못하면 책임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의 기색이 긍정적인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청장은 내가 보기에 담대하고 솔직한 여자였다.

나는 내 판단이 옳기를 바라면서 심호흡을 하고 그녀에게 내 입장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하였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순전히 제 개인의 계획입니다.

이런 무모한 계획은 우리 회사에서도 아무나 생각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따라서 저는 청장님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겠다고 약속해주셨으면 합니다.

저야 막말로 월급쟁이에 불과한 사람이므로, 청장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현대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가버리면 그만입니다.

그 다음의 결과가 어찌 될지는 청장님도 아마 아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녀는 다행히 내 말에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곰곰이 생각에 빠진 얼굴로 이어질 나의 말을 재촉하듯 바라보았다.

나는 약간 더 자신감이 붙어 말을 이었다.

“아시다시피, 모든 공사를 발주청에서 종용한대로 현지 업체에 맡긴 것입니다.

그들의 서투른 작업으로 인해 타워 크레인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지 업체는 지연만회 대책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부득이 제가 나서서 추가로 중장비를 동원하여 현지 업체를 도우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 ”

“추가 장비 투입에 들어갈 비용은 마련할 방도가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내 말에 청장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가져온 다른 서류를 내보였다.

“이 내용은 그동안 발주청의 요청에 따라 이것저것 소소한 변경이나 추가 작업을

기록해온 것입니다.

내용의 정확성은 추후 검토하더라도, 설계 변경을 인정해주시고 또 그에 따르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주시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그렇다면 저도 추가 장비를 들여와서 공사기간 내에 반드시 전 공사를 끝내

드리겠습니다.”

청장은 말이 없었다.

나는 "신중히 생각해주시리라 믿겠습니다"라는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며칠 후, 청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내용의 회신이 왔다.

벌크하역시설 공사 역시 푸른 불이 켜졌다는 신호였다.

 

 

      

2. 인도의 풍경 :

인도의 경치는 제법 볼 만하다. 크하역시설 공사현장의 중장비 동원문제는 단락

지었다.

주재중역은 현장 직원들의 복지와 사기향상도 신경을 써야 되었다.

공사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의 내에서 팀별로 주말을 이용하여 1박 여행기회를

마련했다.

인도에는 알다시피 유명한 고적들이 많아서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타지마할, 아잔타, 에롤라, 아마 대부분 관광지는 다 다녀본 듯하다. 이

런 관광지들도 좋았지만 특히 칼컷(Callcut)에 간 일이 기억에 남는다.

칼컷은 봄베이 남쪽에 있는 해변도시로 중국의 마카오처럼 포르투갈이 지배했던

항구였다.

해변에 놀러가는 셈치고 갔다가 누드비치가 있는 것을 보고 적이 놀랐다.

생각보다 개방적인 해변이었으나 벗어야만 입장이 허락되었다.


 

[내가 본 인도의 인상]

성직자, 무사, 상인과 천민의 4성 계급이 있다고는 하나, 이 4성 계급 밖에 있는

짐승과 같이 태생적으로 족보가 없는 인간이 부지기수인 나라다.

3개월간은 엄청난 폭우가 내리고 나머지 9개월간은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 나라.

영어가 공용어이며 과학자가 많은 나라이다.

불교가 없고 힌두교가 지배적인 나라이다.

영화산업이 미국보다 발달된 나라이고 영화배우 출신 장관이 많은 나라이다.

부자가 많은 나라이다.

배에 삼겹살이 있어야 미인대우를 받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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