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사실 죽음의 에로스란 불가능한 조어인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 로마제정시대의 스토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가

일찍이 설파한 것처럼,

삶을 전제로 한 에로스와 죽음이 어찌 조우할 수 있으련만....  



얼마전부터 성황리에 전시되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들은

이 두 개념으로 정리가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구스타프 말러, 쇤베르그, 바그너 그리고 프로이드와 동시대를 살았던 클림트는

그와 함께한 인물이 말해주듯,

세기적 전환기에 문화와 예술의 중심에 서서 격동기를 맞이했던

도시 비엔나가 탄생시킨 또 하나의 인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지식 체계나 정치체제와 마찬가지로 예술도

시대가 잉태한 개념의 틀 밖에서 서성이기란 어렵다.

그의 주요 작품들은 상징과 우의적 표현에 환상적인 장식이 더해지면서

더욱 당시의 전통적 표현방식이나 가치로부터 일탈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특히 여성의 누드화나 생명, 라이프 사이클을 다룬 작품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리비도 개념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점잔은 지식층으로부터 무자비한 비판을 받았던 프로이드와 마찬가지로

클림트 역시 고귀하고 우아한 명분 속에 감추어진

에로티시즘이라는 주제를 발가벗겨 드러내놓음으로써

당시 전통적 아카데미즘을 고수하고자했던  

보수 계층으로부터 엄청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19세기말, 결국 전통적인 예술 방향에 대항하여

본격적으로 빈 분리파를 탄생시킨 클림트는 1900년도에 들어서면서

빈 대학 강당의 천정 벽화를 의뢰받아 작업한 <철학>, <의학>, <법학>이

선정성과 도덕성 그리고 퇴폐성을 이유로 논쟁에 휘말리자 ,

이를 계기로, 물러서지 않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예술관을 정립하게 된 듯하다.

이성을 통한 철학으로도, 인간의 신체를 치유하는 의학으로도, 정의 구현의 법학으로도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다는 염세적인 클림트의 생각이

우의적 표현과 상징을 통해 자극적으로 그려진 이 작품들은

희망이나 정의, 계몽의 빛과는 원초적으로 거리가 멀다.

그는 오로지 예술만이 인간의 구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아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총체적인 예술 작업(total work of art)을 구상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 세 작품들은 이차대전 당시 화재로 소실되어

원본을 감상할 수 없고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을 뿐이다).



누드화에서는 누드화대로,

또 화려한 드레스에 금빛 찬란한 장식으로 가려진 여인의 초상에서도

작가의 에로틱한 시선은 대상을 원초적 에로티시즘의 틀에 가두어 버리고

아울러 감상자 또한 공모자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생식세포와 난세포로 가득 메워진 화려한 드레스는

여인의 심리를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되면서

대상을 실재보다도 '더 과도하게 실재적'(hyperreal)으로 만들기도 한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의상을 걸친 여인의 초상화조차도 누드화를 그린 뒤 ,

나중에 그림에 옷을 입히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할 정도로

그는 여인의 신체가 가져다주는, 현전하는 에로틱한 환상과 심리에

몰입해 있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러한 작품들에 항상 따라 다니면서 함께하고 있는

죽음과 질병 고통에 대한 상징적 표현들은

그가 그토록 갈구하는 사랑의 에로스를

쾌락보다는 고뇌의 맥락에서 짓누른다.

아마도 그가 삶에서 체험한 생의 부정적 요소들

(미술가로 함께 작업한 동생 에른스트의 요절이나

아버지의 이른 죽음, 가족의 질병 등)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

여인이 뿜어내는 치명적인 유혹의 끝자락을 예견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되고 있는 그의 작품전은(국내 기획 전시가 자주 그래왔듯이)

사실 이런 클림트를 이해하게 하기보다는 모호하게 만들 여지가 더 크다

그의 주요 특징적인 표현방법이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 제대로 전시되고 있지 않은데다가

그가 작품에 들어가기 전 해놓은 아주 초기단계의 스케치를

그의 주요작품인양 70점이나 전시하고 있다는 것은

그를 스케치작가나 드로잉 작가로 오해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에 온전히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도록마저

전시작품에 맞추어 편집해놓음으로써 답답함을 가중시키니....


  
Comment '7'
  • 섬소년 2009.02.25 09:24 (*.253.195.40)
    홍 선생님, 구스타프 클림트의 벨벳 색 그림만큼이나 오묘한 글 잘 읽었습니다.
    도시와 예술가, 클림트 화폭의 화려함 뒤의 고독함, 퇴폐적인 세련미 사이의 모순적인
    불가분의 관계를 진저리치게 느꼈던 발터 벤야민의 눈빛을 왠지 연상시킵니다.
    자작나무에 오실거죠?
  • 콩쥐 2009.02.25 09:40 (*.161.67.153)
    제가 세계각국의 동전모으는 박스가 크림트의 그림으로 꾸며져있어요.....
    원문글을 읽으니 클림트를 조금 더 이해할수 있어서 좋네요....
    빈대학에서 그런일이 있었군요......
  • 콩쥐 2009.02.25 10:07 (*.161.67.153)
    클림트 그림 사진을 이 원문에 넣으면 더 좋으련만.....
    우선 사진찍은걸 링크합니다...
    http://www.guitarmania.org/z40/zboard.php?id=gowoon31&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225
  • 아이모레스 2009.02.25 22:54 (*.47.207.130)
    에공~~ 전요... 에로스랑 죽음은 정말 딱 떨어지는 조어 같은뎅???? 적어도 조어 자체로는...
    "적당히 사랑한다"란 말보다는 "죽도록 사랑한다, 죽어라 사랑한다" 란 말이 잘 어울리겠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 현실에선 통하지 않는 말이 되어버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죽도록 사랑하는 경우는... 십중팔구 짝사랑 이거나, 스토커일 확률이 높을 것 같으니까요...^^

    以下...

    클림트, 빈출신,
    <시대가 잉태한 개념의 틀 밖에서 서성이기란 어렵다.>
    <사랑의 에로스를 쾌락보다는 고뇌의 맥락에서...>
    <여인이 뿜어내는 치명적인 유혹의 끝자락을 예견한게 아닐까??>

    무릇... 틀 밖에 사는 촌놈이 공부 잘 하고 갑니당...^^
  • 기타레타 듀오 2009.02.26 19:57 (*.123.125.30)
    섬소년님, 안녕하시죠. 그날 연습 끝나고 시간 맞추려고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콩쥐님께선 저대신 그림까지 삽입해놓으셨군요. 감사합니다.이렇게 예쁜 동전상자를 가지고계시다니~~

    넘쳐흐를듯한 황금빛 장식으로 휩싸여 한치의 틈도 남겨놓지않은 채 포옹하고있는 남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그의 대표작 키스(the Kiss). 당시 청교도적 부르조아 사회의 위선을 폭로하면서 비난을 피하기 위해 오묘한 방식으로 남녀의 사랑을 표현한 듯합니다. 자신의 자화상을 한점도 그리지않았던 클림트는 자신이, 죽을때까지 생의 정신적 동반자로함께했던 연인 에밀리 풀뢰게를 모델로 하여 그녀와 함께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렸다고하는데....어떻게보면 그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몇 안되는 남성의 이미지가 모두 여성을 돋보이게 하거나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었던걸 감안하면, 이 그림에서 사랑을 주도하고 있는 남성의 모습은 이례적인 듯 하기도합니다...그런데 그녀의 팔과 발끝을 보면....남성을 사각형으로 그리고 여성을 원으로 묘사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 기타레타 듀오 2009.02.26 20:01 (*.123.125.30)
    아이모레스님, 누군가를 사랑하시더라도 죽도록은 말구 죽기 바로직전까지만 사랑하셔야합니다^^
    그래야 기타 연주도 계속하시고 기타 제작도 하실 수 있을테니까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아~ 2009.03.04 11:05 (*.152.96.55)
    그랬군요 저두 다음주에 클림트전 보러가려고 하는데
    클림트에 대한 지식, 많이 얻어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38 10년 동안 벌칙을 연구하신 분입니다-_-; 15 nenne 2004.12.07 5692
6937 Ysaye -- Violin Sonata No.3 in D minor Op.27-3:『 Ballade 』-- Esther Kim 2 스미마셍 2012.03.13 5690
6936 암 환자의 80%는 항암제로 살해되고 있다! 6 노동환 2012.03.15 5689
6935 생물학적 완성도 3 file 콩쥐 2012.02.11 5688
6934 부러운 부산사람들 file 콩쥐 2013.02.19 5682
6933 세계 최고의 골 꽁생원 2011.06.15 5678
6932 재미난 마을.......도시의 새변화 콩쥐 2013.01.16 5678
6931 마광수, 오래전에 들었던 이름. 13 file 마팬 2010.09.09 5676
6930 말이 안나오네.....보충!! 형서기 2000.07.28 5676
6929 추적60분(사대강사업 관련) 빠진 내용 14 에스떼반 2011.04.05 5674
6928 재능 기부 프로그램 기타 후아니 2012.06.07 5673
6927 26년전의 대중가요와 지금의 대중가요를 비교하며.... 대중가요 2015.04.01 5670
6926 튜닝머신.... 간격 40미리 1 file 콩쥐 2012.07.18 5662
6925 시멘트 포대 건빵 22 토토 2004.05.16 5661
6924 장준감 2 file 콩쥐 2012.11.09 5658
6923 보리수 4 file 콩쥐 2012.06.22 5656
6922 the thief and the cobbler file 콩쥐 2014.01.13 5655
6921 *님의 기타를 사기위해서.... 4 file 김동현 2003.03.24 5654
6920 장의용품 재사용 1 장례식장 2014.01.06 5651
6919 오징어 젖갈의 진실 먹거리피디 2013.07.11 5650
6918 22조원을 어떻게 썼냐하면요... 2 공공재산 2012.08.27 5648
6917 아름다운 사람은 웃는 모습도 아름답다 10 file 금모래 2011.10.24 5646
6916 광우병 쉽게 구별하는법 file 소협회 2012.04.29 5639
6915 이중주 9 file ganesha 2012.07.13 5636
6914 여자는 몰라.. 10 2009.10.27 5635
6913 불가리아의 조상이 부여족? 5 1000식 2007.05.19 5635
6912 매실이 노랗게.. 3 file 콩쥐 2012.07.06 5633
6911 셸락칠과 정신수양 16 file 오디오쟁이 2010.12.02 5632
6910 경운기배경 연주 21 file 콩쥐 2011.08.26 5631
6909 신영복........... 4 file 콩쥐 2012.03.02 5628
6908 히틀러.... 대박 동영상 14 웃자구요 2010.06.01 5619
6907 피아니스트가 되려던 야당 원내대표의 등장(4개의 대학 입학 졸업 편입 졸업) 1 피아니스트출신 정치인 2015.05.08 5617
6906 제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기타메니아 4 찬찬 2011.11.14 5615
6905 [펌]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이름을 가진 성당들 8 오덕구 2010.08.19 5615
6904 화가의 물감 file 콩쥐 2013.03.23 5610
6903 부처님 오신날 우리 동네 4 file 콩쥐 2012.05.28 5607
6902 궁녀 센스 4월호 - 내용이 알차졌군요~ ^^ 2 2004.03.16 5606
6901 일현 기타 4 꽁생원 2013.04.29 5606
6900 종북 12 종북 2012.05.25 5604
6899 이탈리안콘체르토 연주할 최지원양. 1 file 콩쥐 2007.09.25 5603
6898 태안 기름유출 ... 시간이 지나고 다시보니 이런. 자료 2012.12.04 5602
6897 투표한장값이 4500만원 이라더군. 3 file 콩쥐 2012.12.19 5598
» 클림트와 죽음의 에로스 7 기타레타 듀오 2009.02.25 5596
6895 라오스 여행기-약 5년전 3 file k 2011.11.26 5594
6894 친구 2011.11.23 5594
6893 저는 이것들을 보고 한참 웃었네요. 2 울랄라 2011.04.06 5594
6892 지금당장 커피믹스를 끊어라 먹거리피디 2013.12.12 5592
6891 훼이크 다큐멘터리(fake ducumentary ) 1 2009.12.13 5592
6890 친구 2012.01.16 5592
6889 한문(한자)이 우리글인 이유. 26 콩쥐 2009.05.20 5589
Board Pagination ‹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1 Next ›
/ 15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