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ZiO
(*.155.59.36) 조회 수 3779 댓글 2
<지구촌 전망대>토고를 다시 생각한다

[문화일보 2006-06-16 14:08]  


지난해 월드컵 조추첨에서 한국대표팀의 첫 상대국으로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가 선정됐을 당시, 주변의 공통된 반응은 “토고가 도대체 어떤 나라냐”는 것이었다. 수년동안 국제부 기자로 일해온 필자에게도 토고란 국명은 낯설었다. 토고는 그렇게 우 리에게 다가왔다.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지난해 토고를 현지취재했던 문화일보 기 사와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곳의 아 이들이었다. 옷차림은 비록 허름해도 잘 닦아놓은 검은색 보석처럼 반짝이던 아이들의 눈망울과, 축구공을 들고 환하게 웃던 얼 굴표정에서 축구를 통해 희망을 찾고 있는 토고국민들의 고달픔 과희망이 동시에 묻어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프리카 하면 으레 끔찍한 종족분쟁과 소년병, 기아와 에이즈로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검은 얼굴들을 떠올렸던 편견이 문득 부끄러워졌다.

한국대표팀이 토고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어 느새 우리에게서 토고란 존재가 잊어지기 시작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열광이 휩쓸고 지나간 지금, 그동안 국내언론을 통해 토고가 비쳐진 방식, 나아가 스포츠를 통한 낯선 외국과의 만남 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최고의 가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승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진하다보니 스포츠는 전쟁, 선수는 전사(戰士)로 으레 묘사된다. 상대편의 약점을 들춰내 마음대로 해석하는 태도도 나타나게 된다. 토고 대표팀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한국전을 앞두고 돈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월드컵 첫출전, 첫경기를 앞두고 보상금 문제로 선수들이 사실상 연습을 보이콧하고 감독이 사퇴했다 복귀한 파행은 솔직히 우리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 때문에 국내 언론들을 통해 토고팀의 자중지란이 끊임없이 중계방송됐고, 일부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토고 선수들을 넘어 아프리카인 전체를 매도하는 험한 말들도 쏟아져나왔다.

이제 온나라의 관심은 온통 19일 치러지는 프랑스전에 쏠려 있 다. 이번에도 프랑스 대표팀의 자중지란이 화제다. 일부 신문에 서는 프랑스 선수 23명의 출신배경을 조목조목 분석하면서 알제 리, 모로코, 과들루프, 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등 이른바 과거 의 식민지 출신 이민 2세들이 절반을 넘는 16명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80년대 초반까지는 순수 프랑스 출신이 주축을 이뤄 팀단합이 잘 됐지만, 지금은 유색인종이 많다보니 과거와 같은 조직력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신문은 “순수 프랑스 선수가 거의 없는데 무슨 국가대표팀이냐”란 프 랑스 극우주의자들의 주장까지 덧붙였다.

축구를 통해 분열된 정치를 통합하고 뿌리깊은 인종갈등을 극복 하고자 노력해온 유럽 축구애호가들이 한국의 이 기사를 봤다면 분명 경악했을 것이다. 프랑스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한다는 국 민적 열망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이처럼 인종차별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기사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것은 유럽 에선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랑스 사회가 아랍계 청 년들의 폭력시위로 몸살을 겪었을 당시 과거 식민체제의 유산극 복에 실패하고 모래알처럼 분열된 프랑스의 문제점을 따갑게 비 판했던 국내언론들이, 이제 스포츠로 국가통합을 이뤄보려는 프 랑스의 고민을 비아냥대는 듯한 모순이 솔직히 적잖게 당혹스럽 다.

우리도 과거엔 토고였고, 프랑스 속의 알제리였다. 월드컵이 정 말로 소중한 것은 아마도 우리 아닌 타인, 타국을 이해하고 알아나가는 좋은 계기가 될 수있다는 점이 아닐까.

[[오애리 / 국제부장]] aeri@munhwa.com  
Comment '2'
  • ZiO 2006.06.17 13:51 (*.155.59.36)
    <심지어 어떤 신문은 “순수 프랑스 선수가 거의 없는데 무슨 국가대표팀이냐”란 프랑스 극우주의자들의 주장까지 덧붙였다...>는데, 대체 이런 저능 수준의 질떨어진 언론이 어디인지 궁금합니다...이런 인간들이 아마도 혼혈인을 차별하는 것이겠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거시기이지만
    언론이 스스로 천박해지는 것은 더욱 거시기입니다...ㅡㅡ;;;
  • 저녁하늘 2006.06.18 00:37 (*.176.121.141)
    저는 mbc로 봤는데... 우리 선수들이 선수복을 안 벗어 주는 거 같아서 민망하더라구요... 나중에 벗어 주었는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38 튜닝머신.... 간격 40미리 1 file 콩쥐 2012.07.18 5661
6937 튜닝기 1 np 2006.11.22 3112
6936 튜닝 가격표 3 콩쥐 2009.12.24 4386
6935 튀김과 기름 먹거리피디 2013.06.28 4155
6934 투표한장값이 4500만원 이라더군. 3 file 콩쥐 2012.12.19 5598
6933 투표하면서...... 7 오모씨 2004.04.15 2945
6932 투표부대가 그놈참 2004.04.10 3346
6931 투표 카페폐쇄건의 2 투표 2011.11.17 4394
6930 투수 염종석 1 file 괭퇘 2005.05.13 3460
6929 투명인간 성완종 그리고 광화문진압공작 파파이스 2015.04.27 3543
6928 투명 머리 물고기 3 SPAGHETTI 2010.10.10 4891
6927 퇴마 2008.09.19 3879
6926 통화파일 전문 전문가 2015.04.16 2871
6925 통영으로 안 가실 거냐고요.. 11 file nenne 2007.02.28 3886
6924 통닭뜯다 콜라 들이킨 사연 3 으니 2006.02.19 3406
6923 통닭 1 콩쥐 2013.02.13 5252
6922 통계로 본 우리나라 좋은나라? 1 콩쥐 2014.02.11 5076
6921 통계 file 통계 2012.05.01 6459
6920 톨스토이의 말중에.. 3 마왕 2004.03.15 5900
6919 톡히야 언제오는 거냐! 2 톡히야 2006.11.19 2826
6918 토종 금강밀 1 file 2016.08.24 2359
6917 토미의 즐거운 연주 ^^ 2 GuitarVet 2007.02.25 3873
6916 토마티나 피에스타 3 file 콩쥐 2008.08.29 3581
6915 토마스 크바스토프 기사 2014.09.16 2586
6914 토루 vs 지얼. 6 2004.03.02 3878
6913 토론의 왕 ? 서화숙기자(한국일보) 1 마스티븐 2013.08.24 5728
6912 토레스+리듬 1 2010.12.15 5350
» 토고를 다시 생각한다. 2 ZiO 2006.06.17 3779
6910 텔레비젼에서 본 다단계판매, 피라미드. 5 file 콩깍쥐 2007.08.09 3825
6909 테오드라키스 콜렉션 5 file cho kuk kon 2009.03.17 3770
6908 테스트 file 2018.09.07 4482
6907 테드 케네디 2009.08.27 3839
6906 테니스는 어떠세요? 4 셰인 2001.04.19 3136
6905 테니스는 어떠세요? 4 셰인 2001.04.19 3046
6904 테니스는 어떠세요? 3 셰인 2001.04.19 3056
6903 테니스는 어떠세요? 3 셰인 2001.04.19 3547
6902 테니스 입문 3 nenne 2007.08.28 3911
6901 터어키산 올리브 1 file cho kuk kon 2009.08.22 3331
6900 터네이셔스d 벨제보스(절대19금) 6 앨리스 2009.07.26 4776
6899 태호 (Tai Hu) 2 7 file ganesha 2010.01.12 4029
6898 태호 (Tai Hu) 3 file ganesha 2010.01.12 4111
6897 태평양의 검객... 제로 4 이브남 2005.03.29 3640
6896 태진아의 나비효과. 4 11 2010.10.08 5246
6895 태워도 1 file 콩순 2006.09.11 8002
6894 태양 . 눈코입 1 2017.12.22 4661
6893 태안 유감 np 2007.12.22 3015
6892 태안 기름유출 ... 시간이 지나고 다시보니 이런. 자료 2012.12.04 5599
6891 태생적주권 1 mauro 2008.08.02 3352
6890 태극기... 1 휴... 2004.02.12 5415
6889 태극기 휘말리며 그리고 웰껌 동막골. 10 file 콩쥐 2005.10.12 4297
Board Pagination ‹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1 Next ›
/ 15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