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수 자서전에서 - 9 - 마지막

by 최동수기타 posted Jan 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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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기고 싶은 쓴 소리 7 가지 :

 

1) 가구공장 검사를 하기 위해 독일로 출장을 나간 적이 있다.

가구회사 사장의 벤츠차로 아우토반을 타고 공장을 향해 달리는 중이었다.

아우토반은 히틀러시대에 건설되었으므로 고속도로가 작은 마을을 통과하게

되어있었다.


우리가 탄차는 시속 150km로 달리고 있었다.

마침 전방에 교차로가 있어 앞차들이 서행하기 시작했으나, 우리차가 깜빡하여

5중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부딪친 부위를 아파하는 사람도 있었다.

앞차의 운전자들이 가구회사 사장에게 오더니 잘못을 시인하자 보험내용과

전화번호를 적어갔다.

그러면서 내게 안 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경찰이 불러온 미니버스를 타고 시내로

떠났다.

경찰은 외국인인 내 신병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만 확인하였다.

그는 사고에는 관여하지 않고 파손된 잔재를 청소하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깨달은 바는 ‘자동차는 사고를 전제로 운전하므로, 만약의 사고가

나면 보험회사에서 처리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차량접촉사고가 나면 운전자끼리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 다투는 우리네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2) 본사에 회의가 있어 국내에 들어왔다.

아침에 차를 몰고 나가는 중이었다.

일차선으로 들어가려고 깜박이를 켰더니 운전하던 아줌마가 더 빨리 달리는 게

아닌가?

외국에서 깜빡이를 켜면 서행하면서 끼어들기를 허용한다.

그 다음부터는 나도 신호 없이 끼어들었고 누가 깜빡이라도 켜면 더 빨리

달리게 되었다.


살다보면 상사에게 면박을 당하거나 사업상 손해를 보기가 일쑤다.

그들은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손해 볼 생각이 없는 것이다.

나는 어제까지도 외국에서는 세련된 매너였는데 오늘 와서 사람이 달라지다니

내가 나쁜 사람인가?


우리네들은 누구든지 외국에 나가서 일주일만 지나면 외국 문화에 익숙해진다.

문제는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빨리빨리’ 정서 때문이 아닐까? 참으로 각박한

세상이 되었다.


 

3) 백화점에 들어가려고 문을 열었더니,

젊은 남녀 두 명이 대뜸 나온다.

내가 정문 수위가 된 기분이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4) 모처럼 시집에 들른 며느리가,

저녁나절에 진돗개의 배변을 시키고자 목 끈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마침 저만큼 떨어진 공원벤치에 모녀가 나와 앉아 잡담을 하면서 시추 견의

목 끈을 풀어주었다.

시추 견이 슬슬 진돗개 앞까지 다가오자 그만 물리고 만 것이다.

꽤나 어두운 시각이고 배변 담을 봉투를 뒤적거리느라 며느리가 시추 견이

다가오는 오는 기미를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진돗개가 시추 견을

문 것이다.


뒤이어 난리가 났다.

시추 견 집 모녀는 두 아들까지 불러내어 아우성이다.

진돗개를 끌고 나온 우리 며느리를 때려주게 내어놓으라느니, 아기를 못 갖도록

저주한다느니, 진돗개를 죽이겠다는 등 험한 말로 야단법석을 떨었다.

중상을 입은 개는 대학병원으로 가야한다고 고집하였다.

하는 수 없이 동네병원에서 응급조치만 한 다음 건국대학 동물병원까지

동행하였다.

초기 진단비를 선불하고 향후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각서를 써준 후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2시가 넘었다.


다음 날 시추 견 집 큰 아들로부터 개가 기어이 죽고 말았으니 만나자고 하였다.

그는 치료비 잔금 외에 장례비와 납골당 설치비까지 추가로 요구하였다.

나는 위로하는 마음에서 순순히 모두 지불하였다.

어려울 때일수록 이웃에 덕을 베풀어야 한다는 소신에서 나는 담담함을 유지했다.


큰 아들은 자기가 변호사라고 말하였다.

법은 멀고 우격다짐은 가깝다는 옛말이 생각났다.


 

5) 지하철에는 ‘노약자석’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 외국에서는 'Senior'석이라고 한다.

사전적인 의미는 ‘어르신’이지만,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분을 대접하는

좌석이다.

임산부나 장애자라면 당연히 다른 일반 좌석에 앉았던 사람이 자리를 양보해야

된다.

하여튼 임산부나 장애인 표시부터가 잘못되었다고 여겨진다. 

 

 

6) 얼마 전 토요일 날 KTX를 타고 대전에 다녀왔다.

돌아올 때 대전역에 갔더니 입석밖에 남지 않았단다.

나는 한 시간 반을 기다려서 좌석에 앉아왔다.


KTX는 시속 250km내지 300km로 달린단다.

‘세월호’ 땅 위에서도 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7) 기타매니아에 달리는 댓글들 :

어떤 글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본문에 대한 댓글을 다는 분들은

자신의 댓글이 적당한지 한 번쯤은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뿐 아니라 서로 마주보고 얘기 하듯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면 좋겠다.

 

 

 

2.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 보자 !

지난여름,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으나 내 삶에 두드러진 변화는 없다.

나는 내가 환자라는 의식은 갖지 않고 있다.

더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존에 대한 애착은 별로 없다.

그보다는 어찌해서든지 명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숙명 같은 일에 대한 집념이

씬 더 강하다.

앞으로 이삼년 동안 기타도 몇 대 더 만들고 책도 쓰고 싶으므로 수술을

보류하자고 했다.

담당의사도 나의 소망에 맞추어 수술을 보류하는 대신 매 3개월마다

‘적극적인 관찰’이라는 방식을 채택하기로 하였다.

 

비록 밥을 먹어야 사는 인간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이생의 욕심을 떠날 때

하나님의 섭리대로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날이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고 근력도 줄고 있지만, 나름대로 자족하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만약 현재와 같은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어떤

일이든지 더 잘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이 들어 병마와도 싸우면서, 진정한 내 자신을 찾게 된 느낌이다.

 

불가능한 일을 바라는 것은 그게 꿈이라 하더라도 바보 같은 꿈이다.

지난날은 지나간 날일뿐이다.

그러므로 내게는 지금이 바로 전성기이다.

지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


지루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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