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02 16:40
그리움을 항상 간직한다는 것
(*.149.117.176) 조회 수 2910 댓글 3
누구나 마음 한구석엔 어디론가 떠나고싶단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떠남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팍팍한 삶에 지쳐서, 혹은 귀찮고 난감한 일에 시달리는 것이 지겨워서, 답답해서, 고민되는 것들을 잠시라도 잊고 싶어서. 아니, 이 모든 것들은 어쩌면 다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발 딛고 선 이 곳에서 무작정 벗어나고픈 회색 안개 자욱한 마음.
나 역시 떠나고 싶단 생각을 늘 한다. 나의 이유는 그리움이다. 가보았던 곳에 대한 그리움, 기억이 얽힌 곳은 그 기억에 대한 그리움,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그리움.
늘 그립고, 늘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늘 바라고, 늘 버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옹졸하게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변하지 않을거라 믿었던 것들이 변함을 느끼고, 새삼 그런 것에도 놀라거나 낯설어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고, 또 한번 자책하고, 다시금 뻔뻔스러워진다.
그리운 그 곳에 가면, 눈못뜨고 꼬물대는 강아지같은 내 맘 속의 그리움들이 씻어내질까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렇지 않다. 비오는 날 고궁에 가면 흙먼지가 잦아드는 그것이 마치 여름수박을 갈랐을때 연하게 느껴지는 내음과 닮았다. 그 고궁의 수박냄새가 그리워 정말 어느 비 오는 날 무작정 고궁을 찾았을 때 나는 그 그리움의 근원이 고궁의 흙담길이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 그리움은 마음 속에 있기 때문에 어딜가나 그리운 것이다. 마음 깊은 곳의 그리움이 이끄는대로 우린 떠나고 떠올리고 되돌아와 이곳에 뿌리박고, 또 떠나길 기다린다.
지난 것들에 대한 그리움보다, 이젠 아직 날 찾아오지 않은 것들을 그리워해보고싶다. 미래가 "지나간 미래"라면 우울하기 짝이 없다. 아직 오지 않은 것들, 한걸음 다가서면 다시 한걸음 멀어지지만 늘 시야에선 사라지지 않는 것들, 아직 만나지 못한 이들, 사랑하고픈 모든 것들, 행복을 이루어주는 작은 것들, 꿈.. 이 그리워, 거친 입술이 부드러워지고, 눈매가 순해지고, 손길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광활해진다면, 어쩌면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나는 더이상 나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Comment '3'
-
저는 "지나간 미래" 이 구절...
전 떠나는 것 조차 귀찮으니...휴... -
기타를 그토록 사랑하시던 분이 폐암 투병 끝에 멀리 떠나셨습니다....
항암치료중에도 빨리 일어나서 기타를 치고 싶다시던 그 분이...
지난 번 기타매니아 2집이 나왔을 때 선물을 보내드렸고 그렇게 좋아하셨습니다.
그분의 소원은 죽기전에 Duo in G 를 사모님과 같이 쳐보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원은 2년전 발표회때 이룰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이루어 지지 못했다면 그분도 사모님도 선생님도 우리도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요?
사모님은 장례식장에서도 기타를 쳐달라고 하셨습니다. 차마 가슴이 아파 그렇게 할 수 조차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그냥 그리움만 남겠지요. 기타소리 들으며 그리움도, 아쉬움도, 한도 삭이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38 | 황청리 코스모스 겔러리 | 콩쥐 | 2012.10.14 | 6018 |
1437 | 공립대학교가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6 | 콩쥐 | 2012.10.16 | 6296 |
1436 | 일산의 가을 1 | 콩쥐 | 2012.10.20 | 4877 |
1435 | 광화문연가 10 | 항해사 | 2012.10.21 | 5988 |
1434 | 혹시 춘천지역에 기타즐기시는 분 계신가요? 1 | ROS | 2012.10.23 | 5343 |
1433 | 가을단풍 | 콩쥐 | 2012.10.24 | 6235 |
1432 | 고구마 캤어요 7 | 콩쥐 | 2012.10.25 | 5574 |
1431 | 유부우동...히메지..부산 | 콩쥐 | 2012.10.26 | 5767 |
1430 | 가을속으로 깊숙히 1 | 콩쥐 | 2012.10.31 | 5352 |
1429 | 주인공은 아동청소년 3 | 콩쥐 | 2012.11.04 | 5382 |
1428 | 지도자를 뽑는법 3 | 콩쥐 | 2012.11.04 | 6391 |
1427 | 호수공원-일산 6 | 지초이 | 2012.11.06 | 5365 |
1426 | 장준감 2 | 콩쥐 | 2012.11.09 | 5730 |
1425 | 김용옥 강의 | 콩쥐 | 2012.11.10 | 6359 |
1424 | 한라산에 올랐습니다! 8 | jazzman | 2012.11.12 | 4881 |
1423 | 임진왜란때 이미 한반도를 반으로 15 | 콩쥐 | 2012.11.13 | 5439 |
1422 | 저녁 사진 5 | 콩쥐 | 2012.11.16 | 5269 |
1421 |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 (San Juan Capistrano) 미션 3 | 조국건 | 2012.11.16 | 6137 |
1420 | 김장철 배추속국 4 | 콩쥐 | 2012.11.22 | 7125 |
1419 | 추수감사절 저녁에 1 | 조국건 | 2012.11.23 | 5612 |
1418 | 인디언......말과 글 | 콩쥐 | 2012.11.23 | 5021 |
1417 | 희대의 사기극 2 | 금모래 | 2012.11.23 | 6209 |
1416 | 과거 그리고 현재 2 | 콩쥐 | 2012.11.25 | 5803 |
1415 | 계명의숙 2 | 콩쥐 | 2012.11.26 | 6853 |
1414 | 백년전쟁....이승만의 두얼굴 | 자료 | 2012.12.01 | 6762 |
1413 | 백년전쟁.....박정희 4 | 자료 | 2012.12.01 | 6795 |
1412 | 태안 기름유출 ... 시간이 지나고 다시보니 이런. | 자료 | 2012.12.04 | 5679 |
1411 | 심도학사 | 콩쥐 | 2012.12.04 | 6408 |
1410 | 현대사 강의.....한홍구 | 자료 | 2012.12.04 | 5486 |
1409 | 딸아이 키우기 3 | 콩쥐 | 2012.12.05 | 5597 |
1408 | 눈이 엄청와요, 지금 2 | 콩쥐 | 2012.12.05 | 5849 |
1407 | 10조가치의 대담. 1 | 자료 | 2012.12.05 | 5914 |
1406 | 공짜술 마실날이 멀쟎았네요. 5 | 콩쥐 | 2012.12.12 | 5433 |
1405 | 추상화 ? 3 | 콩쥐 | 2012.12.13 | 5626 |
1404 |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11 | 자료 | 2012.12.15 | 8809 |
1403 | [낙서] Spring Maiden 6 | 항해사 | 2012.12.15 | 7319 |
1402 | 어린이집의 교육수준 | 콩쥐 | 2012.12.16 | 5575 |
1401 | 광화문 문지기 | 광화문 | 2012.12.17 | 6133 |
1400 | 투표한장값이 4500만원 이라더군. 3 | 콩쥐 | 2012.12.19 | 5692 |
1399 | 착각 37 | gmland | 2012.12.22 | 7253 |
1398 | 선거개표의 방식 아셔요? | 자료 | 2012.12.23 | 5795 |
1397 | 로봇다리 15살 소년 ‘크리스마스의 기적’ Emotional Story ! 2 | Esteban | 2012.12.25 | 5326 |
1396 | 언약궤와 예수님 2 | 노동환 | 2012.12.25 | 5886 |
1395 | 크리스마스 디너 3 | 조국건 | 2012.12.26 | 5441 |
1394 | 의료보험민영화 3 | 자료 | 2012.12.28 | 4542 |
1393 | [낙서] 좋은 일... 4 | 항해사 | 2012.12.29 | 5453 |
1392 | 기타만 지기징징님 감사합니다. | 콩쥐 | 2012.12.30 | 4933 |
1391 | 라마누잔의 함수가 풀렸다죠. | 콩쥐 | 2012.12.30 | 14572 |
1390 | *2012 擧世皆濁.....거세개탁 1 | 콩쥐 | 2012.12.31 | 5098 |
1389 | 백강문화특강 | 콩쥐 | 2012.12.31 | 6033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캬~아!!! 이 구절이 내 맘에 너무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