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31 16:14
[re] 존재 자취의 방정식
(*.39.240.103) 조회 수 4622 댓글 4
수학문제를 풀다보면, 아주 귀찮은 것중에 자취의 방정식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두 점 A, B로부터 거리의 비가 2 : 1 이 되는 점은 어떤 자취를 그리냐는 것이다. 즉, 주어진 조건이 있고, 그 조건을 만족시키는 점들을 죄다 모으면, 일정한 하나의 모양이 나오는데 그 모양을 구하는 문제다.
그림과 같이 좌표를 잡고 공식에 넣어 풀어보면 점 A, B에서부터 2:1의 거리를 갖는 점의 자취는 하나의 원으로 도출된다. 이것을 특히 "아폴로니우스의 원"이라고도 한다.
학교다닐 때 정말 귀찮아한 문제다. 일단 개념도 얼른 보기에 복잡하고, 계산도 귀찮아서 졸업할 때까지 모르는 채 졸업했다가 나중에 내가 과외를 시작하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풀었던 문제다.
오늘 갑자기 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계획과는 달리 너무 피곤하다보니, 도저히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를 갈 수가 없는 날들이 계속된다. 피곤해 피곤해라고 하면서 맘 한편에선 이래선 안돼, 부끄러워 부끄러워 라고 한다.
내 삶의 하루하루가 "점"이라면.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면서 하나하나 찍어낸 점이라면.
그 점들을 모두 모았을 때 어떤 모양이 나올까 하는 문제.
어떤 모양이, 과연, 나와주기는 할 것인가.
통일된 원과 같은 모양이, 혹은 열려있는 포물선과 같은 모양이, 혹은 무한히 뻗어나가는 직선과 같은 모양.
하여간에 그러한 하나의 "무엇"이 될 수있을까.
좌표평면 위에 어지러이 찍힌 우연과 불확정성의 점들.. 이 되어, 결국 읽어낼 수 없게 되어버릴까.
객관적 판명가능성을 담보하지 않은 투쟁은 소용이 없다. 누가 보아도 나의 형태를 알 수 있도록, 그렇게 점을 찍어나가야 할텐데. 조건들이,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 나이가 왔다.
Comment '4'
-
[2005/08/31] 오래만에 으니님의 귀한 글을 읽게 되네요...
으니님이 말씀하신 점이라는 것- 우리가 찍어가는 모든 점은 결국 내가 찍는 것이 아니라, 전능하신 한 분의 손에 이끌려 찍어지는 것일뿐이라면 그 점들이 그려질 궤적이 무엇으로 나타나든 단지 감사하며 자유스러워질수 있지 않을까요...
삶으로 그린 점들을 이어보면 무슨 궤적이 종이위에 나타나기를 아직 기대할수 있으실 분들에 비해, 날마다 동일한 좌표의 점을 찍느라 종이에 구멍이나 뜷어뜨리고 있을지경의 세월에 이른 자신을 돌아볼수록, 무슨 선이든 그리고 있을 젊으신 분들이 그래도 부럽기만 합니다.
(새해 들어 치기 시작해보았던 새 기타곡 하나 지금껏 9개월이 되도록 못끝내고 있을만큼 늙은이에겐 아무러한 변화도 어렵답니다. 정말 말그대로 그저 점.점.점 같은 일상이지요.) -
종합비타민+오메가3 영양제를 처방 합니다
-
객관적 판명가능성을 담보하지 않은 투쟁은 소용이 없다. 누가 보아도 나의 형태를 알 수 있도록, 그렇게 점을 찍어나가야 할텐데. 조건들이,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 나이가 왔다.
이런 문장을 사용하는 여자는 멋집니다.
정말로...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688 | 합리적인 의심 2 | PARKTERIA | 2012.02.23 | 5372 |
1687 | 니말 듣고 두딸 낳았대 3 | 꽁생원 | 2012.02.24 | 5918 |
1686 | 책의 홍수 1 | 콩쥐 | 2012.02.25 | 5742 |
1685 | 김어준의 부모 5 | 꽁생원 | 2012.02.26 | 6772 |
1684 | 지하철 여중생 성추행 사건을 보고 ... | 칸타빌레 | 2012.02.26 | 7011 |
1683 | 말 | 친구 | 2012.02.27 | 5294 |
1682 | 아~~르헨티나!!!! 11 | 아이모레스 | 2012.03.02 | 6052 |
1681 | 신영복........... 4 | 콩쥐 | 2012.03.02 | 5700 |
1680 | 감옥에서 만나게 되는분들.... 1 | 수 | 2012.03.03 | 5972 |
1679 | 道 | 친구 | 2012.03.04 | 5426 |
1678 | 마산 수정 앞 바다와 '고모령' - F.Carulli - Duo in G _Nho Brothers 4 | 노동환 | 2012.03.06 | 6270 |
1677 | 말 | 친구 | 2012.03.08 | 5445 |
1676 | 로그인 안하고도 되나요? 1 | 콩쥐 | 2012.03.09 | 5581 |
1675 | 연주쪽이나 우선 풀어주시지... 그냥 그렇다고요~^^ 12 | 휘모리 | 2012.03.09 | 5525 |
1674 | 사랑방이 다시 자유구역이 되었네요. 5 | 칸타빌레 | 2012.03.12 | 5870 |
1673 | 3.8선 민족. | 아즈 | 2012.03.12 | 5460 |
1672 | Vladimir Mikulka. 기도와 춤 정말 죽여주네요 5 | 스미마셍 | 2012.03.13 | 5445 |
1671 | Ysaye -- Violin Sonata No.3 in D minor Op.27-3:『 Ballade 』-- Esther Kim 2 | 스미마셍 | 2012.03.13 | 5733 |
1670 | 암 환자의 80%는 항암제로 살해되고 있다! 6 | 노동환 | 2012.03.15 | 5759 |
1669 | 신세경 4 | 저기여 | 2012.03.15 | 5421 |
1668 | 도미노 1 | 노동환 | 2012.03.17 | 5349 |
1667 | 메시아정말멋져 1 | 언니 | 2012.03.18 | 6045 |
1666 | 한 vs 일 궁술 비교 17 | 꽁생원 | 2012.03.18 | 6763 |
1665 | 미술관옆 카페 | 콩쥐 | 2012.03.18 | 6115 |
1664 | 어떻게 알았을까? | 콩쥐 | 2012.03.20 | 4944 |
1663 | 鉄拳 振り子(철권시계추) 2 | 꽁생원 | 2012.03.23 | 6376 |
1662 | 내가 사께. 2 | 아즈 | 2012.03.24 | 5440 |
1661 | 봄이 오는 소리 4 | 콩쥐 | 2012.03.26 | 5327 |
1660 | 춘추전국시대의 선거 7 | 콩쥐 | 2012.03.27 | 5638 |
1659 | 하나 여쭈어 보려고 하는데,, 아시는 분 답변 주세요.. | Luxguitar | 2012.03.27 | 6022 |
1658 | 사고. 2 | 아즈 | 2012.03.28 | 5638 |
1657 | 한글 맞춤법 2 | 칸타빌레 | 2012.03.30 | 5390 |
1656 | I DON,T HAVE A FORTUNE WITH MY NOTEBOOK ? (THE EXPECTIVE LIFE OF COMPUTER ?) | ESTEBAN | 2012.03.30 | 5863 |
1655 | 배바지 6 | 수 | 2012.03.31 | 6606 |
1654 | 東夷 에대한 생각(考察) 3 | 모용씨 | 2012.04.01 | 5424 |
1653 | 1200여개의 산에 오른분 | 콩쥐 | 2012.04.02 | 5100 |
1652 | 마라톤 아줌마 2 | 콩쥐 | 2012.04.02 | 5408 |
1651 | 불행과 후회 1 | 친구 | 2012.04.04 | 5294 |
1650 | 상당한 영어실력 | 콩쥐 | 2012.04.04 | 5159 |
1649 | 국악연주자 이하늬 1 | 콩쥐 | 2012.04.04 | 5977 |
1648 | [명품 만화] 캐나다인들의 선거 1 | 언니 | 2012.04.06 | 5282 |
1647 | 어서 자라라 고양이야 2 | 콩쥐 | 2012.04.08 | 5639 |
1646 | 시인......신동엽 | 콩쥐 | 2012.04.11 | 4753 |
1645 | 시인 기형도 5 | 콩쥐 | 2012.04.11 | 6081 |
1644 | 망치부인 동영상 | 망치아씨 | 2012.04.13 | 8167 |
1643 | 이성복.........그날 | 콩쥐 | 2012.04.14 | 6432 |
1642 | 한홍구님의 가문 3 | 콩쥐 | 2012.04.14 | 8060 |
1641 | 시인 정호승 | 수 | 2012.04.18 | 5592 |
1640 | 기타 연주할 때 다리 꼬지 말라네여.... 2 | 땡땡이 | 2012.04.19 | 5639 |
1639 | 고려산 진달래축제 | 콩쥐 | 2012.04.20 | 5378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뭐, 제가 인생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마는... 지금까지 살아온 거에 비추어 보아서는 '난 요렇게 그림을 그려야지' 하고 열심히 점을 찍다가 한참 지나서 보면 첨에 생각했던 것과는 영판 다른 모양이더라고요.
난 동그랗게 그리고 싶지만 옆에서 계속 바람이 불다보면 찌그러질 것이고, 이쪽에서 툭 치고 저쪽에서 툭 치고 하면 완전 개판이 되버릴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도대체 곱게 그림 그리게 놔두질 않지요.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고 그걸 슬퍼하기 시작하면 이 한 세상 우울함 속에서만 살다 갈 것 같아서... 요새는 그림이 엉망이건 어쨌건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고, 우선적으로 순간 순간을 좀 더 즐겁게 살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러다 보니 도대체 한달 후에 내가 뭘 할지도 계획이 잘 안나오죠. 거의 그날 그날 가봐야 뭔 일이 벌어질 지 안다는... -_-;;;;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도 언뜻 들기는 하는데... 누구나 완전한 그림을 그릴 순 없지만 역경을 헤치고 내가 생각하는 그 그림으로 조금씩 접근해간다는 그 과정 자체가 아름다운 것 아닐까요. 원하는만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히지 마세요. 짧은 인생인데 즐겁게 살아야죠. 으흐... 순수 개똥철학 죄송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