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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83.205.199) 조회 수 4403 댓글 0

   일어 학원이 있는 종로 일대에는 일어 학원말고도 학원이 무수히 많았다. 서울 아이들은 보통 학원을 두 군데 이상이나 다니나 보다. 영수 학관, 대입학원, 고입학원, 고시 학원, 예비고사반, 연합고사반, 모의고사반, 종합반, 정통 영어반, 공통 수학반, 서울대반, 연고대반, 이대반, ........ 이 무수한 학원으로 무거운 책가방을 든 학생들이 몰려들어가고 쏟아져 나오고 했다. 자식을 길러 본 경험이 없는 나는 이들이 은근히 탐나기도 했지만 이들의 반항적인 몸짓과 곧 허물어질 듯한 피곤을 이해할 수 없어 겁도났다.

  어느 날 어디로 가는 길인지 일본인 관광객이 한떼, 여자 안내원의 뒤를 따라 이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어느 촌구석에서 왔는지 야박스럽고, 경망스럽고, 교활하고, 게다가 촌티까지 더덕더덕 나는 일본인들에 비하면 우리 나라 안내원 여자는 너무 멋쟁이라 개 발에 편자처럼 보였다. 그녀는 멋쟁이일 뿐 아니라 경제 제일주의 나라의 외화획득의 역군답게 다부지고 발랄하고 긍지에 차 보였다. 마침 학생들이 쏟아져 나와 관광객과 아무렇게나 뒤섞였다. 그러자 이 안내원 여자는 관관객들 사이를 바느질하듯 누비며 소곤소곤 속삭였다. "아노 - 미나사마, 고치라 아타리카라 스리니 고주이 나사이마세(저 여러분, 이 근처부터 소매치기에 주의하십시오.)."

  처음엔 나는 왜 내가 그 말뜻을 알아들었을까 하고 무척 무안하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차츰 몸이 더워 오면서 어떤 느낌이 왔다. 아아, 그것은 부끄러움이었다. 그 느낌은 고통스럽게 왔다. 전신이 마비됐던 환자가 어떤 신비한 자극에 의해 감각이 되돌아오는 일이 있다면, 필시 이렇게 고통스럽게 돌아오리라. 그리고 이렇게 환희롭게. 나는 내 부끄러움의 통증을 감수했고, 자랑을 느꼈다. 나는 마치 내 내부에 불이 텨진듯이 온몸이 붉게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내 주위에는 많은 학생들이 출렁이고 그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론 모자라 xx학원, xx학관, xx학원 등에서 별의별 지식을 다 배웠을 거다. 그러나 아무도 부끄러움은 안 가르쳤을 거다. 나는 각종 학원의 아크릴 간판의 밀림 사이에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깃발을 펄러덩펄러덩 훨훨 휘날리고 싶다. 아니, 굳이 깃발이 아니라도 좋다. 조그만 손수건이라도 팔랑팔랑 날려야 할 것 같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고. 아아, 꼭 그래야 할 것 같다. 모처럼 돌아온 내 부끄러움이 나만의 것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박완서님의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中에서..

  
  한동안 계속되던 논쟁들도 이제는 정리가 되는 듯하네요.
  이런식으로 글들이 오고 가는 건 아마도 다들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기때문일 겁니다.
  관심도 없는 것에 핏대세우며 싸우는 사람들은 없으니까요.
  
  이제 우리 매니아칭구들이 해야할일은 부끄러움을 배워야하는 것일 겁니다.
  인터넷에서 얼굴을 보고 있지 않다고,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을 막한건 아닌지
  너무 흥분해서 다른 분들의 글을 내 생각에만 맞춰 삐딱하게 해석하지는 않았는지
  잘 아는 사람이라고 편들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천천히 자신이 올린 글과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며 부끄러움을 배우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이 올린 글을 지우지 말고(**중요**)
  자신이 자주보는 노트등에 글의 번호나 날짜등을 적어둡니다.
  
  다음에 혹시라도 또 다른 분의 글을 보고 흥분(??)하는 일이 생기게 되면
  예전에 자신이 올린 글을 찾아 다시 읽어 보는 겁니다...
    
  
  
  이런... 무슨 훈계조의 글이 된건 아닌지.. ;;;;;
  예전에 책을 보다가 적어두었던 박완서님의 글이(제목이??) 생각나서
  그냥 주저리주저리 적어보네요..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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