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만한 사람 (4) - 학생버젼

by 으니 posted Jan 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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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학교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몇번 안되는 만남이었지만 모두 시내 서점이나 음반점에서 약속을 했었는데, 헤어지는 길 그가 수줍게 말했다. 우리 학교에 한 번 놀러오세요. 학생식당에서 유일하게 맛있는 메뉴가 하나 있는데 대접하고 싶어요.

그의 학교는 꽤 멀다. 아니, 집과 학교가 전부인 나에게 꽤 멀게 느껴진다고 하는 편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전철을 갈아타고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들어간다. 우리학교와는 사뭇다른 분위기, 훨씬 더 건물들이 통일감있고 나무도 많은 편이다.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들어도 그만, 안들어도 그만일 설명을 열심히 한다. 저건 인문대 건물이예요, 사연이 많죠. 여긴 도서관.. 주로 제가 있는 곳이구요. 여긴 학생회관.. 그리고 여기가 바로 그 식당이죠.

건물을 들어서면서 그는 수위제복을 입은 아저씨에게 기운차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식당에 들어서는 유리문을 열려고 할 때 맞은 편 화장실에서 청소도구를 든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그는 또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밥을 받을 때도, 다 먹은 그릇을 넣을 때도.. 그는 인사를 한다.

원래 그렇게 인사를 잘 하는 편인가요?
아.. 제가 학교다닌지가 오래되었으니까요..

질문에 대답이 엉뚱하다. 난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그는 싱긋 웃을뿐이다. 식당건물을 나서면서 주차관리하시는 아저씨에게 그가 인사를 할 때서야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인사를 받는 분들 모두들 그를 아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걸. 어떤 사람인지, 그의 이름 석자는 모르셔도, 그의 작은 인사를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주 조금은 오래전부터 알고 계셨다는 것을. 학교다닌지가 오래되었다는 그의 대답, 그게 정답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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