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눈내리던 날의 단상

by 냉소주의자 posted Jan 1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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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점심식사 후 동아리방에 발걸음을 돌렸다. 조선목'수'님께서 제작하신 기타를 가져다 놓고는 주로 점심소화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오늘의 연습곡은 박윤우님께서 편곡하신 "A Winter Story". 이래저래 힘겨운 손가락 노동을 감행하고 있는데, 반쯤 녹은 눈송이들을 사알짝 뒤집어쓴 후배 한넘이 들어온다. 형! 그거 무슨 곡이야? 라불레러에 나오는 곡이라더라. 형도 눈오는 날 어지간히 청승이시구랴.

그러나 이 친구야. 눈이 내려서 이곡을 연주하고 있는게 아니란다. 내가 먼저 뚱땅거리고 있는데 까마귀가 날면 배가 떨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는 신께서 괜시리 타이밍을 맞추고 계신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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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원 사이트를 소개하는 수님의 글에 술김에 익명으로 그레샴의 법칙이니, 도편추방이니 하는 단어들을 나열하고 마침표 몇개를 찍어 두었다가... 대충 일단락이 지어져 가는 분위기를 보고는 지웠던 적이 있다. 외람된 말이나, 그 분위기에서 그런 글이라면 수님의 진심이 그 무엇이었건간에 나는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고.... 자칭 한'재미'한다는 낙서에 내가 썼던 단어들이 등장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게 어쩌다가 '말없는 대중들'의 생각들에 포함된 것이지?

자신과 무엇인가를 함께하는 군상들의 쪽수가 누군가에게는 X나(지나가다님. 저작권료를 드릴 필요는 없으리라 믿습니다;;;) 중요한 문제겠지. 고대 아테네 이후로 계속해서 쌓아올린 신화가 아니던가.... 그 와중에 밀로스가 피투성이가 되건 아작이 나건.

그런데, 그렇게 해서 얻고자 하는 게 도대체 뭘까. 나로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으니, 아무래도 가방끈의 길이를 늘이는 데에 헛된 비용을 썽크했나보다.

이 바닥에서 다수 시민들의 대표자를 선발하여 소수의 부도덕한 지배자들과 맞짱뜰 일이라도 있답니까? 그럴 일이 있으면 좀 적나라하게 알려주시죠. 별다른 '재미'도 없이 기각당하는 3류 음모론만 아니라면, 저도 키보드가 마우스패드가 되도록 한껀 올리겠는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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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사상과 이데올로기로도 침해할 수 없는 지고지순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는 후배가 있었다. 나 역시 반의 반쯤은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그 희미한 믿음의 강도라는 건 '음악' 자체에 한해서나 유지되는 것이다. 전문 음악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스미스 요원이 모피어스에게 했던 말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고통. 그러는 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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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깊이조차 알지 못하면서 어찌 타인의 생각을 한껏 대변하려는지...

자신이 취한 포지션에 힘겨워하면서 어찌 타인의 균형을 잘도 논하는지...

그렇지 않아도 시끌벅적한 이 바닥에 기어이 한마디를 보태고야 마는 나는 뭐하는 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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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으로 출몰하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political game의 레토릭에 짜증이 나 글 하나 볼려 봅니다. 이만 위선자와 허풍쟁이를 겸하며 '팔짱을 끼고 고상한 찬웃음을 흘리며 결국 아무 일도 안하는 사람'에 불과한 저는 물러갑니다. (세네카님과 저녁하늘님께는 낮잠 중 잘 건조된 눈꼽에 함유된 수분만큼의 유감도 없음을 밝혀드리는 게 예의일 터이나, 제 이름이 괜히 이렇겠습니까? 부디 혜량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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