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6 09:46
Guitar String - Epis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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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국민소득이 마구 올라서 정말로 좋은 기타 현을 사용한다 (과학 발전도 한 몫 했을 터이다).
그래서 줄을 아껴 사용한다는 개념은 이제 촌스런 중년의 넋두리로만 들린다. 개발도상국의
끝자락에서 배고픈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으로서 기타줄에 대한 소감과 아쉬움은 요새
젊은이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지 않을까... 그냥 떠 오르는 줄-이야기를 풀어 보고 싶다.
1. 새로 갈아서 다 쓰고 뺄 때까지 단 한번도 조율이 맞은 적이 없던 <세곱이야> 기타줄.
벌크로 샀더니 3번선 50%는 죄다 불량인 <다多리5>,
종소리처럼 카랑카랑했던 La Bella,
근사한 포장과 달리 별다른 개성이 없는 Luthier
음량은 컸던 어거스틴 블루,
모질게도 오래 간 어거스틴 레드,
갈자마자 사망한 아랑훼즈....
밥값 줄이고 줄여 구입한 (언젠가부터 등장한) 블랙 레이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포스의 <하나바흐>(HANNABACH)를 처음 걸었을 때 충격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2. 예페스를 좋아했던지라 그를 숭배하며 따라 샀던 연두색 아랑후에즈, 소리는 환상적인데 수명이 짧았다.
작은 키에 비해 유난히 손가락이 길었던 예페스(세종문화회관 뒤에서 악수 했던 22년 전의 기억이
또렷하다. 유창한 독일어로 인사도 받아주었던 불세출의 거인 ...)
3. 첨단 수준의 카본 티타늄 줄이 나오기 전 표면이 거칠었던 사바레즈, 이건 중후한 음과 수명이 정말
반비례했다. 내 앞의 연주 순서 후배에게 빌려 주었다가 그 기타로 무대에 올라 완전 죽을 쑨 적이 있었다.
탄력을 잃은 데다가 손톱까지 갉아먹는 사마귀 같았다.
4.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자 재활용의 비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점잖은 방법과 처절한 방법이 있다.
(a) 줄의 수명이 다 되었다 싶으면 줄을 빼서 180도 돌려 앞뒤를 바꾸어 끼면 그래도 2-3주는 가더군.
(b) 이 방법은 줄을 낄 때 재활용을 염두에 두어 처음부터 꼬이지 않게 최대한 바투 빙둘러 매야 한다.
(c) 그 다음 순전히 줄을 악기의 현이 아니라 밧줄로 보는 방법이다. 그렇지 ~! 끊어진 (특히) 4번선 두 개
를 이어 묶어 거는 방법이다. 소리는 간신히 나는데 신세가 무한정 비참해진다.
5. 독일에 간 김에 악기사에 가서 6천 유로 짜리 기타 주물럭 거리다가 그냥 나오면 주인한테 얻어맞을 것 같아
하나바흐를 왕창 샀다. 웬걸 국내 모 수입하는 곳(山骨)이 더 저렴하더군(요샌 환율 때문에 어렵겠지만)
6. 낙원상가를 헤매다가 악기상 앞에서 어거스틴 두 벌 부탁한다고 했더니 알바 총각 어디서 번개같이
대령한다: "다음 주 부터 가격이 오르는데 오늘만 특별히 만 2천원에 드릴게요". 덥석 살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전 인터넷을 보니 만원에 팔더군. 담에 그 놈 잡으면 그냥 확~!)
제주에는 사바레즈 하이텐션(진작부터 2만원씩 받았다... 지금은 더 올랐겠군 ㅠㅠ) 밖에 없으니.
7. 얼마 전 산골에서 구입한 하나바흐 8현 세트, 아까워서 도저히 쓸 수가 없다. 수님 왈, <한번 걸면 그래도
6개월은 갈텐데요....> 손가락이 짧으니 세게라도 쳐야겠다는 보상심리 때문에 기껏해야 석달 간다.
8. 수님이 모처럼 확보한 <하우저 스트링>, 어떤 소리가 날까? 아까워서 쓸 수 있을지....
(오늘 토요일인지라 월요일에나 받아볼 수 잇을 것 같다)
9. 진철호 님에게 거트현을 하나 부탁해 볼 작정이다. 연주회 때 쓰고 빨아서 잘 말려 놔야지(ㅎㅎ).
카본줄이 피자-스파케티 맛이라면 나일론 현은 된장찌개다. 그렇다면 거트현은 혹시 청국장 *.*
10. 기타 현도 결국 미국, 독일, 프랑스가 여전히 종주국이군요. 섬세한 일본의 장인정신 거침없는 한국의
도전정신, 전무후무한 가격경쟁력의 중국이 힘을 합치면 뭔가 명품이 나올 듯도 한데요.....
Comment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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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하우저 명가의 숨소리를 현으로나마 접하게 되어 감개무량입니다. 세고비아 박물관의
하우저 기타와 토레스 기타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 소리의 1/100이라도 비슷하게 낼 수 있다면...
그나저나 기타레타 선배님(정신과 의사)이 이번에도 연주자용 신경안정제를 가져오실런지(ㅋㅋ). -
多多離烏 伐車가 왜 3번이 벙벙거리나 했더니 불량이 많은가 보군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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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多離烏 伐車 !! ㅋㅋㅋ
훈님은 센스쟁이 우후훗~!! -
참고로, 하우저3세는 처음 악기 출고할 때 미디엄하이를 맨다더군요.
하우저3세 기타를 소장하신 아이모레스님께서 미디엄하이를 왕창 매점매석하는 바람에...
이번에 부챗살까지 하우저 '37년 식으로 교체한 기타에 쓰던줄을 매었는데도, 소리가 참 좋더군요.
이 기타는 작년에 출품한 전과가 있기에 제주페스티벌에는 출품하지 못합니다. -
저도 줄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지요.
줄 갈아 매고 튜닝하는데,
왼손은 4번줄 줄감개를 돌리면서 오른손으로는 5번줄을 치고...
아무리 감아도 소리가 그대로??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그러더니 "뻥"하면서 줄이 끊어지더군요.
사람이 미련해도 정도가 있지... ㅜ.ㅠ -
쏠레아님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게 미련하게 느낀적이 없는데...
필경 뉴턴의 달걀을 삶아 드셨나보군요, 하하하하.
하여간 집중력이 대단하시군요. -
흐흐흐... 옛날 생각 마구 마구 나네요... 밧줄기법... 180도 기법... 빨래기법...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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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쇠줄은 안쓰셨네요...
저는 옛날엔 줄이 우찌그리 잘도 끊어지던지....
아예 쇠줄로 ...처음엔 4번줄을 그러다 5번줄도..ㅋㅋ 다음엔 1번줄순으로... -
섬소년님 입담 대단하시네요,
좋은기술(?)과 정보 많이 배워갑니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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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저 줄은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제 기타에 정말 찰떡궁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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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론줄이 된장찌게다? 제 기타에 다다리오는 된장찌게 맛인데, 하우저는 초코우유 맛이 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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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대학 시절에도 기타줄 값이 장난은 아니었읍니다.
1,2,3 번줄은 깨끗한 천에 물을 적혀 딱아서 줄을 반대로 다시 매었으며,
4,5,6 번줄은 세탁비누로 세척하여 그늘에 말려서 갈아 낀 적도 있었는데 저 보다도 더 오래 되신분들이야......
다 옛일인가요? -
정말 비누로 빨아서 말린후 에 180도 돌려서 다시 끼우면 (물론 4번은 밧줄 기법과 병행해서..ㅋㅋ) 은 한동안 다시 쓸만 했습니다. 지금은 줄이 좋아져서 그런지... 아니면 제가 열심히 않해서 그런지... 암만 써도 4번줄이 까져서 속에 나일론 필라멘트사가 나오는 일은 좀처럼 없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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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끼우고 무대에 오르셔도 좋을듯함다....
그래도 450명의 청중의 무대에 서면 집하고 달리 무지 떨리실텐데....